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관객과의 대화 <스탠바이, 액션!>


■ 일시 : 2026.05.22 (금) 13:00-15:00

■ 장소 :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음홀

■ 사회 : 명숙(인권네트워크 바람 활동가)

■ 패널 : 안창규('스탠바이,액션!'감독), 문종택(해당 영화 출연자), 박경석(해당 영화 출연자)


소개 및 여는 말


명숙 사회를 맡은 저는 인권네트워크 바람에서 활동하고 있는 명숙입니다. 다들 영화 잘 보셨어요? 영화를 만든 감독님과 영화의 두 주인공이신 박경석 문종택 님 모시고 얘기할 텐데  간단히 제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제 옆에는 이 영화를 만드신 안창규 감독님입니다. 박수로 맞이하겠습니다. 그 옆에는 너무나 유명해서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전장연 박경석 대표입니다. 영화에서 많이 보셨죠? 그 옆에는 4.16 세월호참사 문지성 아버님이기도 하신 문종택 감독님이십니다. 영화가 많이 아프기도 했고, 여러 생각이 들게도 했었는데요. 저도 영화에 나온 현장에 거의 다 가 있던 것 같아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이 영화는 기록자이신 박종필 감독님, 안창규 감독님 시선이 담겨 있어서 기록이란 무엇일까, 저항하는 우리에게 기록이란 어떤 것이어야 할까, 이런 생각이 들었던 거 같아요. 기록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항상 고민하게 되거든요. 있는 그대로를 담는다고 해도 또 있는 그대로가 그대로일 수가 없잖아요. 이 영화를 보면서 다큐멘터리 감독 특히 문종택 감독님도 그렇고 안창규 감독님도 그렇고 영화를 찍으면서 편집하는 과정, 무엇을 찍을까 담을까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금요일에는 돌아오렴 다시 봄이 올거야-'라고. 세월호 참사 유족들과 생존 학생 형제자매들과 기록물을 함께 만든 경험이 있어서 더 깊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Q1. 이 영화는 기록자의 위치와 시선이 드러난 것이 특별한 지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다큐멘터리나 구술기록에서 기록자가 잘 드러나지 않는데요, 이런 지점에 대해 각자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안창규 제 이야기는 끝 부분에 선언적인 표현들로 많이 나온 것  같아요.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소외받은 사람들을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보통 그런 목소리들이 세상에 잘 나오지 못하고 있잖아요. 그런 목소리들이 잘 나올 수 있게끔 잘 기록을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다큐멘터리 만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박경석 이 영화의 전체적인 시작과 끝은 아마 에바다 투쟁이 제일 빠른 것 같아요. 그때도 같이 있었고, 2001년도 오이도역 추락 참사 철로 내려간 것. 저렇게 내려갔구나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고, 그리고 마지막 탄핵 때 모습들 보면서 느낀 소감은 ‘야 많이 늙었구나’ (웃음) 지금은 숱이 많이 빠졌어요. 많이 하얘졌고. 세월이 지났다는 느낌들이 전체적으로 개인적으로 느꼈던 것이고요. 또 하나는 현장에서 여전히 투쟁하는 게 어떤 의미로 남을 것 인가,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데 이 현재의 투쟁이 미래에는 어떤 의미로 세상을 열어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2001년도에 지하철 내려가지 않았다면, 그때 싸우지 않았다면, 지하철 엘레베이터는 설치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투쟁이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었는가-그런 고민이 있습니다. 함께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무엇을 연결하고, 무엇을 변화시키고 하는 고민들이 기본적으로 있구요. 앞으로 10년 후엔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 10년 후는 제가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있어요. 더 많이 살고 싶은데...현재로썬 잘 투쟁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문종택 긴 세월을 기록을 한 것을 1시간 남짓한 영화로 만드는 건 굉장히 고통이 따릅니다. 투쟁 할 떄의 고통과는 다르죠. 거의 90퍼센트 이상 화면을 날린 후 거기서 추스러야 하는 과정이 만들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굉장히 처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보시면서 안 감독님 나레이션 나오는데 그 목소리가 안으로 먹는 목소리를 갖고 계세요. 현실의 답답함을 그대로 잘 전달하는 것 같아서(웃음) 그리고 오늘 보니까 영화 중 제가 촬영한 장면들이 꽤 나왔는데 촬영감독 문종택 나와줘야 하는 거 아닌가 (웃음)




Q2. 박종택 감독이 나온 티를 입고 나왔어요. 이 영화가 박종필 감독님을 회고하는 영화이기도 한 것 같아요. 긴 세월 장애인인권운동 또는 세월호 진실규명 운동을 담아낸 모습들이 담기니까요. 박종필 감독님에 대한 기억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문종택 영화를 잘 보신 분들, 투쟁 현장에 계셨던 분들은 알겠지만 제가 박종택 감독님의 미디어팀장이라고 할까요. 함께 한 시간은그렇게 길지 않았지만 그래도 4-5년 같이 지낸 것 같은데요. 그렇게 해서 잊혀지지 않는 것은 제가 박감독님한테 세월호 인양이되면 보나마나 정부가 기록을 못하게 할 것이라고, 그러니 지금 빨리 세월호 찍으러 가자고 했더니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야지요"했던 목소리입니다. 


