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장애인의 영화관람권은 '비용'으로 재단할 수 없다
— 대법원의 시·청각장애인 영화관람권 차별구제소송 파기환송 판결을 환영하며
2026년 9월 3일, 대법원은 멀티플렉스 대기업 3사(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시·청각장애인에게 자막과 화면해설을 제공하지 않은 것을 ‘명백한 장애차별’로 명명하며,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대법원은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피고인 멀티플렉스 대기업들의 재정적 부담을 과도하게 고려해 장애인의 영화관람권을 지나치게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2016년에 시작된 소송이 10년 만에 거둔 작은 결실이었다.
이 판결은 분명한 진전이다. 그러나 우리는 안도보다 먼저 분노를 말해야 한다. 장애인도 자유롭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싶다는 당연한 요구가 10년이라는 지난한 투쟁 끝에 대법원까지 가서야 비로소 권리로 확인되는 일인가.
자본의 논리로 장애인의 권리를 짓밟은 멀티플렉스 3사는 즉각 반성하고 배리어프리 상영 환경을 구축하라!
서울고등법원은 항소심에서 300석 이상 규모의 상영관에 한해, 그것도 전체 상영 횟수의 겨우 ‘3%’에만 자막과 화면해설을 제공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이 기준은 장애인을 '원하는 영화를 고르는 관객'이 아니라, 영화관 사업자들이 지정해 준 몇 안 되는 시간표에 삶을 억지로 끼워 맞춰야 하는 처지로 밀어 넣었다.
서울고등법원에 묻는다. 도대체 ‘3%’라는 기준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영화를 선택하고 관람하기 위해 필요한 기준인가, 아니면 영화관 사업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을 먼저 계산한 뒤 장애인의 권리를 그 안에 끼워 맞춘 것인가.
장애인의 영화접근권은 기업의 재정적 부담에 뒤쳐져야 할 하위 권리가 아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이 영화관 사업자들의 재정적 부담만을 과도하게 고려했음을 정면으로 지적하였다.
영화관 사업자들이 반복해 온 "비용이 많이 든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무책임한 항변은 이번 판결로써 더 이상 통용될 수 없음이 명백해졌다. 멀티플렉스 3사는 더 이상 장애인의 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파기환송심의 결과를 기다리며 또다시 책임을 미룰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모든 영화관에서 장애인이 원하는 영화를 원하는 시간에 관람할 수 있도록 자막과 화면해설 제공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
국가는 사기업 뒤에 숨어 장애인의 영화접근권 침해를 방조해 온 책임을 인정하고, 정당한 편의제공을 법제화·정책화하라!
우리는 이번 판결이 나오게 된 근본적인 구조의 문제 또한 직시한다. 이번 소송은 사기업을 상대로 한 개별 소송이었으며, 법정에서 장애인의 영화관람권은 온전히 보장되어야 할 권리가 아니라, 상영 횟수와 상영관 수 같은 숫자 놀음으로 축소됐다.
장애인의 문화향유권이라는 헌법적 기본권이 매번 개별 사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을 거쳐야만 확인되는 이 구조 자체가 바로 국가의 방조이자 행정의 실패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와 제26조가 존재함에도 10년 동안 투쟁하며 대법원까지 가야 했다는 사실은, 국가가 이 중대한 책무를 사기업의 선의와 법정 싸움 뒤로 떠넘겨 왔다는 명백한 증거다. 개별적인 사법적 판단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모든 장애인이 동등하게 영화를 볼 권리를 결코 보장할 수 없다.
국가는 장애 유형과 정도에 관계없이 모든 장애인의 동등한 영화접근권을 보장하라!
영화관에서 배제되는 장애인은 시·청각장애인만이 아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영화관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물리적 접근의 장벽과 제한된 휠체어석에 부딪힌다. 발달장애인은 복잡한 키오스크를 이용해 예매·발권을 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지만 알기 쉬운 정보와 필요한 지원은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
장애인의 영화접근권은 자막과 화면해설 제공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영화를 고르고 예매하고, 영화관에 들어가 자리를 찾아 영화를 관람하는 모든 과정에서 장애를 이유로 배제되지 않을 때 비로소 동등한 관객이 될 수 있다. 국가는 장애 유형과 정도에 관계없이 모든 장애인이 원하는 영화를 원하는 시간에 선택하고 영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접근성과 정당한 편의를 보장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요구한다.
하나. 서울고등법원은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장애인의 영화관람권을 온전히 보장하는 판결을 내려라.
하나.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는 비용과 수익성을 핑계로 책임을 미루지 말고, 모든 상영관에서 자막과 화면해설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에 즉각 나서라.
하나. 정부와 국회는 개별 기업의 선의와 소송 뒤에 숨지 말고, 장애인의 영화접근권 제공에 관한 구체적인 의무 기준을 법제화하고 필요한 예산과 지원책을 마련하라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장애인이 영화라는 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향유할 권리의 사회적·문화적 의미를 최초로 판시하였다. 또한 판결 선고에 문자통역 및 수어통역을 지원하고, 장애인의 사법접근성을 고려해 대법원 최초로 ‘이지리드(Easy-Read) 판결서’를 제공함으로써 접근성이 배려가 아닌 기본값이어야 함을 보여주었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대법원의 이러한 진전과 판결을 환영하며, 장애인의 영화접근권을 위해 끈질기게 투쟁을 이어갈 것이다.
영화는 모두의 것이다.
