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열사 이야기, 거짓말 | 21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 23/04/28 관객과의 대화 속기록

-사회자: 어마어마하죠, 여러분? 정말 어마어마한 영화 두 편 잘 봤습니다. 시청하신 영화는 21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열차가 어둠을 헤치고'의 기획작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열사 이야기' 그리고 선정작인 '거짓말'이었습니다. 영화를 함께 만들어주신 주인공분들을 앞으로 모실 텐데, 큰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영화만큼 어마어마한 분들이세요. 이분들을 모시고 관객과의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영광인데. 저는 오늘 관객과의 대화 사회를 맡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백인혁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활동지원서비스 다들 아시죠? 영화를 보셔서 다들 아시죠? 중증장애인들에게는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토대와 같은 그런 제도입니다. 삶의 기본적인 영역에서부터 사회활동 전반에 이르기까지의 장애인들의 일상을 국가가 책임지기 위해서 제공해줘야 하는 그런 제도라고 알고 계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영화 두 편이 그런 제도들의 모순점에 대해서 그리고 그 제도를

이렇게까지 확대하기 위한 역사 속에서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두 편의 영화를 통해서 잘 보여주신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질문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주인공들의 자기소개를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한 분씩 제 좌측에서부터 인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지홍: 안녕하세요? 공단직원 역을 맡은 김지홍입니다.

-이봄: 안녕하세요? 저는 이봄 역할을 맡은 이봄입니다.

-서권일: 안녕하세요? 저는 '거짓말'에서 벌구 역을 맡았고 박기연 열사님의 역할을 맡은 서권일입니다.

-양준서: 저는 두 편 영상을 만든 양준서라고 합니다.

-사회자: 제가 앞서 다들 어마어마하신 분들이라고 소개를 시켜드렸는데 이따가 질문하면서 소개를 하나씩 더 하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을 그러면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감독님께 질문하지 않을 수 없는데, 양준서 감독님께서는 작년에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작품입니다. '누가 죄인인가' 뮤지컬을 기획하셨던 대학로 사람들에게 엄청난 그런 선물 같은 작품을 같이 기획해주시고 연출을 도와주셨는데 감독님께 먼저 질문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 두 편의 작품이 둘 다 활동지원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다른 맥락들이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이 두 편의 영화를 통해서 말씀하시고 싶었던 핵심 메시지와 그리고 그 두 영화의 차이점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양준서: 우선 차이점이라면 드라마와 예능이라는 차이점이 있고요.

우선 두 편 이야기가 공통지점이 활동지원제도에 관련된 이야기가 공통적으로 되어 있기는 한데.

사실 이 두 편을 만들면서 이렇게 해야지라고 해서 연결이 된 건 아니었는데,

만들다 보니까 두 편 이야기에서 다 활동지원 이야기가 들어가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박기연 열사 편에서는 이 활동지원제도를 만들게 됐던 시작지점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면 지금은 '거짓말'이라는 작품은 앞으로 우리가 서비스나 제도들을 조금 더

다른 방향으로 가야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그런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지점이라고 저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과거와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의 지점들을 보여준 지점이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사회자: 저도 되게 공감을 많이 하는 게, '거짓말'을 통해서는 활동지원서비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가. 이 제도가 지향해야 하는 것은 어느 지점인가라는 고민이 들었다면, 또 열사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 저희가 기억 투쟁이라고 하잖아요. 과거의 열사들의 유언을 오늘로 불러내고 내일의 언어로 만들어가는 그런 과정들에 저희가 놓여 있는 것 같고 그런 책임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부분 제가 잘 이해하고.

-양준서: 박기연 열사님에 대한 추모식을 진행하더라도 사실 이분이 어떤 일을 했었고 어떤 분이신지 모르고 추모를 하기 위해서, 어떤 분이신지 모르는 분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우리가 추모하고 있으니까 추모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가시는 분들도 많으신데. 내용을 저도 준비하면서 알게 된 내용도 굉장히 많아서 어떻게 보면 이런 것들을 조금 더 깊게 생각하고 더 뜻깊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고. 거짓말 같은 경우는 사실 저도 굉장히 큰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손을 사용할 수 있으면 시간을 이것밖에 못 받고. 사실 손을 사용해도 혼자 사용하기 어려운 지점들도 굉장히 많아요. 그리고 제가 딱 느꼈던 것 중 이용자 분 중 한 분이 거짓말을 못하시는 분이 실제로 있었어요. 그분을 모티브로 생각해낸 각본이긴 한데.

