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관객과의 대화 <김기영의 조각들>



■ 일시 : 2026.05.22 (금) 15:15-16:25

■ 장소 :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음홀

■ 사회 : 백인혁(한국장애인자립생활지원협의회 활동가) 

■ 패널 : 민아영('김기영의 조각들' 감독), 최현영 국장, 장성예님




Q1.  영화 잘 보셨나요? 네, 마치 중력이 달라진 것과 같은 울림을 주는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사회를 맡은 백인혁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사실 저는 이번이 두 번째로 보는 건데요. 처음에도 그랬지만 계속 그 ‘조각’이라는 단어가 주는 여운이 큰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물체가 흩어진 파편화된 상태를 말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두루뭉실한 상태에서 구체적인 형상을 만들어가는... 영화는 그 두 가지 의미를 다 담고 있는 것 같은데요. 73년생. 그리고 사라진 20년의 시간, 1년 6개월의 자립생활, 4년간의 요양병원의 생활. 이런 짧은 요약만으론 설명되지 않는 삶이 있는 것 같고요. 이 자리에는 그 삶을 기억하고 기록한 분들께서 나와주셨습니다. 한 번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영 대구센터에서 자립생활주택을 담당하는 최현영입니다. 


민아영 '김기영의 조각들'을 찍은 민아영 감독입니다.


 


Q2. 원래는 민 감독님꼐 이 영화를 제작한 배경에 대해 여쭙고 싶었는데 뒤에 이어지는 질문들에서 자연스럽게 말씀을 해주실 것 같아서요. 우선 세 분께 공통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김기영씨와 그 동료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영화로 남겨야겠다 결심한 순간이 있었나요? 그리고 세 분에게 '잊혀진다'는 말이 어떤 무게로 다가오는 지도 궁금합니다. 


아영 : 제겐 '잊혀진다는 것'은 '기억되지 않는다'와 같은 의미인데, 그건 '그저 흘러간다'는 것과 비슷해요. '매일 똑같이 하루가 지나갔어'라고 생각하지만 그 중간중간 '이건 기억해두고 싶다' '붙잡아 두고 싶다' 같은 마음이 발동되기도 할 거에요. 근데 김기영님 같은 경우는, 처음엔 분명 그러시던 모습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묻지도 못하고 흘러가는 해가 많았던 것 같고요. 그래서 돌아가신 후에 이걸 제대로 기억하지 않으면 그냥 이렇게 흘러갈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근데 자립생활시간도 사실 2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이었으니까, 기록이 많이 되어있지 않더라고요 희망인분들을 제가 19년부터 기록을했었는데 실제 영상 안에선 기영님이 별로 없었어요. 그때 저는 '내가 정말 기영님 일상을 모르는구나'란 걸 알았어요. 촬영본이 별로 없다고 해서 놔둬 버리면 요양병원 시설 있었을 때의 그와 내가 뭐가 다른가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뚜렷하게 어떤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도 없었던 것 같고. 그게 너무 못난 거예요. 

근데 그 장례식장에서 추모발언을 하고 기영님에 대한 기억을 말하는 사람들은 너무 진심이었거든요. 날을 새며 말을 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저도 그 틈바구니에 끼고 싶었아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기억하는 일을 제대로 해야 했고요. 질문에 맞는 답인진 모르겠지만... 이 작업하는 동안 매우 따뜻했어요. 그리고 슬프고, 안타깝게만 기억되는 건 저의 단편적인 감상같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왜냐면 기영님 삶을 보면 아픈 부분도 있지만 자신의 삶에 연결되는 존재로 있었거든요. 


성예 : '기억한다는 것'과 '잊혀질까 두렵다', 저는 이 두 개가 비슷하게 받아들여져요. 사람은 다 세상을 떠나고, 저도 먼저 보낸 친구나 가족들이 있는데요. 그러면 사실은 당사자에 대한 기억을 대게 장면으로 기억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장면들을 통해서 관계들이 만들어지고, 추억도 만들어지고, 함께 그 사람을 추억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아까 영상에도 나왔지만 시설에서의 오랜 시간동안 기영님이 기억되는 모습은 사진 몇장이 전부더라구요. 


