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기

같이 살기 | 2023 | 다큐 | 23분 45초 | 연출 공새롬, 민다홍




시놉시스


오랫동안 가족을 돌봐야 했던 홍은 돌연 부산행을 택한다. 결혼은 싫지만 혼자 사는 것은 심심할까봐 걱정인 새롬은 부산살이를 시작하려는 홍에게 함께 살 것을 제안한다. 같은 거라곤 성별뿐인 극과 극의 두 사람이지만 함께 생활하며 룸메이트에서 서서히 가족이 되어간다. 청력 손실과 파혼 그리고 실직으로 아직도 성장통을 겪고 있는 서른 중반의 두 사람이 같이 사는 이야기.




인권평


곁을 내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

-홍성훈 (22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집행위원)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얼마만큼의 용기가 필요한 걸까? 일정한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고 공동의 생활방식을 정립해 나가며 마음을 교류한다는 것은 품이 꽤 들어가는 일이다.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것으로부터 벌써 여덟 해를 보낸 나로서는 혼자 사는 삶이 익숙하고 편하다. 물론 나는 중증장애인 당사자인지라 하루 중 열여섯 시간을 활동지원사분들과 함께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만의 생활영역이 침범당하지 않을 때의 일이다. 만약 어느 날 내가 누군가와 함께 살게 된다면, 나의 생활영역을 공유해야 한다면 나는 그럴 수 있을까? 바로 대답이 나오진 않는다.

 

제22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출품작 <같이 살기>(감독 : 민다홍)는 서로의 ‘곁’을 내어주는 두 여성, 홍과 새롬의 이야기다.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는 홍(영화 자막에는 본인을 ‘홍’으로 지칭한다)이 부산으로 향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부산에는 홍의 친구인 새롬이 있다. 홍이 부산에 가는 이유는 검은 화면에 텍스트로 제시되는데, 홍이 ‘가족’으로부터 벗어나게 된 이야기가 쓰여 있다. 홍은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와 스트레스로 인해 서서히 청력을 잃어가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 놓인 홍을 맞아준 것은 새롬이다. 새롬과 홍은 부산에서 함께 살 집을 구하고 함께 살기 시작한다. 새롬 또한 결혼을 준비했다가 다시 혼자가 된 여성으로서 살고 있다. 새롬과 홍은 강아지 장고, 뚱이와 동거 생활을 이어나간다.

 

그러나 생활은 엄연한 현실이다. 직장에서 만난 두 사람은 생활 공간에서도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조금씩 삐그덕댄다. 각자 생각하는 설거지 타이밍이 다른 점이라든지, 두 사람은 같이 살면서 서로가 다른 점을 발견해 낸다. 하지만 둘의 다름이 함께 살기의 위태로움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은 것은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들을 수 있는 ‘곁’을 내주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아름다움은 홍과 새롬이 함께 맞는 노년을 상상하면서 나누는 이야기 장면에 있다.

 

위기는 밖에서 온다. 홍의 청력손실은 부산에서 얻은 일자리를 잃게 하는 ‘장애’가 된다. 청력손실이 곧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능력의 장애로 인식되면서 초래된 결과인 것이다. 하지만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홍만이 아니었다. 2019년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기업들은 인력감축으로 돌파구를 마련했고, 그 파도는 새롬에게까지 덮친다. 새롬 또한 인력감축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홍과 새롬은 슬기롭게 대처한다. 홍은 새롬의 부모님 집 창고를 빌려 본인의 명의로 ‘드론 촬영 사업장’을 만들고 홍보를 시작한다. 드론 촬영은 소리를 잘 들을 수 없어도 홍의 재능을 살려 할 수 있는 일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홍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도 밝다. 새롬도 새로운 직장을 찾기 시작한다.

 

영화는 홍과 새롬이 그루트를 심는 장면에서 끝난다. 영화는 큰 갈등과 극적인 결말 없이 끝나지만 그럼에도 프레임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건 아마도 나도 모르게 둘이 앞으로 함께할 삶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프레임 화면을 가득 채운 저녁 노을빛처럼. 관객들도 ‘같이 살기’의 넉넉함을 느껴보길 바란다.




제작진 소개


연출공새롬, 민다홍
기획공새롬, 민다홍
제작공새롬, 민다홍
각본공새롬, 민다홍
촬영공새롬, 민다홍
편집민다홍
녹음민다홍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