그분 같은 경우가 제가 봤을 때는 굉장히 많은 활동지원시간이 필요한 분임에도 불구하고 거짓말을 못하셔가지고 이게 다 된다라고 하셔갖고 시간을 많이 못 받으신 거예요. 저는 그거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평가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이런 것들을 위해서 거짓말을 연습시켜야 되는 게 웃긴 거예요. 조금 더 개편되어야 하고 공단에서도 이런 것들을 보시고 참고를 해주셔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부분입니다.

-사회자: 감사합니다. 정말, 정말 문제의 핵심들을 잘 짚어주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텐데, 이번에는 서권일 배우님께 제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작중 이름이 '벌구'시더라고요. 제가 궁금해서 그런데, 이게 제가 알고 있는 속어에 의하면 입을 벌리면 구라라고 해서, 벌구라고 지으신 게 맞으시죠?

-서권일: 맞습니다.

-사회자: 이런 센스 있는... 저는 간단하게 질문을 드리면, 잠깐의 양심이 괴로우면 3년이 편하다라는 명언도 심지어 남겨주셨어요.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거짓말을 잘하시는 편인가요? 서권일 동지께서는?

-서권일: 저는 거짓말을 그렇게 잘하지는... 못하지는 않죠. 잘합니다, 네.

-사회자: 그래도 악의적으로 남들을 해하려는 목적으로 하시지는 않으실 테고, 제가 이 질문을 드린 이유는 그냥 단순히 거짓말을 하느냐 아니냐를 떠나서. 박기연 열사님 이야기에서도 그랬고 거짓말 영화에서도 그랬고. 장애를 이유로 우리 사회에서 스스로를 속이는 상황들이 많이 있을 것 같아요. 박기연 열사께서도 분명히 화가 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위치에서 항상 위축될 수밖에 없는, 그렇게 단단하고 동료들에게 있어서 리더십 있는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상황들에 놓일 때가 참 많은 것 같은데. 서권일 동지께서도 종합조사를 받을 때라든가 아니면 다른 일상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장애를 이유로 거짓말을 하게 되거나 스스로를 속여야 하는 상황들이 있었다면 얘기를 나눠주실 수 있다면 나눠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권일: 일단 여기 계신 분들 활동지원서비스라든가 휠체어를 받기 위해서 처방전을 받아야 된다든가 이럴 때 다들 느끼셨겠지만, 내가 어떤 것을 못해야 더 많은 것을 지원받을 수 있고. 그런 건 아주 잘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제가 겪었던 일 중에서는 제가 뭔가를 부탁을 했을 때 상대방이 잘 못 알아듣고 엉뚱한 것을 해줬을 때 "고맙습니다." 하고 일단 받은 다음에, 그다음에 제가 정말 필요한 것을 다시 요청을 했었어요. 그런데 그분은 "한번에 시키지, 왜 일을 두 번 시키냐." 이런 식으로 말씀을 하셨던 적도 있고.

예를 들어서 불을 꺼달라고 했는데 물을 갖다주시거나 그런 경험 다들 많으실 거라고 생각을 해요.

이런 소통하는 거, 생활하는 점에서 거짓말이 없으면 생활이 안 되는 그런 부분이 많이 있죠.

-사회자: 솔직한 경험 이야기 감사합니다. 이건 미리 드리지 않았던 질문인데 한 가지 여쭤보고 싶었던 건, 사실 언어장애인 동료들을 만날 때 비장애인 활동가들이라든가 또는 언어장애를 갖지 않고 있는 장애인 동료들이 어려워하는 지점이 분명히 있거든요.

저도 장판 활동을 시작하면서 많은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는 동지를 만나고 대화하면서 느낀 건데, 사실은 알아듣지 못했는데 알아들은 것처럼 "그렇습니다."라고 하는 것보다는 사실 본인들이 가장 잘 아시잖아요. 이 말을 잘 못 알아들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걸 당사자 본인들이 잘 아시기 때문에. 저는 제가 못 들으면 몇 번이고 "다시 말씀해주세요."라고 여쭙거든요. 서권일 님께서는 어떤 게 더 나으실까요?

-서권일: 저도 저보다 더 언어장애가 심한 활동가분하고 얘기할 때 계속 여쭤보려고 하는데,

상대방이 포기를 하시더라고요. "나중에 할게." 그런 거 보면 저도 그렇지만 계속 물어봤을 때 나는 똑같은 말을 계속 해야 되나 답답한 것도 있고요. 한번에 알아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고.