박경석 그때가 몇 년도에요? 그떄 처음 보셨어요? 제가 제일 오래 됐네요. 저는 1998년도 에바다 투쟁에 촬영할 때 만났어요. 그때 에바다 투쟁을 꼼꼼히 촬영한느 모습이 참 신기했어요. 카메라 들고 오는 것은 영화감독들이나 하는 건데, 이 판에 영화감독이 올리가 없고… 그땐 영상 기록에 대한 생각을 못할 때거든요. 그만큼 돈이 많지도 않기도 하고... 그래서 박종필감독이 현장에 온 거 보고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고맙기도 했죠. 2000년도 정도 돼서는 노들야학에 대해서도 관심가지더라고요 하루는 와 가지고 그 학생들의 삶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해서 ‘이야 왠 떡이냐’했죠. 그 후로 박종필한테 "당신이 (영상 기록을) 다 할래?"했는데 또 대뜸 하겠다는 거야. 2001년도 오이도 참사 일어나고, 이명박 서울시장을  향해서 39일 단식 농성을 하면서 이렇게 문제가 풀리기 시작할 때 거든요, 그 때가. 그렇게 해서 나온 게 노들바람이라는 진짜 긴 영화에요. 여튼, 박종필 감독과 진하게 같이 만난 시기가 있었고. 그를 통해서 기록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것을 알게 됐죠. 


명숙 저는 (문종택 감독님을) 2007년부터 알게 됐습니다.


안창규 저는 학생일 때, 다큐 영화제 갔다가 감독들 뒷풀이에 따라갔어요.  술친구이자 선배이자 같은 동료인 종필이형이 저를 꼬셨죠. 세월호 기록을 남겨야 하겠다고 하셔서 같이 진도로 내려갔다가 영화까지 만들게 되었어요.




Q3. 안창규 감독님께선 영화 <버스를 타자>를 통해 장애인의 투쟁이 드러났고, 그것이 현재 투쟁으로 이어졌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어떻게 다시 돌아오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말씀해주세요. 영화를 보며 내내 릴레이 운동, 릴레이 기록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안창규 제가 영화에 전면적으로 나오는 거에 대한 부담이 있었는데 프로듀서가 "이건 네 영화다. 꼭 나와야 한다."고 해서... 제가 2018년에 도망갔다가 2021년에 다시 돌아오게 됐는데요.  3-4년 정도를 그냥 쉰 건 아니고, 다른 작업을 하다가 틈틈히 세월호도 기록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요. 당시 완성된 작업물이 마음에 들지도 않고, 제가 알고 계시던 다른 감독님도 돌아가시고, 또 박종필 감독님의 죽음도 제게 영향이 컸고... 뭐랄까, 그 당시엔 제가 기록에 대한 회의를 느꼈던 것 같아요. 제주 세월호 기억관에 가서 보름 정도를 제주에 있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돌아가서 다시 열심히 해봐야겠다 그런 마음이 다시 생겼던 것 같아요.


명숙 세월호 기억관이 다시 이 작품을 나오게 했던 것 같습니다.




Q4. 영화를 보면 경석님과 종택님 두 분 모두 예전엔 사회에 대해, 장애인 운동에 대해 관심이 없다가 당사자가 되고 나서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부분이 나오는데요. 이젠 그렇게 시작한 지도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났어요. 매우 힘들고, 지칠 것도 같고, 또 힘드니까 (운동에) 뛰어들지 말라고 하고 싶을 때도 있을 거 같아요. 두 분이 계속 이렇게 투쟁하게 하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문종택 계속해야 하는... 외형적으론 '대한민국을 안전한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냥 뭐 솔직한 속내는, 아이가 나한테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을 하려고 하는 거에요. 영화에도 잠깐 나오는 데, 다섯 명의 아이 중에 지성이가 제 네 번째 딸이에요. 그 아이 일기장에 답을 줘야지요. (내가) 너를 미워하지 않았다는 그 답을 주려구요. 혐오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가 유투브를 하고 있는데, 지금도 올라옵니다. '자식 팔아 돈벌이 좋냐' 이런 말들이. 이게 현실입니다. 예전에는 다 쳐냈는데, 요즘엔 하나는 남겨둡니다. 그래야 전투력이 올라오거든요. 저는 혐오보다 오히려 이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얼마전에 영화 초청을 받아서 캐나다를 다녀 왔는데요. 영화는 후반 작업이 상당히 많거든요. 특히, 다큐에선 번역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그런데 그곳에서 제 영화를 번역해주시는 분 아버님을 우연히 만나뵙게 되었는데, 그 분이 캐나다에서 세월호 기억 공원을 만들고 계시더라구요. '기억의 숲'이라고... 그것도 굉장히 넓은 부지로... 그러면서 이제, "제 딸이 '스탠바이, 액션!' 번역을 했습니다" 그 말을 하셨는데, 그걸 듣고... 


