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세개

나의 세개 | 2023 | 극 | 30분 50초 | 연출 김종률
시놉시스
전 보치아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보국은 경기 규정 변경으로 국가대표에서 탈락하고 매우 무기력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데 본인의 전 코치였던 생활체육협회 권 이사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보치아 클럽을 맡아 지도에 줄 것을 요청하자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전 국가대표선수가 자신들을 가르치러 왔다는 소식에 나눔보치아클럽 참여자들은 처음엔 연습시간마다 무관심과 불평불만으로 일관하다가 보국에 의해 조금씩 성장하고 변하여 보치아를 재미있게 즐기는 분위기로 바뀌고 이에 힘을 얻은 보국도 다시 국가대표에 도전한다.
인권평
느림 속에 긴장감을 주는 우리들의 보치아
-김상희 (22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집행위원)
비장애중심의 사회에서 스포츠 종목 대부분 빠른 속도와 순발력이 요구된다. 잽싸고 빠르게 몸을 움직이는 스포츠를 보며 관중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소리친다. 영화 ‘나의 세개’는 스포츠 영화이지만, 앞에 비장애중심의 스포츠와 다르다.
장애인 단체에 있다 보면 한 번쯤 들어볼 법한 용어인 보치아에 관한 내용이다. 보치아는 뇌병변 장애인들을 위해 처음 시작된 운동 경기이며, 지금은 다양한 장애유형들이 함께 즐기는 스포츠이다. 이 경기는 양팀으로 나눠 흰색 표적 공 중심으로 파란 공과 빨간 공을 던져 흰색 공과 가까운 거리에 따라 점수가 계산된다. 많은 장애인이 취미 활동 혹은 전문 선수로 활약하며 매우 중요한 운동 경기로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인 만큼 경기 진행에 대한 기술과 참여자를 잘 이끌어갈 리더쉽이 부재한다면 재미없는 공놀이로 전락될 수도 있다.
영화 ‘나의 세개’에서도 보치아 클럽이 운영되고 있지만, 모두 지루해하고 아무 의욕이 없는 참여자들이 나온다. 보치아 클럽을 운영 중인 생활체육협회 권이사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고심하며 해결책으로 전 보치아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보국을 섭외한다. 보국은 경기 규정 변경으로 국가대표에서 탈락하고 자포자기한 삶을 살아가던 가운데 전 코치였던 권이사의 제안에 선뜻 하겠다고 말은 못 했지만, 결국 수락하며 보치아클럽의 코치로 다시 시작한다. 활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보치아클럽 멤버들에게 보국은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며 보치아만의 재미를 가르치고 무기력하기만 했던 분위기도 바꾼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며 영화 내용 소재로 쓰인 보치아에 대해 생각해 봤다. 사실 나는 보치아를 할 줄 모른다. 어릴 적에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해 본 뒤로 보치아를 해 본 적이 없다. 다만 소속 센터에서 보치아 교실과 대회를 운영하며 옆에서 가끔 구경하며 보치아가 주는 긴장감을 느껴왔다.
보치아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은 각기 다른 장애유형을 가진 장애인들이라 공을 던지는 모습이 다 다르다. 느린 동작과 떨리는 손으로 꽉 쥔 공이 언제, 어느 방향으로 굴러갈지 몰라서 손에 땀이 나도록 긴장된다. 강직이 심해서 원하던 방향으로 공이 안 가 실망한 표정을 하고 있는 참여자들을 보면 나도 같이 아쉬움을 느낀다. 양손 사용이 어려운 참여자가 홈통을 이용해 방향 조절을 해서 기막히게 표적 공에 맞추는 걸 보면 환호성이 절로 나온다. 이것이 다른 감각의 긴장감이 아닐까 생각한다. 느림 속에 긴장감, 그것이 보치아의 매력이다.
끝으로 영화 속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을 찾을 수 있었다. 보치아 클럽의 운영 담당자가 참여자들을 대하는 말투와 태도이다. 참여자들을 부르는 호칭을 조금 더 존중감 있게 바뀌었으면 좋겠고, 어린아이 달래는 식의 태도보다 평등한 대화법으로 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인권 영화를 목적으로 기획했다면 조금 더 앞으로 나갔으면 한다. 인권에 대한 냉철한 시선과 관점의 성찰은 하면 할수록 끝이 없다.
제작진 소개
연출 | 김종률 | 기획 | 신윤식 |
제작 | 정광식, 이양희 | 각본 | 김종률 |
촬영 | 안상규 | 편집 | 정광식 |
녹음 | 황현진 박한솔 | 기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