그게 급하지 않으면 저도 그냥 포기를 하는 편이에요. '나중에 하면 되지.' 이러고.

저 개인적으로는 계속 물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사회자: 감사합니다.


그러면 다음 질문 이봄 배우님께 드려보고 싶은데요.

아까 어마어마한 분이라고 말씀드린 이유 중 하나가 작년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에서 매년 창립기념일마다 탈시설 당사자분들을 수상을 합니다. 탈시설 자립왕 시상식을 하는데, 작년 탈시설 자립왕 상 인천지역 수상자세요. 그리고 세계 최초로 탈시설 장애인들만의 단체, 당사자의 단체로 탈시설장애인연대가 4월 13일에 출범을 했습니다. 그 탈시설장애인연대 인천지부의 대표님이십니다. 박수 한번 드릴까요?

저에게는 너무나 멋진 활동가고, 우리 한자협의 정말 자랑과 같은 그런 활동가이신데. 사실 참 많아요, 저희 한자협 사무총장님도 그렇고 동료 당사자 활동가들도 그렇고. 멋지고 제가 볼 때는 되게 큰 활동가임에도 불구하고 활동지원서비스의 문제에 있어서는 굉장히 많이 위축되시는 모습을 볼 때가 있습니다. 저희 서울시에서 활동지원 전수조사하겠다고 문자를 받았을 때 흠칫하는 우리 당사자 활동가분들, 동지들의 모습을 볼 때도 있고. 이봄님 같은 경우도 제가 볼 때는 아주 멋지고 큰 활동가이신데 이봄님께서도 이렇게, 동일한 질문인데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든가 위축되는 상황이 있을까요?

-이봄: 저도 사실은 활동지원서비스를 많이 받기 위해서 여기까지 오기가 많이 힘들었는데,

처음에는 솔직히 제가 말하는 대로 하면 제가 원하는 시간이 나올 줄 알았어요.

그래서 그렇게 얘기를 했던 건데 그렇게 안 나오니까 저도 황당한 거죠.

저는 시설에서 살다가 나온 사람이기 때문에 시설에 있을 때는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이 그다지 솔직히 필요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선생님들이 케어를 해주시고 저 혼자 사는 게 아니니까 다른 분들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생활을 하면 되기 때문에 그렇게 간절하게 느끼지 못했어요.

그런데 혼자 나와서 살면서 활동지원 시간을 다시 받는데, 시설에 있을 때보다 약간 늘어났지만 시설에 있을 때와 지역사회에서 나와서 시간을 받은 게 별 차이가 없었을 때 저는 그냥 제가 원한다는 말을 했고 필요하다는 말을 했는데 '이렇게밖에 안 준다고?' 그래서 되게 황당했거든요.

그래서 저도 솔직히 거짓말을 잘 못해요. 왜냐하면 거짓말을 하면 저도 티가 다 나는 편이라서.

그래서 '솔직히 다 얘기를 하면 해주겠지.' 했는데 그 시간을 받고 저도 황당해가지고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었는데,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들이나 대표님한테

"저 활동지원시간이 이렇게 나왔는데 어떻게 해야 되냐. 저 활동지원시간을 좀 더 받고 싶다." 그랬는데 "솔직히 다 얘기를 하면 원하는 만큼 시간이 안 나온다." 그래서 솔직히 황당했어요. 그 뒤로 그렇게 생활을 하다가 저도 더 이상 생활이 안 되겠다 싶어서 민들레 식구들이랑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동지들이랑 1박 2일 농성을 했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에서.

그래서 거기서 되게 많이 비참함을 느꼈고, 이렇게까지 해야만 장애인들이 살 수 있다는 게

저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인간답지 않은 삶이 아닐까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저도 마찬가지겠지만 모든 장애인들이 원하는 시간을 원하는 만큼 받았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자: 사실 되게 일반적이지 않은 경험일 수 있거든요. 비장애인들은 특히 자신이 초라해지고, 이런 경험들. 그게 일반적이지 않다라고 여겨지는 그런 경험들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 많이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 또한 그렇고, 그게 어떤 장애인 동지들과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아까 김광백 국장님께서도 말씀해주셨지만. 저는 그러면 질문을 한번 조금 바꿔서 다시 드려보고 싶어요. 활동지원제도가 2007년도에 시범사업 되고 쭉 흘러오고 장애등급제 폐지가 됐잖아요. 등급제가 폐지될 때는 수요자 중심이라고 하면서 욕구를 판정하겠다, 환경을 고려하겠다, 막 대대적으로 선전을 했었어요.

