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
감독 여인서 | 2021 | 다큐 | 20분
- 배리어프리 ⭕
시놉시스
점점 낡아가는 집이 못내 못마땅한 남실은 매일 유튜브에서 전원주택 매물을 검색해본다. 도시를 사랑하는 남편 선구와 달리 그녀는 서까래와 아궁이가 있는 시골집에서 살고 싶다. 한편 남실의 아들이자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청년인 인찬은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동네 친구들, 선생님, 보이지 않는 관계망들이 인찬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하기 때문이다. 한편 인찬의 누나인 감독은 이사를 가지도, 쿨하게 머물지도 않는 가족들이 답답하기만 하다. 동시에 인찬의 방보다 넓은 방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언젠가 동생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집에 대한 각기 다른 욕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 가족은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살게 될까?
인권평
집, 다양한 욕망들이 춤추는 공간
-홍성훈 1인 창작자, 20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프로그램위원
영화 <이사>에는 어느 가족이 등장한다. 틈틈이 주택 탐방(?) 유튜브를 보는 남실과 만화와 그림에 열정을 쏟는 인찬, 그리고 둘의 모습을 찍는 ‘나’는 한 집에서 산다(틈틈이 아버지이자 남편인 선구도 등장하지만 앞선 세 사람에 비해 비중이 작은 편이다).
나날이 커가는 키를 색연필로 표시한 벽지가 너덜너덜해지고 고양이가 살금살금 돌아다니는 집. 얼핏 평범해 보이지만 조금만 더 시선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욕망들이 깃들어 있는 곳임을 알 수 있다. 가장 뚜렷하고 정확한 욕망을 이야기하는 이는 남실이다. 그는 서울을 떠나 서까래와 툇마루가 있고 아궁이로 불 떼는 집에서 살고 싶어 한다. ‘나’는 남실에게 질문한다.
“어떻게 우리집 값이랑 저렇게 넓은 집값이랑 비슷하냐”
이때 돌아온 남실의 대답, “그러니까 왜 서울에서 살아야 되냐고.”
한편, 남실은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리모델링했는데 이로 인해 인찬에게는 방이 하나 더 생긴다. 인찬은 그 방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책을 마음껏 보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며 좋아한다. 또한 인찬은 같이 그림 그릴 친구가 있는 동네를 사랑한다. ‘나’는 인찬의 모습을 보며 죄책감에서 벗어나 내심 마음을 놓는다. 아스퍼거 증후군 동생이 있음에도 더 많은 것을 독점하고 있었다는 죄책감을 느끼던 ‘나’였다. 그런 ‘나’는 조금씩 부모가 없는 세상에서 인찬과의 삶을 상상한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남실은 선뜻 자신의 욕망을 실천에 옮기지 못한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를 사랑하는 인찬에게 같이 가자고 설득하기 힘들뿐더러 ‘나’에게 인찬에 대한 부담감이 더 늘어날까 걱정스러운 마음에서다.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지만 지금의 집으로 오기까지 스무 번도 넘는 이사를 다녔다고 한다. 아마 추측컨대 이사의 이유는 대부분 인찬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사회적 지지망이 있는 곳을 찾으러 다녔기 때문일 것이다. 인찬과 그림 그릴 수 있는 친구가 사는 그런 동네 말이다. 인찬은 다행히 그런 동네를 찾았고, 지금 만족해한다. 하지만 가족이 모든 삶의 조건을 장애인 구성원에 맞출 필요는 없다. 남실이 장애운동가의 길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남실’이라는 사람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자신의 욕망을 쉽게 포기하지 않아서다.
과연 남실은 자신이 꿈꾸던 공간을 찾아 떠날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동생 인찬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공존’할 수 있을까? 이후의 이야기가 더 궁금한 영화 <이사>다.

여우와 두루미
감독 양준서 | 2020 | 극 | 12분 | 기획·제작 양준서, 지오필름
- 배리어프리 ⭕
시놉시스
절친 사이인 한 장애인이 비장애인 친구를 식사 초대 하면서 시작된다. 비장애인이 집들이 겸 장애인 친구의 집에 가서 식사를 하지만, 나루에 집에는 그릇과 포크가 단 2개뿐. 먼저들 먹으라고 하고 주식은 나무젓가락이라도 얻기 위해 편의점으로 간다. 하지만, 친구는 이미 식사를 다 마친 상황. 물론 주식의 몫까지.