국가는 책임지고 장애인의 영화접근권을 보장하라
2026.09.04.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성 명 서
장애인의 영화관람권은 '비용'으로 재단할 수 없다
— 대법원의 시·청각장애인 영화관람권 차별구제소송 파기환송 판결을 환영하며
2026년 9월 3일, 대법원은 멀티플렉스 대기업 3사(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시·청각장애인에게 자막과 화면해설을 제공하지 않은 것을 ‘명백한 장애차별’로 명명하며,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대법원은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피고인 멀티플렉스 대기업들의 재정적 부담을 과도하게 고려해 장애인의 영화관람권을 지나치게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2016년에 시작된 소송이 10년 만에 거둔 작은 결실이었다.
이 판결은 분명한 진전이다. 그러나 우리는 안도보다 먼저 분노를 말해야 한다. 장애인도 자유롭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싶다는 당연한 요구가 10년이라는 지난한 투쟁 끝에 대법원까지 가서야 비로소 권리로 확인되는 일인가.
자본의 논리로 장애인의 권리를 짓밟은 멀티플렉스 3사는 즉각 반성하고 배리어프리 상영 환경을 구축하라!
서울고등법원은 항소심에서 300석 이상 규모의 상영관에 한해, 그것도 전체 상영 횟수의 겨우 ‘3%’에만 자막과 화면해설을 제공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이 기준은 장애인을 '원하는 영화를 고르는 관객'이 아니라, 영화관 사업자들이 지정해 준 몇 안 되는 시간표에 삶을 억지로 끼워 맞춰야 하는 처지로 밀어 넣었다.
서울고등법원에 묻는다. 도대체 ‘3%’라는 기준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영화를 선택하고 관람하기 위해 필요한 기준인가, 아니면 영화관 사업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을 먼저 계산한 뒤 장애인의 권리를 그 안에 끼워 맞춘 것인가.
장애인의 영화접근권은 기업의 재정적 부담에 뒤쳐져야 할 하위 권리가 아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이 영화관 사업자들의 재정적 부담만을 과도하게 고려했음을 정면으로 지적하였다.
영화관 사업자들이 반복해 온 "비용이 많이 든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무책임한 항변은 이번 판결로써 더 이상 통용될 수 없음이 명백해졌다. 멀티플렉스 3사는 더 이상 장애인의 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파기환송심의 결과를 기다리며 또다시 책임을 미룰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모든 영화관에서 장애인이 원하는 영화를 원하는 시간에 관람할 수 있도록 자막과 화면해설 제공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
국가는 사기업 뒤에 숨어 장애인의 영화접근권 침해를 방조해 온 책임을 인정하고, 정당한 편의제공을 법제화·정책화하라!
우리는 이번 판결이 나오게 된 근본적인 구조의 문제 또한 직시한다. 이번 소송은 사기업을 상대로 한 개별 소송이었으며, 법정에서 장애인의 영화관람권은 온전히 보장되어야 할 권리가 아니라, 상영 횟수와 상영관 수 같은 숫자 놀음으로 축소됐다.
장애인의 문화향유권이라는 헌법적 기본권이 매번 개별 사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을 거쳐야만 확인되는 이 구조 자체가 바로 국가의 방조이자 행정의 실패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와 제26조가 존재함에도 10년 동안 투쟁하며 대법원까지 가야 했다는 사실은, 국가가 이 중대한 책무를 사기업의 선의와 법정 싸움 뒤로 떠넘겨 왔다는 명백한 증거다. 개별적인 사법적 판단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모든 장애인이 동등하게 영화를 볼 권리를 결코 보장할 수 없다.
국가는 장애 유형과 정도에 관계없이 모든 장애인의 동등한 영화접근권을 보장하라!
영화관에서 배제되는 장애인은 시·청각장애인만이 아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영화관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물리적 접근의 장벽과 제한된 휠체어석에 부딪힌다. 발달장애인은 복잡한 키오스크를 이용해 예매·발권을 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지만 알기 쉬운 정보와 필요한 지원은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
장애인의 영화접근권은 자막과 화면해설 제공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영화를 고르고 예매하고, 영화관에 들어가 자리를 찾아 영화를 관람하는 모든 과정에서 장애를 이유로 배제되지 않을 때 비로소 동등한 관객이 될 수 있다. 국가는 장애 유형과 정도에 관계없이 모든 장애인이 원하는 영화를 원하는 시간에 선택하고 영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접근성과 정당한 편의를 보장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요구한다.
하나. 서울고등법원은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장애인의 영화관람권을 온전히 보장하는 판결을 내려라.
하나.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는 비용과 수익성을 핑계로 책임을 미루지 말고, 모든 상영관에서 자막과 화면해설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에 즉각 나서라.
하나. 정부와 국회는 개별 기업의 선의와 소송 뒤에 숨지 말고, 장애인의 영화접근권 제공에 관한 구체적인 의무 기준을 법제화하고 필요한 예산과 지원책을 마련하라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장애인이 영화라는 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향유할 권리의 사회적·문화적 의미를 최초로 판시하였다. 또한 판결 선고에 문자통역 및 수어통역을 지원하고, 장애인의 사법접근성을 고려해 대법원 최초로 ‘이지리드(Easy-Read) 판결서’를 제공함으로써 접근성이 배려가 아닌 기본값이어야 함을 보여주었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대법원의 이러한 진전과 판결을 환영하며, 장애인의 영화접근권을 위해 끈질기게 투쟁을 이어갈 것이다.
영화는 모두의 것이다.
국가는 책임지고 장애인의 영화접근권을 보장하라
2026.09.04.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