문재인 정부 때. 근데 막상 뚜껑을 까보니까 신체기능에 대한 평가는 더 높아지고 질문은 단순해지고 그런 상황이었잖아요. 활동지원제도를 요구하는 데 있어서 우리가 제1원칙으로 얘기하는 게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만큼 받아야 한다라는 거잖아요. 이제 정말로 내 욕구대로, 내 환경대로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판정을 한다라고 한다면 조사관 앞에서 어떤 말을 하고 싶으세요?

-이봄: 저는 조사관들 앞에서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 조사관들은 1시간도 아니고 몇 분 만에 그냥 조사를 하고 가잖아요. 그래서 저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하루이틀 정도는 같이 생활을 하면서 우리의 어려움을 좀 더 깊게 생각해서 우리가 시간이 필요한 만큼 그 사람들이 깨닫게 했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말해서.

-사회자: 감사합니다. 사실 지금의 종합조사표는 기능제한에 관련된 부분이 중점이 되어 있고, 사회환경 이런 것들은 일을 하냐, 안 하냐, 학교를 가냐 안 가냐 이런 거로 판정하고 있거든요. 가구환경도 독거냐 아니냐. 나를 제외하고 누군가 사회생활을 하냐 안 하냐 이런 것들만 판정하고 있는데. 말씀해주신 것처럼 정말 구체적으로 '나는 이틀 동안 나를 지원하는 사람과 24시간 지원을 받고 평일 낮시간에는 무엇을 할 것이고 이런 것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라는 말씀이시죠?

감사합니다. 시간을 제가 좀 되게 생각보다 기네요. 질문들과 답변이.


이어서 조사원 역할을 맡아주신 김지홍 배우님께 여쭤보고 싶은데. 사실 조사원분들이 방금 이봄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사무적이고, 작년에 복지부에 자료요청을 했어요. 했더니 국민연금공단 직원들이 한 사람 조사할 때 1시간 한다고 했는데 사실 거짓말이잖아요. 실제로 조사관들은 와서 10분 보고. 이미 본인들이 갖고 있는 소견서를 중심으로 기능제한에 대한 부분들을 체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극중에서는 조사원이 되게 심경의 변화가 있었어요. 어떤 일을 계기로 이봄님의 어떤 말을 계기로. 그 심경의 변화를 연기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지점이 무엇이었을까요?

-김지홍: 아무래도 옆에 계신 이봄님이 연기를 너무 잘해주셔가지고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때 심경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사회자: 어떤 심경의 변화라고 했을 때, 만약에 내가 조사원이라고 설정하고 하셨을 거 아니에요. 되게 달라졌어요. 처음에는 '어, 뭐지?' 거짓을 찾아내는 데 집중했었다면. 이후에는 이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로 관점이 전환됐잖아요. 그 심정에 대해서 조금만 더 자세하게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지홍: 사실 우리가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마음으로 얘기를 듣고 공감하고 감정을 사용하는 일에는 에너지가 많이 쓰이다 보니까 의도하지 않게 사무적으로 종이에 적힌 대로 일하는 것 같아요.