기분이 상한 주식은 복수를 다짐하고, 나루를 집으로 초대한다. 물론 나루가 먹기 힘든 음식과 포크를 준비하지 않고서 말이다. 결국 나루도 기분이 상하게 되고, 둘의 초대 전쟁은 시작된다.
기획의도
모든 사람관계가 다 그렇겠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계에서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조금 더 가까이 함께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나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바라보기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점이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또한 비장애인도 장애인을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이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많이 없어지지 않을까? 여기서 관점은 "이해"라는 것이다. 물론 장애인도 비장애인을 이해 해야하지만, 서로를 잘 알아야 이 관계가 더더욱 잘 성립이 될 수 있다. 서로에게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 방법 또한 잘 알 수 있게되니까. 그렇게 되면 우리는 함께 더불어 잘 살 수 있습니다.
인권평
여우와 두루미
-김유미 | 19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위원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희화화하지 않고 웃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일상에서 자주 느낀다. 장애를 둘러싼 여러 표현들은 정치적 긴장 속에 있을 때가 많다. 웃고 욕하는 일상의 작은 표현들 속에 손쉬운 빗댐과 무신경한 대상화가 있다. 장애와 장애인은 손쉬운 욕지거리 표현이 되는가 하면, 실수할까 두려워 말 건네기 어려운 대상이 되기도 한다.
‘여우와 두루미’를 보며 오랜만에 크게 웃을 수 있었다. 비장애인보다 장애인 배우가 훨씬 많이 등장하는 작품이라 얼떨떨한데, 배우들은 ‘어라 이거 장애차별 아니야?’ 싶게 헷갈리는 짓궂은 장난들을 주고받는다.
나루와 주식, 이들은 서로를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는 절친한 사이이다. 나루는 집에 놀러온 친구 주식에게 짜파게티를 끓이게 하고, 주식이 젓가락을 찾으러 간 사이 여자 친구와 함께 짜파게티를 홀랑 다 먹어버린다. 뇌병변장애인인 나루의 집엔 젓가락이 없고, 포크만 딱 두 개가 있을 뿐이다. 약이 오른 주식은 콩자반과 젓가락으로 복수를 기약하고 나루를 집으로 초대해 작은 승리를 거둔 뒤 낄낄거린다. 영화는 이 과정을 유머 가득하게, 대놓고 웃기는 방식으로 담고 있다.
장애, 비장애의 관계 속에서 대놓고 약 올리고 웃기는 일이 가능한 건, 이들 관계에 쌓인 힘의 균형 덕분 아닐까 싶다. 어느 한 쪽으로 쉽게 찌그러지는, 불균형한 힘의 관계에선 우정이나 유머가 어렵다. 우리 사회 안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힘의 불균형 속에 처할 때가 많다. 물론 힘의 열세는 대체로 장애인 쪽이다.
이 작품은 인천의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배경으로 촬영된 작품이다. 나는 이 작품에 오랜 기간 장애인, 비장애인 활동가들이 부대끼며 가꿔온 민들레 공동체의 경험과 힘이 깔려있다고 본다. 장애와 비장애의 구획을 넘어 유머와 자유를 경험하는 공동체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짜장 범벅이 된 입으로 활짝 웃는 나루의 얼굴과 젓가락으로 콩자반을 싹싹 긁어먹으며 기뻐하는 쪼잔한 주식의 모습 덕에 더 잘 웃을 수 있는, 반가운 작품이다.

우리가 꽃들이라면
감독 김율희 | 2020 | 극 | 27분 | 기획·제작 김율희, 유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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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상현은 방과 후 언제나 정우의 집으로 향한다. 앞을 보지 못하는 정우는 언제나 혼자서 영화를 듣고 있다.
상현은 이사를 앞두고, 정우를 위해 영화를 녹음하기 시작한다.
기획의도
사랑하므로, 성장하는 우리.
인권평
우리가 꽃들이라면
-최한별 | 한국장애포럼(KDF)
“나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나는 네 일부로 태어나고 싶었어”
영화를 여는 이 문구가 영화 전체를 따라 흐르는 상현의 마음을 아우른다. 상현은 정우의 오랜 이웃친구로, 방과 후면 으레 정우의 집을 찾는다. 정우는 중도시각장애인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시각장애는 정우뿐만 아니라 상현에게도 낯설다. 상현은 함께 영화를 보다 ‘지금 무슨 장면이야?’라고 묻는 정우에게 우물쭈물,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게 ‘그냥 누가 서있다’고 답한 후 머쓱해 하고, 헤매는 정우의 젓가락을 향해 반찬 접시를 밀어주다 혼쭐이 나기도 한다.