박경석 저는 중도장애인이기때문에 88년에 팰럴림픽때 서울장애인장애총합재단에서 만났던 동료들떄문에 시작을 했죠. 처음은 장애해방을 위해 열심히 해보겠다 그런건 아니었고 할 게 없어서 한 거였죠. 저는 원래 '사회복지사가 되어서 멋진 사람의 모습으로 불쌍한 사람들 도와주자' 이런 컨셉으로 살려 했는데 웬걸, 그렇게 못하고 지금 이렇게 살게 된 계기였죠.  지금도 혐오세력에서 공격하는 건 크게 신경 안써요. 솔직히 말하면 상처 안 받아요. 그냥 무시하는 스타일이에요 그거 다 신경쓰다가 얼마나 에너지가 소모되겠습니까, 그쵸? 그런 것들보다, 함께하다가 떠난 사람들 떄문에 에너지가 소모되는 게 더 많아요. 박종필은 죽음으로 떠났고... 같이 하던 사람들이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언제까지 이걸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죠. 나는 지금도 나이가 많아요. 계속할 수 있는 건, 일단 지금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까, 그래서 남아 있습니다. 저 할 수 있는 거 있습니다. 버리지 마세요 (웃음)




Q5. 안창규 감독님께선, "소외 되고, 밀려나고, 외롭고, 가난한 사람들을 기록하는 것이 다큐의 소임이다" 라고 직접 천명하셨는데요, 다큐 감독마다 영화를 찍는 방식이 다 다를 것 같습니다. 영화 주체들과 라포를 형성하면서도 그것을 담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는데, 감독님께선 어떤 경우이신가요? 


안창규 저는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라 친해지려고 노력은 하는데요. 제가 생각보다 되게 재미없는 사람이어서 친해지기 어려운 지점이 있어요. 예전엔 술마시면서 친해졌는데 요즘은 안 마셔서 기회가 많지 않지만 되도록이면 주인공들과 친하게 지내려고 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찍히는 분에 대해서 사람들이 좀 좋아했음 좋겠다는 마음으로 찍습니다. 제가 좋아하려는 마음이 찍으려면 있어야 하는데 가끔 그게 안될 떄가 있어요 


명숙 박 경석 님은 좋아하게 되셨나요?


안창규 아 노력은 하는데 서로 이게 좀. (웃음)


문종택 여기서도 진실규명해야되네? (웃음) 제가 우연치않게 영화에 많이 출연을 했는데요. 세월호 관련 활동을 하다보니까 대부분이 다큐니까 장면에 걸리는 경우이고요. 이 영화 같은 경우는 좀 달랐죠. 박종필 감독님이 제게 "아버님 기록하겠습니다"하고 찍은 거니까... 제가 기록을 해보니까, 굉장히 조심스러워하는 부분이 있으십니다. 제 가슴속에 잘 안 잊혀지는게 있거든요. 제 아이 이름이 지성인데, 박지성이 굉장히 유명하잖아요? 지성이 이름을 다들 박지성이라고 읽었던 게, 그게 안 잊혀집니다. 또 하나는 지성이 올라온 날. 그게 15일이 된 날짜에 올라왔는데, 그게 기록이 잘못돼어 있어요. 지금도 기억 교실에 가면 그 기록이 잘못되어 있어서... 의심스러우면 다시 물어야 합니다. 확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을 또 한 번 매장시키는... 




Q6.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안창규 영화제 기간 동안 박종필 추모사업 부스를 만들었는데 저희 티하고 영화 usb가 후원 리워드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많이 관심을 가져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희 영화는 원래 9월에 개봉할 예정이었는데, 11월에 개봉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100개의 극장'이라고, 지역별로 극장의 티켓을 사서 영화 좋아하는 분들이 영화 볼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개봉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박경석 영화제 재밌죠? 내일은 친구 한명씩 데려다 와주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