근데 극중 인물이 그런 마음이었는데, 이봄 씨가 감정적으로 그 종이에 가려진 감정을 건드려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람은 마음과 마음의 대화로 해야 제대로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사회자: 저 정말 너무 그 대답이 듣고 싶었어요. 어떤 거대한 구조 안에서 조사원 개인이 갖는 권한이라는 게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근데 당사자분들이 이렇게 직접 대면하고 당사자분들의 필요를 조사하는 사람은 결국 조사원이거든요. 그 조사원의 태도에 대해서, 태도에 따라서 당사자들의 시간이 실제로 달라지는 상황이에요, 지금의 제도는. 되게 구멍도 많고 빈틈도 많은데. 한자협의 이정한 활동가께서 인권평을 쓰셨는데 거기에서 조사원의 모습을 두고 그것이 우리 사회의 가능성이라고 평가를 해주셨어요. 우리가 열심히 투쟁하고 장애인도 인간답게 함께 살자라는 구호를 외치는 데에는 결국 인간으로서 서로 존엄한 존재로 살아가자라는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맞닿는 그런 존재로서 존중받을 수 있는 그런 사회를 위해 우리는 투쟁하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조금 타이트하게 진행해볼게요. 양준서 감독님께. 이게 기획작이잖아요. 기획작이라고 할 만큼 정말로 그에 걸맞은 엄청난 작품을 본 것 같습니다, 지금. 이런 꼬꼬무를 어떻게 이렇게 열사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풀어내는 도구로 쓸 생각을 하셨는지 에피소드를 조금만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양준서: 사실 제작을 함께 도와주신 양준호 소장님이 못 오셔가지고, 오셨어야 하는데 오늘 못 오신다고 그래서. 친동생이거든요, 민들레센터 양준호 소장님이. 매년 재미있는 걸 만들어보자고 얘기를 굉장히 많이 했었어요. 작년에는 나 혼자 산다를 찍었거든요. 우리가 늘 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사실은 장애인이 나오는 것을 볼 수가 없어요. 그리고 저희가 하는 이런 코미디 영화도 마찬가지지만 코미디 장르에는 장애인이 많이 없어요. 사실 제가 만드는 것들, 시도하는 것들이 대부분 비장애인들도 굉장히 많이 하고 있는 그런 장르에도 장애인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꼬꼬무 같은 경우도 제가 워낙 좋아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해요. 스토리텔링이 되기도 하고. 그리고 어떻게 보면 박기연 열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그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꼬꼬무의 방식이면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러면 조금 더 집중력 있을 것 같다고 얘기가 나오면서 앞에 계신 이동권 활동가님, 이렇게 팀으로 만들다 보니까 하나의 프로그램이 나온 것 같아요. 저 혼자 뚝딱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영화도 마찬가지고 이 프로그램도 다 같이 만들어야 되는 것들이잖아요.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는 사회에서도 사실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은, 이런 지점도 중요한 것 같고요. 그런 지점에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비장애가 하는 것도 장애 쪽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사회자: 과정과 결과만큼 아주 되게 훌륭한 작품이 탄생한 것 같습니다. 정말 너무너무 재미있게 봤습니다.

-양준서: 감사합니다.


-사회자: 서권일 배우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 서권일 배우님은 되게 오래 활동하셨더라고요.

이제 또 서권일 동지께서 작년 6월에 삭발을 하셨어요. 제가 봤을 때 지금 꼬꼬무를 찍을 때쯤 시점 맞죠?

-양준서: 맞아요. 다행히 딱 맞더라고요.

-사회자: 그런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그때 발언하셨던 내용을 보면 참담했던 시절에 대해서 글을 작성하시면서 그리고 가장 보람찬 순간이 민들레센터와 야학에서 활동하던 시기다. 그곳에서 선배들의 활동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너무 행복하고 벅차다라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특히 박기연 열사의 역을 연기를 하실 수 있었다는 게 되게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그에 대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서권일: 일단 제가 처음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먼저 신입 활동가 교육을 들었을 때 박기연 열사님의 이름을 처음 들었어요. 그때는 이분이 머릿속으로는 우리가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돌아가셨다라는 걸 머릿속으로만 알고 있었지, 마음으로는 '그런 분이 계셨나 보다.'라는 게 솔직히 있었죠. 근데 책 '유언을 만난 세계' 거기에 박기연 열사님 편이 있는데 그걸 읽어보면서 우리 인천에도 이렇게 장애인 운동을 위해서 목숨을 버린 분이 가까이 있었구나. 내가 이 역사 속의 한 부분이 되었구나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이 배역을 맡으면서 되게 '열사님이라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 기차역 앞에서 열사님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라는 상상을 하면서. 나였으면, 내가 지금 이분의 상황이었다면 기꺼이 선로에 몸을 던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감회가 새롭게 들고 열사님에 대해서 좀 더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회자: 감사합니다. 작년에 사실 서권일 동지께서는 장애인권리예산 삭발투쟁을 지하철역에서 진행을 했습니다. 130분 넘는 당사자분들과 활동가분들이 삭발을 했는데 작년 6월쯤에 삭발하시면서 지하철 안에서 오체투지를 하셨어요. 그런 감회가 또 있으실 것 같아서 꼭 여쭤보고 듣고 싶었습니다.


이제 공통질문 전 마지막 질문인데요. 이봄님께 듣고 싶습니다.