그날 밤 상현은 정우와 함께 보던 영화, ‘우리가 꽃들이라면’을 다시 본다. 사랑의 감정으로 인해 혼란하고 슬픈 주인공의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마치 연애편지를 쓰듯 화면해설을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온갖 미사여구를 잔뜩 곁들인 해설에서 점차 정우에게 딱 맞는 화면해설을 찾아가기까지, 영화는 상현의 분투를 차분하게 따라간다. 이 과정이 너무나 섬세하고 아름답다. 호통 치거나 가르치는 사람 하나 없고, 정우의 장애가 비극과 신파로 묘사되지도 않는다. 자극적인 묘사나 편견에 기대지 않고도, 장애의 특성과 필요, 그리고 장애인을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를 훌륭히 설득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쉽게 만나기 어려운 귀한 영화이다.
영화의 또 한가지 소중한 가치는 퀴어 코드와 장애인권을 아름답게 엮어냈다는 점이다. 원치않는 ‘배려’ 대신 상대의 필요를 정성 다해 살피는 것, 그리고 실패와 반복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섬세히 다듬어 가는 그 고민과 통찰. 이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우리가 무엇을 사랑이라 부르겠는가. 영화를 보고 나면 정우의 일부가 되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속삭이는 상현의 목소리가 우리 마음에 들꽃처럼 피어난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민들레인져
감독 양준서 | 2019 | 극 | 8분 | 기획·제작 양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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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어느 악질의 악당이 한 장애인 자립센터에 오게 된다. 그 악당은 센터 장애인들이 하고싶어하는 수업을 듣지 못하게 하고, 화장실에도 가지 못하게 하며, 금전관리, 또 활동지원 선생님마저도 사라지게 하면서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완전히 차단 시킨다. 이를 걱정하던 학생들은 무득 센터캡틴이 해주었던,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그 들 안에 히어로 에너지를 심어 넣어주었던, 그 날을 떠올리며 “민들레인져”를 외치게 되고, 그들은 악당과 맞서 싸우게 된다. 쉽지 않았던 싸움이지만, 마음을 하나도 뭉쳐 힘 없는 센터 이용자들을 위해 싸워 이긴다. 승리한 “민들레인져”는 사라지게 되고, 약한 자들을 괴롭히는 악당들을 물리치기 위해 우리 주변 어디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남기면서 이 영화는 끝이 난다.
기획의도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좋은 시설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시설에서 나와 자립을 하고 있는 장애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너무나도 힘들게 지내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부터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나 역시 동생이 장애가 있다보니, 많은 따가운 시선들을 받으면서 살았던 것 같다. 내가 보는 동생은 나보다 더 훨씬 커보였다. 그의 능력은 나보다도 대단했기에.. 하지만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사실 그 당시만 해도 “장애인”이 집안에 있으면 드러내지 않으려 해다. 그렇다보니, 집 밖에 그리고 사회에 나와 있는 장애인들은 이상하게 보여졌던 것 같다.
내가 보았던 너무나도 큰 나의 “동생”을 생각하며, 또 “장애인 집회”의 그들의 “투쟁심”을 보면서 무서워 소리 내지 못하고, 차별당하며 살고 있는, 그들의 동지들을 위해 싸우는 “영웅심”을 어린 시절 보며 자랐던 “히어로 영화”처럼 만들고 싶었다.
인권평
-이현아 | 노들장애인야학
2019년 어느 날,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운영하는 학교에 악당이 나타난다. 학교에 도착하여 반갑게 인사를 나누던 사람들은 굳게 닫힌 교실 문 앞에서 꼼짝없이 포위되고 만다. ‘공부하고 싶은데 왜 안 되냐’는 그들의 거센 항의에도 불구하고 악당은 안 된다는 말만 일방적으로 되풀이한다. 심지어 화장실도 못 가게하고, 돈을 불려주겠다는 명목으로 통장도 압수하며, 활동지원사마저 빼앗는다.
주지하다시피,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정복하러 온 악당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교육, 이동, 재정, 활동 지원 등 장애인의 자립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것들이다. 이것들을 지키기 위해 레드 민들, 핑크 민들, 옐로우 민들, 블루 민들, 화이트 민들이 ‘민들레인저’라는 이름으로 뭉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억압당하던 이들이 눈 깜짝할 새 변신하고 능력을 발휘하여 악당을 물리친다. 외부의 전문가나 자선가의 도움을 받는 방식이 아니라, 당사자의 몸으로, 힘으로 말이다.
