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고받은 ( ) : 노력 | 22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 24.04.20 폐막식_관객과의 대화 속기록


(최한별) 저는 오늘 관객과의 대화 사회를 맡은 한국장애포럼에서 근무하는 최한별입니다. 폐막식까지 함께해 주신 관객분들 감사드리고 아마 폐막작을 보고 나서 영화에 대해서 궁금하신 것도 많으실 테고 또 감독님, 옆에 계신 분들은 누구신가는 궁금하실 텐데 직접 본인 소개들을 간단하게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소리) 안녕하세요? 저는 <주고받은 노력> 만든 한소리라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오재형) 안녕하세요? 저는 오재형 감독인데 작년에 양림동 소녀라는 영화로 작품을 선보였고 올해는 이 영화 연출이 아니라 이 영화의 음성해설 대본을 작성했습니다. 저 혼자 한 것은 아니고 한소리 감독님, 영훈 님, 해인 님과 네 명이서 머리를 맞대고 함께 했고, 음성해설 작가 자격으로 나와서 인사를 드리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최한별) 사실 폐막작 <주고받은 노력>은 저도 프로그램 위원으로 영화제에 참여했습니다만, 프로그램 위원회에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었습니다. 만장일치로 폐막작에 함께 많은 시민분들과 함께 보면 좋겠다고 했고요. 그런데 한 가지 저희가 보면서도 너무 좋았지만 조금 뿌옇게 느껴졌던 '뭔가 와닿는 것 같은데 약간 뭘까? 뭘까?' 하던 것들이 감독님께서 추가적으로 설명해 주신 ‘일부러 자막을 넣지 않았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배리어프리 버전이라서 자막이 들어가 있지만 처음에 제출본은 자막이 없었고 의도적으로 눈을 가리거나 입을 가리거나 이런 화면 해설 구성도 해 주셨어요. 감독님께서 이 영화를 통해서 이런 이야기를 건네고 싶었다는 부분들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 주시면 아마 영화를 보고 지금 마음에 여운이 남으신 분들께 명확하게 영화를 담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한소리) 우선 제가 영화를 만들기 전에 잠깐 유튜브를 했었는데요. 그때 엄마가 저를 찍어준 영상들을 만들어왔었어요. 저는 이제 그때 외부활동이 거의 없을 때여서 가장 먼저 제 영상을 보는 사람이 엄마였는데 엄마가 집에서 드라마보다도 제 유튜브 영상을 틀어놓고 귀로 계속 듣더라고요. 그런데 왜 자꾸 보냐, 민망하게, 만든 사람 앞에서. 그랬더니 "재미있다, 계속해서 보고 싶고 듣고 싶다" 엄마는 내가 나와서, 딸의 모습이 재미있어서 그런 건가? 하던 게 있었거든요. 그런데 언제 한번 엄마의 이야기를 만든 적이 있었는데 엄마가 그 영상도 계속 듣더라고요. 본인 이야기인지도 민망하지 않냐 했더니 내 모습이 이렇게 담기는 게 신기하다, 좋다, 그리고 조금 슬프다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런데 슬퍼하면서도 웃기대요. 그런데 엄마가 선택한 단어들이 진짜 재미있어서 웃기다도 있겠지만 뭔가 되게 복합적인 의미로 다가왔거든요. 그런데 그런 기억이 있다가 영상 작업을 할 때 이 영상은 학교에서 다큐멘터리 수업을 듣는데 타자에 대한 주제를 담으라는 영상을 만들기도 했었는데, 엄마를 담다 보니까 제일 먼저 이 영상을 봐야 할 사람은 엄마고 엄마가 가장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을 택해야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있었고 그러다 보니까 엄마가 보통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저랑 이야기할 때, 바깥 사회에서 생활을 할 때 너무 많은 정보를 얻으려고 굉장히 피로한 상태에 놓여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눈을 이리저리 두고 손에 집중을 한다거나 이런 집중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애초에 시각적인 것을 제한해 버리자는 게 있었고 대신에 엄마랑 저의 목소리를 최대한 많이 담아보려고 했고 그런 게 조금 섞여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리고 흑백으로 처리한 것에 대해서는 저도 왜 그런지 아직 이유를 찾아가고 있는 중인데요. 엄마랑 저에 대한 관계나 청각이라는 감각에 대해서 다룰 때는 약간 당연하다시피 제가 영상을 편집할 때부터 흑백으로 다 돌려놓고 영상 클립을 확인하는 편이에요, 엄마와 관련된 영상의 경우에는. 그게 저도 배우고 있는, 찾아가고 있는 것이기는 한데 청각적인 것에 집중하려고 하다 보니까 일부러 택하는 것일 수도 있겠고 제 스스로도 편집하면서 최대한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하는 선택인 것 같기도 하고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흑백이 좋아서 일단 그렇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최한별) 안 그래도 흑백으로 처리하신 게 이유가 있을까 궁금했는데 자연스럽게, 뭔가 어머님과의 관계를 쌓으면서 내면의 빅데이터 같은 것들이 감독님을 흑백이 편안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싶네요. 감사합니다. 감독님이 담고자 하는 메시지나 의도 같은 것들을 오재형 감독님도 알고 같이 논의하면서 또 이 배리어프리 작업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부분들을 중점에 두고 음성해설 작업하셨을지는, 혹시 특별히 어려웠던 부분은 없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오재형) 이 영화 보시면 아시겠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영화의 문법과는 좀 많이 달라요. 가령 보통 영화들은 대사 위주로 내용이 전개되고 또 상황 위주로, 말소리를 주고받는 대화를 들으면서 상황을 이해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데 이 영화 같은 경우에는 어머니가 청각장애인이기도 하다 보니까 청각 위주로 세팅하셨다고 하지만 우리가 아는 청각과는 전혀 다른 거예요. 이미지 중심적인 화면들이 많고. 그렇다 보니까 어머니가 가령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 아니면 어머님이 공항에서 대기하는 장면이 내용에 비해서 길어요. 저기에는 감독님의 어떤 의도가 숨어 있을까, 계속 반복적으로 보는 와중에 그것을 알아차리고 음성해설 작업이라는 게 한 문장을 이렇게 구성할 때도 전체의 연출 의도를 꿰고 있어야 어떤 단어 하나를 쓰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이 영화 역시도 그렇게 어머니와 딸의, 둘의 어떤 주고받는 감정, 감각 같은 게 어떻게 잘 전달될 수 있을지 그런 것을 계속 고민하면서, 그리고 마지막에 감독님과 만나서 의견을 나누면서 작업을 했던 것 같습니다.