꼬꼬무열에서는 사실 "장애인 살기 좋아졌잖아"라는 혐오의 말 많이 듣잖아요. 그렇지만 우리가 우리 투쟁의 역사를 성과로 평가하고 그럴 때 있어서는 분명히 이전과 지금은 많이 세상이 달라졌고, 아까 꼬꼬무열에서는 박기연 열사 당시 전동휠체어도 없고 활동지원도 없던 시기에 선배 활동가에 대한 이야기와, 그런 이야기를 듣는 위치에 있었는데. 지금 사실 너무 큰 역할을 맡고 계세요. 탈시설장애인연대 지부의 대표이시고. 앞으로 그런 활동들을 이어나가는 데 있어서 당찬 포부를 박기연 열사의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의 포부를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봄: 저도 박기연 열사님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그분의 성함만 알고 있었어요. 그냥 우리와 같은 운동가이셨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꼬꼬무라는 영상을 찍으면서 '이분 덕분에 장애인운동이 생겼고, 이분 덕분에 부족하긴 하지만 장애인들이 그때보다는 좀 더 살 만한 세상을 만들게 됐구나.'라는 생각을 했는데요. 저도 지금부터 살아가면서 많은 장애인들이 권리를 되찾고 행복을 되찾고 원하는 삶을 원하는 만큼 행복하게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도록 열심히 투쟁하고 운동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회자: 와~ 큰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제 마지막 공통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에게 활동지원이란, 여기 계신 분들에게 각자 의미가 다를 것 같아요. 그에 대한 답변을 짧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양준서: '거짓말' 마지막 문구가 저의 생각이거든요. 이 문구가 사실 저도 편집하면서 생각을 한 거예요. 대본상에 있었던 게 아니라 '마지막을 어떻게 끝내야 하지?' 고민을 하다가. 활동지원시간이란 무엇일까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어요. 해봤는데, 장애인들의 활동지원시간은 어떻게 보면 삶의 시간이고 인생의 시간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딱 와닿더라고요. 저는 그 2개가. 사실 지금도 그건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활동지원시간이 그분들의 삶이고 인생의 시간이라고 생각이 들기 때문에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서권일: 저는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으면서 지역사회에 나오게 되고 이렇게 여러분과 활동을 같이 하게 되었는데요. 활동지원 서비스는 나에게 있어서 '권리이자 나를 다시 살아가게 만들어준 은인'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기 전에는 집에만 있었거든요.

집에 있고 하루하루가 늘 똑같은 시간이고, '어떻게 하면 안 아프게 죽을 수 있을까?'까지 생각했었는데.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고 나서 밖에도 나가고 사람들하고도 만나게 돼서 저는 새로운 삶을 얻은 거죠.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활동지원 서비스, 그 밖에 우리가 필요한 권리를 찾고 쟁취할 수 있을 때까지 같이 투쟁해나가겠습니다.

투쟁!

-이봄: 저에게 활동지원시간이란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서비스고, 모든 장애인들이 마땅하게

누려야 할 권리이고, 저에게도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렇게 많이 받기 전까지는 저도 그냥

'편하게 어떻게 가면 좋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 서비스를 원하는 만큼 제가 쟁취하고 난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이 세상에서 나를 인상 깊게 남기고 세상을 떠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장애인운동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지홍: 제가 하려고 했던 말을 감독님이 하셔가지고 . 근데 저는 이 영화에 참여하고 같이 봄, 권일 씨와 영화를 찍으면서 느꼈던 게 활동지원시간이라는 게 정말 이분들에게 너무 소중하고 가치 있구나. 그리고 지금 말씀하셨다시피 목숨과도 바꿀 수 없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활동지원시간은 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감사합니다. 너무 아쉬운데 혹시 관객분들 중에 두 분만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이 질문 꼭 하고 싶다 하시는 분들 계시면 손 들어주시겠어요? 없으시대요. 너무 말씀들을 풍성하게 많이 해주셔서. 끝내기 전에 홍보를 하나 하겠습니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매년 폐막식에 차별과 소외받는 자들에 대한 영상 기록으로 저항활동을 펼쳤던 고 박종필 감독님을 기념하면서 박종필상을 수상하고 있습니다. QR코드가 있고 군데군데 포스터가 있으니까 지나다니면서 포스터가 보이면 선정 부탁드리겠습니다.

관객과의 대화 이렇게 마치도록 하고요. 영화 제작에 힘써주셨던 주인공들을 위해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