어린 시절 한 번쯤 보았던 히어로물 패러디 방식이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전혀 유치하지 않다. 중증장애인이 집단수용시설에서 자기결정권을 박탈당한 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자립 생활을 영위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자립 생활을 가로막는 많은 요소는 유효하다. 그것은 턱없이 부족한 장애인 복지 예산이고, ‘아직은 안 된다.’, ‘중증장애인이 어떻게 시설에서 나와서 사느냐’는 염려 혹은 이를 빙자한 차별적인 인식이며, 사회의 무관심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것들에 맞서 싸워왔고, 앞으로도 싸울 힘은 엄청난 무기도 아니고, 초능력도 아닌, 일상을 살아내고 지키고자 하는 당사자의 욕구이다.
영화 엔딩에서 “지금까지도 민들레인저는 어딘가에 꼭꼭 숨어 장애인들의 자립을 방해하는 악당들을 물리치고 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는 메시지는 장애인이 ‘영웅’처럼 우리에게 경이로움을 선사하거나 감동을 주는 존재가 아닌, 우리의 바로 곁에서 일상을 투쟁으로 살아내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유쾌한 방식으로 알려주고 있는 듯하다.

신호등
감독 최지영 | 2019 | 극 | 17분 | 기획·제작 최지영, 이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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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지영이는 서울에서 내려와 남항진이라는 바닷가를 거닐다가 상길이라는 다리가 불편하고 자판기 커피를 뽑는데 도와주고 싶어서 모자란 돈으로 같이 커피를 뽑아주게 된다. 그래서 상길이가 독서동아리에 들어오라는 소리에 망설이다가 독서동아리에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상길이와 친하게 지내게 된다. 그러다 할머니 목걸이를 잃어버리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상길이는 알바를 구하려 다니다 벽에 부딪히고 결국 취직해서 지영이 목걸이를 사고 지영이가 기다리는 곳으로 갈려면 신호등을 건너야 하는데 너무 위험한 신호등에서 넘어지고 만다. 다행히 상길이는 아저씨의 도움으로 건너고 지영이에게 목걸이를 주고 해피엔딩이 된다.
기획의도
장애인 영화라고 하면 우울하고 사회 비판적이어서 비장애인이 공감하기 힘들었는데 우리 영화는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우리 장애인끼리 힘을 합쳐 해보자고 시작됐습니다. 기획의도는 신호등이 빨간색일 때는 멈쳐야 하고 파란색일 때는 안전하게 건너야 하는데 상길이가 건녔던 신호등에 너무나 힘든 장애물이었다. 포기하고 싶을 때 알바할 때 도와준 분의 도움으로 무사히 건넜다. 건널목은 지영이와 상길이를 방해하는 매개체였다. 그러나 상길이는 비장애인의 도움을 받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지영이에게로 간다. 우리 영화는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고 발전가능성이 많은 러브스토리다.
인권평
-박김영희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우리는 조금씩 속도의 차이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적색 신호등 앞에서 같이 출발하기 위해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천천히 자신의 걸음 속도를 인식하지 않고 핸드폰을 보며 여유 있게 건넌다. 그러나 어떤 이는 파란 불을 초조히 바라보며 천근 같은 다리 무게를 끌면서 건너며, 빨간불이 꺼지기 전에 건넜다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의 걸음 속도에 짧기만 한 신호등 시간 때문에 횡단보도 중간에서 다음 초록 등을 기다려야 한다. 이때 어떤 운전자들은 왜 밖에 나왔냐고 비난한다. 신호등 속도에 맞지 않는, 기준 밖의 사람은 ‘여기’에 살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영화 속 지영과 상길이 사랑한다는 것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상길은 빠른 속도가 요구되는 신호등 시간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다. 일하고 싶어도 빠른 속도와 효율성에 맞추어질 수 없는 사람이다. 이 사회는 상길에게 신호등 기준에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누구도 신호등 기준이 ‘누구’에 의한 기준인지 문제제기하지 않는다.
과연 모두의 삶을 보장하는 신호등은 불가능한 것인가. 매일 만나는 신호등 시간에 우리는 익숙해진다. 그것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 이제 우리 안에 있는 익숙하고 당연시되는 기준에 ‘과연?’이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자주. 좀 더 자주 말이다.

