23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연대작

길
2024 | 15분 | 다큐 | 김성은
전국 최초 노점단속에 특사경(특별사법경찰)을 도입한 동대문구, 상생을 요구하는 노점상인들을 폭력적으로 쫓아내기에 혈안이다. 보행과 미관을 이야기 하지만 실제 도시개발을 위한 사전 퇴거. 구청의 폭력에 맞선 노점상인들의 삶과 투쟁의 이야기.

병풍을 찢고서
2024 | 19분33초 | 다큐 | 배용진
정치인들은 가끔 노숙인과 쪽방 주민 등 사회의 약자를 찾아온다. 카메라와 함께. 주인공은 정치인이다. 거기 있던 사람들은 주인공을 빛낼 배경이 된다. 제사를 지내며 세우는 병풍처럼. 병풍이 되기를 거절한 사람들이 카메라에 대고 자기 말을 한다.
인권평
성철 (23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집행위원)
<그레이존> : 되돌릴 수 없는 변신
한국의 정치인들은 선거 기간이나 당선 이후, 서민적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노점상, 홈리스 등 가난한 사람들을 만난다. 하지만 그 만남이 가난한 사람들의 권리보장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정치인들은 노점을 방문해 떡볶이를 먹고 쪽방을 방문해 물품을 전달하고 무료 급식소에서 배식하며 가난한 이들이 목소리 없이 자신의 이미지를 위한 배경으로 존재할 때 공존하고 웃는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빼앗긴 권리를 요구하는 주체로 나서는 순간, 벽을 세우고 위협적으로 변한다.
연대작은 ‘청량 개벽’ 도시개발을 위해 ‘노점단속 특별사법경찰’을 도입한 동대문구청의 폭력적인 단속과 철거에 맞서 싸우고 있는 동대문구 노점상인들의 일상을 담은 <길>과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의 조속한 추진과 홈리스에 대한 형벌화 조치를 규탄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병풍 삼는 정치에 균열을 시도하는 <병풍을 찢고서> 두 편으로 구성되었다.
한국은 사람과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도시개발을 통해 현재의 화려한 외관을 구축했다. 더 빠른 도시개발을 위해 가난한 사람들을 폭력적으로 쫓아냈다. 노점상이 쫓겨나면 인근 공공장소에서 생활하던 거리홈리스가 쫓겨난다. 그리고 비싸진 도시의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세입자, 가난한 사람들이 순차적으로 쫓겨난다. 영화는 사람보다 이윤이 먼저인 세상에서 자신과 일상을 지키기 위한 가난한 이들의 역동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 싸움은 이들만의 것이 아니다. 이윤 앞에 수없이 무너져 온 나와 우리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투쟁이기도 하다. 이 싸움을 따라가며, 이윤이 아니라 사람과 생명, 누구도 쫓겨나지 않는 사회를 상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