현영 : 저는 저희 자립생활주택에 입주를 하시는 탈시설 당사자분들을 생각하면서 잊혀질까봐 두려운 마음에 대해 곱씹게 됐어요. 시설에 계시는 대부분의 분들은 한 생애의 나로서 기억되기보다 케어가 필요한 사람, 사회에 도움이 많이 필요한 사람,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으로 낙인되는 게 다반사잖아요. 사람의 생애 중 의미 없는 생애가 없는데도 말이에요. 저희가 작년에 기영 님을 보내면서 김기영 님, 그리고 나로서 살아갔던  그런 시간이 시설 생활보다 너무 짧아서 아쉬웠어요. 그래서 시설에서 살던 그 모습으로만 기억될까봐, 잊혀질까봐, 그게 많이 안타깝고 두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잊혀질까 두렵다는 것은 김기영 님과 지금 시설에서 나오시는 분들, 자립을 준비하시는 분들의 삶의 무게라고 저는 생각을 했습니다.




Q3. 이제 희망에 대해 질문해보고 싶은데요. 영화에서는 희망원을 탈시설한 기영씨와 그 동료들을 두고 ‘희망인’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더라고요. 자립생활을 시작한 희망인들이 빚어낸 희망을 발견한 순간들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현영 : 사실 오늘 영화제 포스터를 처음봤는데요. 실물로 보니 문구가 너무 와닿는 거예요. 탈시설 당사자분이 말씀하신 거라고 하더라고요. 시설에서 가장 케어가 어렵다고 했던 중증중복장애인도 사회에 나와서 직접 시행착오를 겪고, 부딪히며 살아가는 것을 저는 늘 옆에서 봐왔어요. 사실 저희가 변화라고 하면 거창한 걸 말하려 하잖아요. 근데 그런 변화가 아니라 눈빛과 표정, 몸짓에서 아주 미세한 변화가 느껴지는데 저흰 그게 변화라고 보거든요. 그게 희망처럼 보였어요. 그분들이 소소하게 내 공간에 대한 안정감을 찾고, 거기에서 본인들의 어떤 삶을 살아가는 것들이 저는 참 보기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예 : '모든 장애인들은 지역사회에 살아야 한다'는 큰 전제와 원칙을 가지고, 엄청나게 열심히 싸우고 요구한 과정들을 통해서 정말 기적적으로 이 아홉분이 나오신 거였어요. 사실 나오는 과정중에도 이분들이 사회 나와서 살 수 있는 인프라가 없었어요. 그 전에 이런 분들이 나오신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래서 이 과정은 사실 없던 인프라를 만들었던 과정이었거든요. 시에 이거 있어야 한다, 저거 있어야 한다고, 구청 만나고 각 기관 만나고 그러면서 맨날 협의하고, 토론하고, 싸우고. 이러면서 인프라를 하나 둘 만들어갔었어요.

 저희는 이 모든 과정이 엄청난 발전과 발견의 순간들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특히나 제가 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전에 제가 어떤 시설에 조사를 하러 간 적 있었어요. 대구에서도 산골짜기에 있는 시설인데요. 그 방에 들어갔을 때 마루 바닥에 몇 분 걸어다니시고 한 분이 주저앉아서 손싸개, 애기들이 얼굴 긁지 말라고 씌우는 거 있잖아요. 손싸개를 이렇게 하고 한 분이 이렇게 앉아계시는 거예요. 말씀하기는 좀 어려웠던 거 같아요. 보행은 안 되시는 거 같았고. 딱 보기에 체구도 그렇고... 제가 보기에는 기영님이었어요. 진짜 딱 기영님 모습같은. 그런데 그분이 그 시설에서 시설 재활교사가 "저분 말씀 못하세요. 못걸으세요." 이런 얘기를 하셨어요. 저는 조사를 하러 간 사람이었으니까. 그래도 인사했죠. 그랬더니 생활지원교사가 동전을 바닥에 뿌리더라구요, 일반장판에. 그때 손싸개를 푸시는 거예요.




Q4. 우리가 기영 씨를 '기억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 일일까요? 오늘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극장 문을 나설 때, 무엇을 손에 쥐고 돌아갔으면 하시나요?


현영 : 보통 내 가족이 아니면 타인의 영정사진을 드는 일이 없잖아요. 근데 들어보니, 영정사진이 생각보다 무겁더라고요. 장례를 치르기 위한 행위였지만 그 사람의 삶의 무게를 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리고 저는 '기영님의 생에서 가장 중요했던것은 뭘까?' '어떤 장소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고 또 어떻게 이 사람이 기억되면 좋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저 또한 기영님을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시설에서의 안 좋은 모습보다 이렇게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 5.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씀 해주세요.


현영 : 또 하나의 기록이 헛되지 않게 이렇게 영화를 제작해주신 민아영 감독님에게 너무 감사드리고요. 저희 6월 17일 기영님이 돌아가신 1주기 추모식을 진행하려 합니다. 이렇게 의미 있는 곳에 이렇게 초대를 해주셔서 기영님께서도 그럴 것이고 저 또한 너무 감사드립니다.


아영 : 김기영의 조각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