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여기가 | 2023 | 다큐 | 26분 40초 | 연출 민아영, 장호경
시놉시스
2023년 김포에 있는 장애인거주시설인 향유의 집이 폐쇄됐다. 향유의 집의 폐쇄 과정은 다른 시설과는 좀 다르다. 2008년 석암베데스다 (구 향유의 집) 시절 시설 생활인들과 종사자들의 폭로로 재단의 비리가 밝혀진 이후, 재단 일가를 몰아내고 시설은 민주화의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시설을 운영해온 사람들은 시설 민주화만으로는 생활인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좋은 시설은 없다!’라고 이야기하며 시설을 스스로 폐쇄하고, 모든 시설생활인들에 대한 자립을 추진한다. 이렇게 향유의 집은 문을 닫았다.
그러나 또 하나의 꿈을 꾼다. 문을 닫은 향유의 집과 남은 시설 부지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자! 이 자리에는 국토교통부가 장애인 자립지원 테마형 매입임대 주택 ‘여기가’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매입임대 주택은 장애인 뿐만 아니라 한 부모 가구, 단신 가구 등 다양한 가구 유형이 장애인 가구와 함께 어울려 살게 된다. 그리고 모든 공간은 장애인이 접근 가능하고 이용하기 편리한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꾸며진다. 이 영화는 ‘여기가’를 준비하고 설계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기가’에 담은 이상에 관한 이야기이다.
인권평
모순이라고? 그것이 진실이라서
-유지영(22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집행위원)
장애인거주시설 '향유의 집'을 폐쇄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설에서 나와 지원주택에서 살아가는 중증장애인 당사자 은숙, 성희, 지원을 다룬 영화 '지원주택 사람들', '향유의 집' 건물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지어질 장애인 자립지원 매입임대주택 '여기가'를 다룬 영화 '여기가'까지.
시간 순서대로 흘러가기에 마치 하나의 다큐멘터리처럼 보이기도 하는 세 편의 작품은 현재 한국 사회를 둘러싼 '탈시설'과 관련된 운동 과정, 그리고 논의를 성실한 태도로 빼놓지 않고 기록한다. 여기서 성실한 태도란, 그저 의례적으로 꺼내놓는 미사여구가 아니라는 점을 이들 영화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20년 넘게 먹고 자고 살던 시설을 갑자기 떠나라니? 탈시설 과정에서 과연 100%의 만족과 100%의 행복이 있을 수 있을까? ‘향유의 집’이 폐쇄되는 과정에서 20년 넘게 살던 시설을 떠나는 불만을 표하는 이들(‘그럼에도 불구하고’)이 생기고, 당연하게도 지역 사회에서 부대끼면서 살아가는 일(‘지원주택 사람들’)은 녹록하지 않다. 그래도 새로운 목표에 향하는 지난한 과정(‘여기가’)을 따라가다 보면 탈시설을 해낸 당사자들 역시 입체적이라는, 결국 그렇기에 진실하다는 생각이 무리 없이 생겨난다.
이들 탈시설 영화의 탁월한 대목은 이런 불안감까지 모두 다룬다는 것이다. 모순적으로 보일지언정 당사자의 삶을 특정한 틀 안에 끼워 넣지 않으려 하는 카메라는 당사자의 삶을 존중하는 ‘성실한’ 방식으로 기능한다.
“아들에게 신세 지기 싫어” 자진해서 들어온 터라 시설을 나가는 일에 불만을 표하던 이정자 씨가 지원주택으로 이사를 와서 취향껏 고른 주황색 소파를 소개하는 대목은 특히 영화의 백미다. 이 빛나는 삶을 담은 영화를 집중해서 끝까지 따라가 보기를 권한다.
제작진 소개
연출 | 장호경 | 기획 | 사회복지법인 프리웰 |
제작 | 사회복지법인 프리웰 | 각본 | |
촬영 | 민아영, 장호경 | 편집 | 장호경 |
녹음 | 기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