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권영화 <장애인 이동권 투쟁보고서 - 버스를 타자> | 이제 장애인도 함께 이동하겠습니다! 우리가 함께 사회를 이동시킵시다! | 전장연 이재민 활동가


이제 장애인도 함께 이동하겠습니다! 우리가 함께 사회를 이동시킵시다! 


이재민(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 활동가)


“버스를 탄다.” 비장애인에게는 고민조차 필요하지 않은 문장이다. 하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 버스는 차별버스와 저상버스로 나뉜다. 그만큼 이동할 권리는 누군가에게는 생각조차 필요하지 않은 당연한 무엇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일상을 번번히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이 영화는 22년 전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시작되었던 그 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묘한 기시감이 다가온다. 이 이야기가 과연 과거의 이야기인가, 지금의 이야기인가. 비단 정책 변화만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의 태도, 공무원들의 입장, 지하철에 서있는 활동가들. 누군가는 계속하여 그 자리에서 권리를 외치고 있고, 어떤 이들은 그 권리에 대해서 논박할 필요도 없는 말들을 여전히 되풀이 하고 있다.

검토해보겠다. 점진적으로 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장애인만 예산은 편성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렇게 예산을 쓰면 나라가 망한다 등.

선로 위에서, 버스 앞에서 자유권적인 기본권을 외쳤던 장애인들의 존재 투쟁으로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이 2005년 제정되었다. 그리고 정확히 18년 뒤, 장애인 활동가들은 다시 출근길 지하철 승강장으로 내려갔다. 법이 제정되었지만 저상버스 도입률은 30% 언저리에서 멈춰저있고, 장애인 콜택시는 정해져있는 수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비장애인은 카카오 택시를 불러 1분만 넘어가도 답답해하지만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장애인 콜택시를 불러 30분 안에 온다고 하면 그래도 금방 잡히네 라고 생각하는 사회. 이 사회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래서 다시 출근길 지하철로 내려갔고 올해 1월부터 저상버스의 도입이 의무화되었다. 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는 고속버스가 전무한 상황에서 장애인 콜택시의 광역운행과 24시 운행을 무조건 지자체가 이행하도록 시행령에 명시했다. 그러나 예상했듯이 지자체와 중앙정부는 명확한 문구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장애인의 이동할 권리를 온갖 핑계를 대가며 유예하고 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과 질문을 나누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불법을 저지르는 국가 권력에 대하여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심지어 그 불법이 22년이나 지속되었다면 더 이상 눈 감고 이를 지나치는게 정당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