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 있는 집

비상구 있는 집 | 2022 | 다큐 | 01:00:32 | 연출 장주영



 

시놉시스


관악구 신림동에 거주하고 있는 두 사람은 발달 장애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오랫동안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살다가 2020년부터 독립한다. 한 문장으로 정리된 이들의 독립 과정에는 사건사고가 많았다. 작품은 두 사람이 지역사회로 나와 독립한 현재와 한때 거주했던 비상구 있는 집을 마주 보며 삶의 가치를 조명한다.




인권평


<비상구 있는 집>

-장호경(21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집행위원장)


비상구는 화재나 지진 따위의 갑작스러운 사고가 일어날 때에 급히 대피할 수 있도록 특별히 마련한 출입구를 말한다. 우리가 사는 집에는 비상구가 없다. 하지만 비상구가 있는 집이 있다. 장애인거주시설이다.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살다 지역 사회로 나온 민식, 용찬. 용찬은 네잎클로바 찾기의 달인이다. 2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까지 완전 격리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생활했다. 민식은 인간미 넘치는 4차원이다.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의 피해자. 이들은 탈시설 협동조합인 도란도란에서 다른 탈시설 장애인들, 지원자들과 함께 노동하며 일상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들의 시설에서의 역사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지만 너무 멀리 있는 이야기들이다. 감금, 폭력, 착취, 인권침해... 시설에서의 이야기를 담담하지만 힘있는 어조로 풀어내는 두 사람. 도란도란 탈시설 협동조합은 자립을 해도 남남이 되는 게 아니라 이웃으로 살 수 있게, 인근에서 집을 얻고 같이 만나자던 약속을 이어나가고 있다.

 

“장애를 가졌다고 왜 시설에서 살아야 돼?”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탈시설 운동이 시설 안의 삶을 폭로하고, 시설을 더 나은 환경으로 변화시키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시설을 우리 사회에서 지우고 장애인들의 삶을 지역사회로 이동시키는 운동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자기 결정권이 침해된 공간, 통제와 분리가 있는 공간. 좋은 운영자가 있어도 장애인의 삶은 바뀌지 않는다. 이 영화는 비상구로 상징화된 시설이라는 공간의 의미를 묻고 있다. 그리고 좋은 공간이란 좋은 삶이 깃들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자유롭게 선택하고 성공하고 실패도 하고, 그저 내가 내 삶을 사는 것이 좋은 삶이라 말한다.

 

영화는 계속해서 민식, 용찬의 집과 비거주 건물의 비상구를 교차하여 보여준다. 마치 이곳이 집이라 말할 수 있는가를 묻는 듯 하다. 비상구 표식 속 달리는 사람의 아이콘처럼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라고 말하는 듯하다. 비상구가 있는 집은 집이 아니다.




제작진 소개


연출장주영프로듀서김민정
조연출이찬영구성이나영
촬영장진영편집박승윤 장주영
음향/음악배정란/장아름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