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영화 <여기가> | 모순이라고? 그것이 진실이라서 | 유지영(22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집행위원)


모순이라고? 그것이 진실이라서


유지영(22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집행위원)


장애인거주시설 '향유의 집'을 폐쇄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설에서 나와 지원주택에서 살아가는 중증장애인 당사자 은숙, 성희, 지원을 다룬 영화 '지원주택 사람들', '향유의 집' 건물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지어질 장애인 자립지원 매입임대주택 '여기가'를 다룬 영화 '여기가'까지.

시간 순서대로 흘러가기에 마치 하나의 다큐멘터리처럼 보이기도 하는 세 편의 작품은 현재 한국 사회를 둘러싼 '탈시설'과 관련된 운동 과정, 그리고 논의를 성실한 태도로 빼놓지 않고 기록한다. 여기서 성실한 태도란, 그저 의례적으로 꺼내놓는 미사여구가 아니라는 점을 이들 영화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20년 넘게 먹고 자고 살던 시설을 갑자기 떠나라니? 탈시설 과정에서 과연 100%의 만족과 100%의 행복이 있을 수 있을까? ‘향유의 집’이 폐쇄되는 과정에서 20년 넘게 살던 시설을 떠나는 불만을 표하는 이들(‘그럼에도 불구하고’)이 생기고, 당연하게도 지역 사회에서 부대끼면서 살아가는 일(‘지원주택 사람들’)은 녹록하지 않다. 그래도 새로운 목표에 향하는 지난한 과정(‘여기가’)을 따라가다 보면 탈시설을 해낸 당사자들 역시 입체적이라는, 결국 그렇기에 진실하다는 생각이 무리 없이 생겨난다.

이들 탈시설 영화의 탁월한 대목은 이런 불안감까지 모두 다룬다는 것이다. 모순적으로 보일지언정 당사자의 삶을 특정한 틀 안에 끼워 넣지 않으려 하는 카메라는 당사자의 삶을 존중하는 ‘성실한’ 방식으로 기능한다.

“아들에게 신세 지기 싫어” 자진해서 들어온 터라 시설을 나가는 일에 불만을 표하던 이정자 씨가 지원주택으로 이사를 와서 취향껏 고른 주황색 소파를 소개하는 대목은 특히 영화의 백미다. 이 빛나는 삶을 담은 영화를 집중해서 끝까지 따라가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