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권 영화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 함께 싸우면 세상은 나아진다 | 박지원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활동가)


함께 싸우면 세상은 나아진다


박지원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활동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날은 공교롭게도 세계 장애인의 날이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국회의사당역에서 1박 2일 농성을 벌였다. 그날 저녁, 우리는 자막과 수어 통역조차 없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영상을 보며 침낭을 던진 채 국회 앞으로 달려갔다. 다음날 예정되었던 집회는 계엄령으로 취소되었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뒤 이른 아침 국회 본관을 찾아갔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시대로"라는 피켓을 든 활동가들에게 탄핵 지지자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라는 구호에 방해된다며 피켓을 내려놓으라고 비난했다. 그 순간 우리는 민주주의를 외치는 이곳에서도 배제되는 현실에 모멸감을 느꼈다. "윤석열 탄핵을 같이 외칠 때는 나도 시민 같았다"라는 한 당사자 활동가의 말을 듣고 나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 주 토요일, 윤석열 퇴진 집회에 참여했을 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증장애인들은 행진에 참여하기 위해 경사로를 찾아 헤매야 했고, 결국 없는 길을 개척하며 나아가야 했다. 한숨을 쉬던 나를 보며 한 동료가 말했다. “박근혜 탄핵 때는 장애인이 이런 곳에 왜 나왔냐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때보단 나아졌네. 하하.” 쓴웃음을 짓는 동료를 보고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릿속이 뒤엉켰다.

민주주의 광장에서 장애인은 늘 최전선에 있었다. 전장연의 지하철 행동은 비장애인 중심 사회의 한복판인 아침 출근길에서 모든 질타를 감내하며 이어졌다. 영화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철저히 장애인을 소외시키고 무시해 왔는지를 고발하며, 동시에 이들이 보여준 끈질긴 투쟁의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혐오의 장을 열며 쏟아지는 기사들, 전장연을 불법단체로 호도하는 정치인들의 목소리, 그리고 “이러면 더 싫어진다”라는 시민들의 비난. 그 모든 배제 속에서 시민으로 여겨지지 않던 존재들은 계속해서 외친다.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감옥 같은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고 싶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는 ”현재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하철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이 영화는 2021년부터 시작된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행동을 기록하며 만들어졌고, 2023년에 상영했다. 그러나 곧 2025년을 맞이할 지금까지도 투쟁은 같은 자리에서 계속되고 있다. “장애인도 시민으로 함께 살고 싶다”라는 이 단순하고도 절실한 요구는 단지 최근 몇 년간의 이야기가 아니다. 시민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 전장연은 지난 수십 년간 끊임없이 거리로 나섰고, 지하철을 멈춰 세웠으며, 차가운 시선과 거센 반발 속에서도 저항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영화는 현장을 기록하고, 기록은 우리 사회에 강렬한 질문을 던진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과거의 투쟁은 현재를 가능하게 했고, 현재의 투쟁은 미래를 만들어간다. 최근 여의도에서 광화문, 남태령역을 지나 혜화역에까지 번져온 연대의 물결이 일렁인다. 온 거리가 광장이 되었다. 여전히 우리는 질문을 던진다. '장애인은 시민인가'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가'. 광장을 밝히는 수많은 불빛은 새로운 답을 내릴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반드시 세상을 바꿀 새로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것이다. 혼란한 정세 속에서 내가 다시금 이 영화를 꺼내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