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세요

감독 김희주, 정주희 | 2020 | 다큐 | 29분 | 기획·제작 김희주, 정주희


  • 배리어프리 ⭕

시놉시스

해가 저물면 골목 구석구석에 전동 휠체어 소리가 울린다. 나영은 매일 밤낮으로 고양이들의 밥을 챙기는 ‘캣맘’이다. 선천적인 장애와 악화되는 병세로 그는 자신의 끼니도 챙기기 버겁다. 사람들은 그를 나무라지만 권나영은 꿋꿋이 길고양이를 돌보며 살아간다. 가장 낮은 곳에서 길고양이의 동반자를 자처한 그의 삶을 따라가 본다.


기획의도

매일 들어가는 페이스북 길고양이 페이지에서 나영을 처음 만났다. 그의 글에는 기쁨, 슬픔, 분노, 즐거움과 같은 많은 감정이 녹아 있었다. 고양이를 향한 나영의 아낌없는 마음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싶었다.


인권평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세요

-은석 | 19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심사위원

“까미야, 그리로 가지마. 거기 나쁜 사람들 있어.”

캣맘 나영이 휠체어를 타고 ‘까미’(길고양이)를 쫓아가며 했던 말이다. 그의 휠체어를 따라가다 보면 마주치는 고양이만큼 꼭 들어야 하는 말이 있다. ‘밥 주지 마세요! 병 옮겨요.’

“왜 아픈 사람들 찍어? 멀쩡한 사람을 찍어야지.”

나영이 감독을 ‘아픈 사람들 찍으러 온 사람’이라고 소개하자 함께 있던 지인이 건넨 말이다. 한번은 동네 주민이 ‘나영씨는 마음도 착한데 왜 그런 병(언어장애, 뇌병변장애)에 걸렸냐’고 물었던 적이 있단다. 아픈 몸, 병, 장애에 대한 질문은 다들 다르지 않아 보인다. 고양이를 돌보는 나영과 나영을 촬영하는 감독의 생각이 궁금했다.

나영을 따라다니던 카메라는 나영이 ‘개 식용 반대’ 집회에 참가했을 때 비로소 관객을 멈춰 세운다. 순간 누군가는 개와 고양이의 관계를 떠올렸을 것이고 누군가는 반려동물과 버려진 동물의 차이를, 또 누군가는 ‘모든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라’는 현수막을 보고 가축으로 호명된 생명들을 떠올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영화는 멈춤의 시간을 뒤로 하고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던 첫 장면으로 돌아간다.

인간이 그어놓은 경계를 종횡무진 내달리는 나영의 여정에는 생명에 대한 연민만큼 감내해야 할 불편함이 뒤따른다. 영화는 그것을 ‘병을 옮기니 밥을 주지 말라’는 신경질 적인 말과 ‘버려진 동물도 사람 생명과 다르지 않다’는 되풀이되는 항변으로 드러내지만, 더 큰 불편함은 도처에 숨어있다.

‘동물도 인간과 같다’는 말과 ‘동물과 인간이 공존해야 한다’는 구호는 인간이 정해놓은 경계를 벗어났을 때 금새 방향을 잃거나 외면당한다. 반려동물과 가축이 구분되고 인간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고기로 태어나 도살되는 현실을 목도할 때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정말 불편해해야 하는 건 어쩌면 밥 주지 말라고 내던지는 말보다 생명의 몸짓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불쑥 나영이 울고 있는 ‘꼬맹이’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응 미안해, 못 알아듣겠는데…”

캣맘 권나영과 권나영을 응원하는 이 영화를 응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