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영화 <우리는 말한다> | 인권평 | 박지원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활동가)


영화 <우리는 말한다> 인권평


박지원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활동가)


은혜 요양원의 상지는 인간다운 삶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밥도 제대로 먹을 수 없었고, 물 한 모금 마시기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시설의 현실이다. 욕실 바닥의 물을 핥아야만 했던 상지의 삶을 통해 시설이 ‘돌봄’이라는 명목 하에 얼마나 비인간적인 환경을 강요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영화는 은혜 요양원 앞에서 상지와 동료들이 겪은 장면을 통해 시설의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구조를 드러낸다. 거진 평생을 살았던 곳을 잠시 돌아보려는 시도가 시설 관계자들에 의해 거절당하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장애인을 가두고, 지역사회에서 그들의 존재를 감추려는 시설의 본질이 그대로 드러난다. 

영화는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작은 자유들이 일부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한 꿈’으로 느껴질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밥을 먹고 싶을 때 먹고, 친구를 만나고 싶을 때 만나고,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조차 제약을 받는 삶. 시설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에게는 자기 결정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철저히 박탈된다. 무엇을 먹을지, 언제 자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든 것이 다른 이의 결정에 의해 좌우된다. 이것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넘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자유를 말살하는 구조적 폭력이다.

최근 울산 태현 재활원에서 밝혀진 참상은 시설의 폭력성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인권 참사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한 달 동안 890건에 달하는 폭행이 일어난 사실은 그곳에서 벌어진 폭력의 일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시사한다. 37년간 운영된 시설에서의 폭력은 단 한 번도 고발되지 않았으며, 국가와 지자체, 시설 운영자 모두 그 책임을 외면했다. 이러한 폭력은 우연히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장애인을 지역사회에서 격리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이 초래한 필연적인 결과이다.

장애인을 지역사회에서 격리하는 구조 속에서 폭력은 반복되고, 감춰지며, 용인된다. 그리고 우리가 이를 외면하는 한, 이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탈시설을 반대하는 이들은 “시설에서 나와도 결국 가족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하지만 장애인의 삶을 가족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이 구조 자체가 문제다. 장애인이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와 지역사회는 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장애인이 삶의 주체로서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

단언컨데 시설은 사라져야한다. 시설이 사라져야 하는 이유는 단지 그 공간이 비인간적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것이 제도적, 사회적 폭력을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제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조상지 감독이 '말'하는 장애인도 시설 밖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자유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그 답을 영화에서 모두 찾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