바게트
감독 강구민 | 2019 | 극 | 21분 | 기획·제작 강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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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조용하고 손님도 없는 브런치 카페의 사장, 정민! 그녀의 앞에 이상한 하이 텐션의 유라가 나타난다. 초면에 다짜고짜 손가락 엿을 날리는 유라에게 정민은 적잖이 당황하지만, 그녀의 부탁은 의외로 소박했다. 바로 바게트 요리를 배우는 것! 정민은 유라에게 요리를 가르쳐 주기로 하지만, 시도때도 없이 틱을 일으키는 유라의 뚜렛증후군 때문에 그마저도 쉽지 않다.
기획의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너무 어렵습니다. 특히 나와 달라 보이는 사람과의 관계는 더더욱 어려워 보입니다. 왠지 다가가기 어렵고, 나의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지 헷갈리기도 하죠. 그러나 서로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다보면 어느새 친해져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든 관계가 다 그런 마음과 시간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요?
인권평
-박성준 |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한적한 브런치 카페. 카페의 사장 정민. 손님으로 찾아온 유라는 대뜸 손가락 욕과 함께 욕설을 뱉는다. 사장 정민이 욕했냐고 따져 물으니 유라의 대답은 “이게 병이거든요. 투렛증후군이라고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고 몸을 움직이는 거예요. 틱 아시죠?” 이해를 구하는 유라. 유라는 정민에게 간단히 바게트로 할 수 있는 요리를 가르쳐달라고 부탁한다. 이후 여러 가지 요리를 함께 만드는데 그녀의 틱은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틱장애로 인해 대인관계 등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욕을 한다면 그 사람과의 관계는 더 진전될 수 없다. 유라는 욕을 하고 나서 바로 자신은 투렛증후군이라는 병이 있다고 말한다. 장애를 드러내며 상대방이 오해하지 않도록 한다. 내가 솔직히 다가갈 때 그 사람과의 거리도 조금씩 좁혀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영화가 틱장애에 대한 이해를 돕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사장 정민이 유라의 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틱이 있어도 괜찮아!
투렛증후군을 잠시 알아보자! 투렛증후군(Tourette's Disorder)은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나 목, 어깨, 몸통 등의 신체 일부분을 아주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운동 틱’과 소리를 내는 ‘음성 틱’ 두 가지 증상 모두 나타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증상 보유 기간이 1년이 넘는 것을 말하며, 의학적으로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투렛증후군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장애인 등록이 되는 것은 아니다. 2019년 10월 대법원은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내 15개 장애 유형에 포함되지 않은 투렛증후군에 대한 장애등록 거부는 위법이라 판결했다. 장애판정 개선이 되면 투렛증후군을 가진 사람도 장애인 등록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제는 장애 개념을 좀 더 확장하고 이에 맞는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시행해야 할 것이다.

보내는, 편지
감독 김지유 | 2018 | 극 | 19분 | 기획·제작 김지유
- 배리어프리 ⭕
시놉시스
도윤과 어렸을 때부터 오랜시간을 함께한 선우는 지체장애인 이다. 선우에게는 유일한 친구이자 보호자인 도윤. 그런 도윤이 예술고등학교로 편입을 하게 되었다. 함께한 시간만큼 헤어짐을 준비하는 과정이 도윤은 힘들기만 하다.
기획의도
초등학생때부터 중학교에 올라와서까지 많은 시간을 함께한 지체장애인 친구가 있었다. 그 당시엔 힘이 들 때도, 화가 날 때도 있었지만 헤어짐 뒤에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난 지금은 그리움만이 남게되었다. 그 때 당시의 우리를 담아내고자 영화를 찍게 되었다.