 

 

(최한별) 제가 전해 듣기로는 음성해설 같은 것을 같이 의논하시면서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아는데 맞나요?

 

(한소리) 네.

 

 

(최한별) 감독님이 음성해설도 같이 고민해 주셨을 텐데 두 분이 작업하시면서 음성해설에, 그러니까 배리어프리 버전이나 이 영화와의 조화라고 할까요, 어떤 점에 집중하기를 원한다, 아니면 이런 부분에 좀 더 신경을 썼으니 좀 봐주십사 한다거나 좀 배리어프리 제작 과정에 대해서 또 관객분들께 전달해 주고 싶은 메시지나 포커스가 있으실까요? 두 분 모두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재형) 제가... (웃음) 이번 영화 같은 경우에는 영화 자체도 실험적으로 조금 만들었기 때문에 음성해설 역시 실험적으로 가야 하나라는 생각을 처음에 했었고. 하지만 음성해설은 조금 더 그것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이렇게 구성을 해서 조금 더 이 영화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좀 더 다가갈 수 있도록 그런 식의 전략을 취했던 것 같고. 한 가지 되게 딜레마였던 점은 저도 이 영화를 반복적으로 보면서도 처음에 자막이 없었어요, 영화에. 그것은 어머니의 목소리를 순수하게 들려주려는 감독님의 의도도 있었지만 보는 저로서는 여러 번 봐도 도저히 알아듣지 못하는 그런 대사들이 있었거든요? 그런 대사들을 어떻게 오디오로만 가능하게 만들지, 그래서 한 장면을 보면 음성해설의 한 대목에서는 딸이 엄마를 이해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되게 앞에 딸과 모녀의 대화를 압축해서 요약해 주는 대본도 있어요. 그런 것은 음성해설이 자기 역할을 넘어서 영화에 조금 더 한 발짝 들어간 케이스라고 할 수도 있고 이 영화는 그냥 소음 같은 것도 있잖아요? 보면 왜 저렇게 처음에 녹음을 했지? 시끄럽고 잘 안 들린다, 그런데 그런 것조차도 영화적 감각으로 감독님이 의도하신 것 같아서 그런 노이즈도 같이 감상의 영역으로 들어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하면서 저는 작업을 했습니다.

