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고받은 () : 노력

주고받은 () : 노력 | 2023 | 다큐 | 11분 21초 | 연출 한소리



 

시놉시스


‘보고자 하면 보일 것이고, 듣고자 하면 들릴 것이다’

청각장애를 가진 엄마에게 이 세상은 속삭임으로 가득 차 있다. 조용한 세상에서 사람들의 말은 ‘입모양 읽기’로, 그 소리를 감각한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줄곧 온갖 상점이나 은행, 동사무소, 공항 같은 곳에 엄마와 갈 때면 항상 나는 그녀를 대신해서 말했다. 그것이 더 편하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게 20년 이상 지속되었다. 엄마가 직접 세상과 소통하는 대신 내가 나서는 게 요즘 사회에서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공항에서의 소통 또한 당연히 나의 몫이었는데, 엄마랑 나는 이제 이걸 깨보기로 했다. 엄마는 매일을 이루는 대화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오가는 공항이라 조금은 낯설기도 하지만, 엄마는 자신감 넘친다. 크고 작은 긴장과 걱정을 잔뜩 안고 있는 것은 오히려 나였다. 엄마의 옆자리에서 벗어나 멀찌감치 떨어져 엄마를 가만히 바라보고, 영상을 편집하는 내내 프레임 속의 엄마를 반복해서 보는 과정을 거치니 겁쟁이는 나였다는 걸 더더욱 깨닫는다.




인권평


나는 너를 이해하기 위해 무엇을 주고 받았다

-장호경 (22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집행위원)

 

“살아오는 동안 사람을 귀하게 여길 줄 알고 그 마음을 소중히 할 줄 알고 너 때문이 아닌 내 탓으로 마음의 빚을 지지 않으려 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는 걸 배웠더라.”

엄마는 한 식당의 이 글귀를 읽는다. 딸은 엄마의 발음을 교정해 준다.

엄마는 청각장애인이다. 엄마는 입 모양을 읽고 입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청인이 듣기에는 부정확하다. 딸은 그런 엄마를 대신해 세상과 소통한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는 엄마가 직접 세상과 소통하기로 한다. 엄마를 지켜보는 딸. 여행 내내 이어지는 딸과 엄마의 대화. 딸은 엄마가 음악을 어떻게 느끼고 춤을 추는지 궁금하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엄마의 세상이 궁금하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딸과 엄마의 대화 내용을 이해하고 서사를 따라가는 감상은 그리 중요치 않다. 청각장애인인 엄마와 청인인 딸이 소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주고받고 있는가를 발견해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감독은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화면분할 편집을 시도한다. 이 좌우 이분할 화면은 굉장히 흥미로운데 왼쪽과 오른쪽 모두 대화를 주고받고 있는 두 사람의 얼굴 위쪽이 클로즈업되어 있다. 주로 말을 하고 있는 엄마의 시선은 위를 향하고 있고, 주로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딸의 시선은 아래를 향하고 있다. 딸은 자신이 이야기할 때만 잠깐 잠깐씩 시선을 위로 든다. 그리고 이어지는 화면에서는 말하는 엄마의 입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준다.

 

청인들은 청각장애인의 입말을 어떻게 알아들을 수 있을까. 감독은 편집 기법과 극단적인 클로즈업을 통해 관객에게 이것을 경험하게 해준다. 엄마의 온전한 얼굴이 보였을 때, 눈만 보였을 때, 입만 보였을 때. 그리고 신기하게도 온전하게 엄마의 얼굴이 보였을 때가 엄마의 말을 가장 잘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말하고 듣기, 소통의 매커니즘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다. 무엇을 보고, 듣는가. 어떻게 보고, 듣는가에 대한 재경험. 단순한 소리 정보만으로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의 표정, 몸짓 같은 비언어적인 정보들과 소리 정보가 합쳐졌을 때, 그리고 그 사람을 이해하고자 하는 나의 노력이 합쳐졌을 때 비로소 대화는 이루어지고, 소통에 가까워진다.

 

감독은 이 영화의 제목에 빈 부분을 남겨두었다. ‘주고받은 ( ) : 노력’. 영화를 보는 내내 엄마의 말을 듣기 위해 노력해 보자.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 나는 괄호 안에 과연 무엇을 채워 넣을 것인가.




제작진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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