인권평
레고 | 심사위원
작품 속 도윤과 선우는 어렸을 때부터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친구다. 선우에게 도윤은 유일한 친구이다. 도윤은 선우의 보호자가 되기도 하고 둘도 없는 친구가 되기도 한다. 이 두 관계를 오가는 마음은 도윤을 지치게 한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비장애학생과 장애학생의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걸까? 서로를 보살피며 평등한 관계 맺기를 연습하는 ‘친구’라는 관계는 통합교육 안에서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의 관계를 어떻게 배치하는가? 장애학생이 따돌림을 당하는 상황에서 비장애학생이 장애학생을 ‘돕는'다면 그 둘의 관계는 친구가 아닌 피보호자-보호자가 되어버린다. 교사는 “또래도우미"라는 이름으로 비장애학생에게 장애학생의 보호자 역할을 요구하기도 한다. 벌점제도가 있는 학교에서는 “또래도우미"가 갑자기 탄생하기도 한다. 벌점을 지우기 위해서는 특정한 ‘선행'을 해야만 하는데, 장애학생을 ‘돕는'일을 통해 선행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비장애학생의 벌점을 삭제하기 위하여 장애학생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어느 날 갑자기 “또래도우미"가 붙여지기도 한다. 이렇게 학교라는 공간에서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은 각각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자와 도움을 받는 자, 보호를 하는 자와 보호를 받는자의 역할을 부여받는다. 한편, 주변친구들에게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의 친구관계는 매우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비장애학생이 대단히 정의로운 사람으로 읽히거나 장애인과 친구라는 것이 창피한 놀림거리가 되기도 한다. 학교라는 제도 속의 이러한 풍경은 작품 속 도윤의 갈등과 같이 장애학생과 평등하고 편안한 친구 관계를 꾸려가기 더욱 어렵게 한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은 누군가가 정해준 위계가 있는 관계만 수행해야 하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나아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그린 <보내는, 편지>는, 친구와 보호자-피보호자를 오가는 관계에 놓였던 감독과 친구를 담아냈다. 서로 다른 모양을 맞춰 나가기 위해서 수 없는 시도를 해야 하는 퍼즐 놀이처럼, 선우와 도윤이 함께 하기 좋아했던 퍼즐 놀이는 갈팡질팡하는 그들의 관계를 닮아있다. 감독은 그 퍼즐 조각들을 모아 <보내는, 편지>라는 완성한 퍼즐을 친구에게 보낸다. 용기가 나지 않아서 읽어보지도 못한 그 친구가 남긴 편지에 부치는 답장으로

뜬구름
감독 정지수 | 2018 | 극 | 22분 | 기획·제작 정지수, 윤규희
- 배리어프리 ⭕
시놉시스
뜬구름 잡는 지수는 우주를 만난다.
기획의도
졸업작품인 만큼 나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사소한 감정에 목숨 걸었던 고3의 모습을 ‘우주’라는 친구를 통해 위로하고 싶었다.
인권평
-김주현 | 심사위원
뇌병변장애인이지만 일반학교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던 내게 가장 난감했던 것 중 하나는 예체능 실기시험이었다. 선생님들은 나에게 다른 아이들과 다른 기준으로 성적을 주셨는데 문제는 그 점수가 매번 다른 아이들보다 높아 성적 정정기간에 교무실에 찾아가 선생님들에게 점수를 좀 낮춰 달라 애원해야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학 입시는 전쟁이었기 때문에 실기 점수가 높게 나와 ‘특혜’나 ‘역차별’로 비쳐지게 되어 눈총을 받게 되면 학교생활이 힘들어지게 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은 그때마다 점수 주는 건 자신의 권한이라며 나에게 핀잔을 주시며 돌려보내곤 했다. 그땐 고마움과 동시에 걱정으로 잠을 설치곤 했지만, 실기점수 문제로 친구들과 트러블이 일어나는 경우는 없었다. 아마도 내가 눈치가 없어 보고 듣지 않는 곳에서 자기들끼리 투덜거리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 ‘뜬구름’은 눈치가 없는 나는 몰랐지만, 청각장애인 우주가 빼 놓았던 보청기를 다시 끼웠을 때 우연히 듣게 된 그들의 이야기다.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크게 공감대를 형성할 정도로 일류대 입학을 위한 무한경쟁의 지옥에 던져져 있는 지금의 아이들. 이들 사이에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주어지는 다른 기준과 조건은 또 다른 의미에서의 차별과 배제의 도화선이 된다.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에 영어 듣기평가를 읽기평가로 대체한다거나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귀마개를 하는 대신 보청기를 빼놓으면 되는 우주의 상황은 그들에게 ‘불합리함’으로 다가온다. 지금보다 더 성적을 올려 좋은 대학에 가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지우에게 장애를 가졌지만 공부 잘하는 우주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담임이 자기를 포기했다고 생각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우주의 험담에 동참해보지만, 지우조차도 그들 사이에서는 ‘말로만 공부 못한다 엄살 피우는 아이’로 찍혀있다. 지우는 그런 자신의 속마음을 우주에게 털어놓고, 그런 지우에게 손을 내미는 우주.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누군가를 적으로 삼아야 하는 이 무한경쟁의 잡히지 않는 뜬구름 사이에서 이들은 과연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