 

-(한소리) 제가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게 회의하면서 스크립트 짜면서 대사가 없다 보니까 3분 영상 만드는 데 1시간 30분 동안 쉼없이 회의를 했었던 그런 것도 있었고 특히 공항, 체크인 수속 하고 있는 엄마 모습을 담을 때는 카메라의 움직임을 카메라라고 말할 거냐, 화면으로 할 거냐. 그런데 10초 내외의 짧은 순간인데도 방금 부분은 카메라 같은데? 다음 장면에서는 화면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그 둘의 차이는 뭐냐, 그런 미세한 차이에 대해서 단어 선택도 하고 그랬는데요. 그 과정을 거치면서 느꼈던 것은 결국 제 기준에서 어떻게 생각했던 문장들을 제 기준이 아니라 이게 다 타인의 관점에서 이 장면이 어떻게 읽힐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고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또 만약에, 만약을 더하면서 검토를 계속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문장을 다듬고 단어를 바꿔보고 이렇게도 말해보고 저렇게도 말해보고 했는데 그 과정에서 뭔가 제 기준에서 더 이상 생각하면 안 되겠다는 것을 좀 배우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 음성해설에 대해서 더 공부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됐고요.

약간 논외로, 처음에 먼저 이렇게 짜주신 스크립트를 메일로 보내주셨어요. 그거를 지하철에서 이렇게 읽었었는데 제가 만든 영상을 한 자 한 자씩 자세하게 기록해 준 대본을 보니까 뭔가 되게 편지를 선물받은 것처럼 그 대화에 집중해 주었다는 게 너무 느껴져서 이게 굉장히 소중한 작업인 거구나,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이것을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들었던 것 같아요.

 

(최한별) 감사합니다. 왜냐하면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모두가 접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배리어프리하게 만들고 있는데요. 프로그램 위원 하면서 모두가 같이 고민하는 것이 배리어프리 과정에서 자칫 작품의 풍성함이 납작해진다거나 이 관점으로만 관객들을 보게 한다거나 이런 고민들을 영화제에서 늘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두 분의 창작자로서 또 그것의 새로운 창작, 어떤 편지 받은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런 성장을 해 가시는 논의나 영화제 안에서도 고민이 많을 텐데 그것이 소중하게, 알차게 남았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도 있고 두 분 어떤 논의하셨을지도 궁금하네요. (웃음) 언젠가 영화제에서 정리를 해 주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최한별) 저희가 시간이 많지 않은데 관객분들의 질문이 굉장히 많으실 것 같아요. 그래서 혹시 질문이 있으신 분들은 손을 들어주시면 관객에서 저희가 관객분들께 질문을 좀 받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플로어) 안녕하세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한소리 감독님 작품 보러 왔는데, 덕분에 이런 좋은 자리에 올 수 있어서 너무 감격스럽고요. 그리고 제가 궁금했던 점은 감독님의 영화 그 자체에서인데요. 감독님께서 이 영화를 <주고받은 노력>라는 영화를 만드시면서 어떤 감정을 느끼셨는지, 그리고 그냥 드는 생각에 대해서 가감없이 한번 들어보고 싶습니다.

