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_노들야학 영화반
4월 어느 날 패러글라이딩
2024 | 8분 49초 | 다큐 | 오지우
4월 어느 날,
나는 패러글라이딩을 한다.
그리운 어머니
2024 | 16분 20초 | 다큐 | 김홍기
오래전 부모님과 함께 살았을 때의 꿈을 꾸었다.
올해는 비가 와서 어머니 산소가 걱정이 되어 가보고 싶었다.
야학에 가서 어머니 산소에 같이 갈 것을 부탁드렸다.
우리는 다 같이 묘지에 수북이 자란 풀을 뽑았다.
모두 땀을 많이 흘렸다.
우리들이 와서 어머니가 기뻤으면 좋겠다.
나를 위해 같이 와준 사람들에게 너무 고마웠다.
나의 오후는
2024 | 3분 52초 | 다큐 | 서호영
마로니에공원을 산책하며 ‘하늘’ 사진을 많이 찍는다.
언어로 소통하는 어려움과 일자리가 불투명해져서 속상한 마음에
하늘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풀어진다.
나의 오후 중심에는… 노들이 있다.
우리는 말한다
2024 | 20분 7초 | 다큐 | 조상지
우리는 시설에 살았던 사람들이다.
철원에 있는 장애인거주시설 문혜·은혜 요양원.
그곳은 장애인거주시설이라는 이름을 내건 사실상 감옥이었다.
500명이 넘는 장애인들은 시설이 정해 준 시간 외에는 방 밖으로 나올 수 없었고, 제대로 된 프로그램 없이 방에서 갇혀 있어야 했다. 수용인들은 밥양이 너무 적어 늘 배가 고팠고, 물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 목이 말라도 참아야 했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참고 살아야 한다고, 그렇게 사는 게 맞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곳을 나온 네 명의 생존자인 우리들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장애인거주시설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그리고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권리가 어떻게 침해되고 유린되었는지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
해고 노동자 이야기
2024 | 19분 28초 | 다큐 | 박지호
2024년 1월 1일, 오세훈 서울 시장이 권리중심 일자리를 통해 노동하던 400명의 중증장애인을 해고한다. 노들 장애인야학의 장애인들은 권리중심 일자리를 되찾기 위한 투쟁을 지속한다. 일자리를 통해 자립을 꿈꾸고,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예매하고, 가끔씩은 여행도 다니며 사람다운 삶을 누릴 수 있다고, 그리하여 중증장애인을 위한 일자리가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노들야학 영화반 | 이영욱, 박정수
인권평
우리의 영화는 우리가 만든다*
- 유지영(22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집행위원)
그간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 장애인 당사자가 감독으로서 만든 영화가 출품되지 않은 건 아니었으나, 비장애인 감독이 장애인 출연자를 담은 영화가 훨씬 더 많았다는 점은 늘 아쉬움으로 남았다. 올해로 어느덧 22회를 맞이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 노들장애인야학 영화반 학생들이 감독으로 들고 온 다섯 편(무려!)의 영화를 소개할 수 있어 그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달래본다.
다섯 편의 영화를 다섯 명의 감독이 만들었기에 이들 영화가 담은 주제는 모두 다르다. 어머니의 무덤을 찾아가는 여정을 다룬 영화 ‘그리운 어머니’(감독 김홍기)는 그리움이라는 아주 보편적인 감정을 다루고 있으나 휠체어를 타고는 진입할 수 없을 정도로 풀이 무성한 무덤가로 향하는 과정 자체의 어려움을 담기도 한다. 영화 '4월 어느 날 패러글라이딩'(감독 오지우)에서도 패러글라이딩을 통해 느끼는 (찰나의 해방감과 같은) 감정을 다루지만 역시나 그 찰나에 닿기 위해 겪을 수밖에 없는 과정을 무척 자세하게 보여준다.
물론 그중에는 중증장애인의 노동을 반기지 않고 손쉽게 해고하는 차별적인 사회를 담아낸 영화 ‘해고 노동자 이야기’(감독 박지호)나 시설에서 경험한 삶을 나누고 비오는 날 우비를 쓴 채로 다시 시설에 찾아가 보는 영화 ‘우리는 말한다’(감독 조상지)처럼 뚜렷한 주제 의식을 갖고서 보다 직접적으로 장애인 당사자가 처한 현실을 말하는 작품도 있다.
또한 직접 그린 그림과 사진 등을 통해 담담하고 짧게 일상을 담은 ‘나의 오후는’(감독 서호영)에서는 긴 설명 없이도 장애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일을 말한다.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서 장애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니, 일단 그것만으로도 재미는 보장돼 있다.
특히 장애인 당사자가 인터뷰 진행자가 돼 비장애인을 인터뷰하며 촬영하는 장면이나 전동휠체어에 탑승해 촬영한 덕에 등장할 수밖에 없는 흥미로운 앵글에서 의도하지 않은 전복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들이 노들야학 영화반의 영화를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스크린을 통해 보는 장면을 잠시나마 상상해 본다. 그야말로 ‘우리의 영화는 우리가 만든다’는 말에 걸맞은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이들 영화를 보는 ‘일’이 하나의 ‘사건’이 돼, 영화를 만드는 계기로 피어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노들노래공장의 ‘우리의 노래는 우리가 만든다’(만수)는 문장을 단어만 ‘영화’로 바꿔서 사용했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