 

-(한소리) 저는 편집하는 과정도 되게 중요했는데요. 초반에 버스 장면이 굉장히 길게 나온 것도 사실 제가 영상을 틀어놓고 엄마를 계속 바라봤고 다 바라본 것 같다 했을 때 멈춰서 거기서 잘라서 이어붙인 거거든요. 그래서 사실 그만큼 제가 엄마를 바라보는 감정이 엄청 녹아 있다고도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다가갔을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엄마를 바라보면서 느꼈던 것은 버스 장면 같은 경우에는 제가 만약에 영상을 찍지 않고 평소 같았으면 '아, 이따가 가서 엄마가 짐 부치는 거, 그다음에 몇 번으로 들어가야 하는 거, 들어갔으면 들어갔다고 나한테 카톡 보내라고 하는 것. 왜냐하면 거기서 엄아를 들여보내고 나면 그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거니까 저는 항상 물가에 내놓은 아이 보듯이 엄청 막 했어요. 그런데 엄마는 그때마다 "알았다고. 알았다고." 그 이야기를 들어줬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것도 신경 안 쓰고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는데 엄마가 내가 너무 필요 이상으로 걱정하고 있었구나를 편집하면서 느꼈던 것 같아요. 엄마가 했던 이야기를 그 순간에는 까먹어버리고 이랬어서, 지금 정리가 안 되는데... 엄마가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었고 제가 겁이 진짜 많았구나. 사서 걱정하는 것도 되게 많고 이렇다는 것을 좀 깨달았던 것 같고.

영화를 만들면 엄마한테 보여줬을 때 엄마가 저한테 들려준 피드백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그 뒤에 자기 클럽 이야기하는 거 너무 재미있지 않냐고 (웃음) 본인이 본인에게 되게 만족해하는 게 느껴져서 그게 되게 웃겼고 영화제 앞두고 나서 사람들한테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다고,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대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오늘 씻으면서 생각을 했는데 결국 엄마가 재미있어하는 게 물론 본인이 나와서도 재미있겠지만 이것을 통해서 이야기의 장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엄마의 피드백이 저한테 영화 만들 때 굉장히 중요해서 그런 말도 다음 작업에서 좀 반영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아무튼 엄마를 알아가고 앞으로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생각하게 됐던 작업이었던 것 같습니다.

 

-(최한별) 마지막으로 두 분께 앞으로 어떻게 사실은 좀 더 어두워져가는 것 같은, 혐오의 시대로 접어드는 것 같은 한국 사회에서 영화로 계속해서 투쟁의 불씨를 틔워주실지, 어떻게 권리의 장과 연대해 주실지에 대해서 잠깐 앞으로의 방향도 말씀해 주시기는 했지만 앞으로의 계획, 작품 방향에 대해서 한말씀씩 마지막으로 청해 듣고 자리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오재형) 저는 일단 그 말씀을 못 드렸어요. 제가 여기 이 자리에 앉게 된 것이 작년 11월에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주최하는 배리어프리 음성해설편 제작 학교를 11주차 수업을 수료해서, 그래서 이 팀에 합류를 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그런 과정으로 오게 됐다고 말씀드렸고.

저도 제 영화를 이렇게 음성해설을 해봤지만, 또 남의 영화를 이렇게 하는 과정에서 영화에 대한 해석을 주고받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의미 있었고 또 이렇게 음성해설 대본을 쓴 사람을 무대 게스트로 세워준 것은 처음이라 뜻깊고 앞으로의 계획은 하나 말씀드리면 작년에 저희 어머님이랑 양림동 소녀 작품을 했을 때 출판하고 싶으셨어요. 여기에 출판사 있으면 명함달라고 했는데 명함 받았고 5월에 출판을 합니다. 그래서 5월 초에 양림동 소녀가 출간돼서 많이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소리) 저는 꾸준히 엄마와 저에 대한 작업을 이어갈 것 같고요. 이번 영화 만들면서 제 자신을 많이 돌이켜 보게 돼서 아마 좀 제가 싫어하는 제 모습들이 있거든요? 엄마한테 미안한 것도 있고. 그런 작업들을 엄마가 찍은 영상들로 만들어서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