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표와 물음표 그 사이

느낌표와 물음표 그 사이 | 2020 | 다큐 | 00:25:50 | 연출 박송희
시놉시스
별다를 바 없이 코로나19 시대에 일상을 보내던 청각장애를 가진 송희,
그 혼란 속에 운전면허 자격증 따기를 시도한다. 운전면허를 따는 과정 속에 예상치 못한 상황들을 겪으며 송희는 또 다시 혼란스러움과 불편함을 겪는다.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송희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가?
자신의 주체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인권평
# 인권평_느낌표와 물음표, 그 사이
-최한별(21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프로그램위원, 한국장애포럼)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아직 운전면허가 없다. 성인이 된지 1n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운전면허를 따지 못한 점에 대해 나는 한국에서-엄밀히 말하자면 서울에서 운전하는게 너무 겁난다느니 운전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느니 차량 유지비가 아깝다느니 같은 핑계를 많이 대왔다. 물론 이런 핑계가 다 거짓말은 아니지만, 나는 안다. 내가 아직도 운전면허를 따지 않은 이유는 8할이 게으름, 2할이 자신감이라는 것을.
10년 넘는 기간 동안 운전면허 따는걸 미뤄온 데에는 ‘운전면허 그까짓거 한 달이면 다 따지!’라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은 좀 귀찮고 바쁜데, 운전면허는 언제든 필요할 때 딸 수 있을테니까. 비장애인인 나에게 운전면허는 조금 귀찮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손에 쥘 수 있는, 이를테면…대형 마트에 가서 구매해야 하는 형광등같은 것 정도로 여겨졌다. 사이즈나 조명색, 전압등만 확인하고 마트에 가는 수고 정도만 한다면 얼마든 원하는 것을 구할 수 있는 형광등.
그러나 ‘느낌표와 물음표, 그 사이(아래 그 사이)’를 보면서 지방에 거주하는 청각장애 여성이 운전면허를 딴다는 것은 끝없이 불확실한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를 마주하는 과정의 연속이라는 것을 나는 이 영화를 보고서야 깨달았다. 세상에, 내가 운전면허를 거의 20년이 다되도록 안 딸 수 있는 게으름조차 비장애인의 특권이었구나.
주인공인 송희가 운전면허를 따는 과정은 말 그대로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오간다. 모든건 불확실하고, 확실해보였던 것은 뒤집히며, 의아했으나 넘어갔던 부분은 결국 송희의 뒷통수를 친다. 때로는 ‘들을 수 있음’을 강조해야 하고, 때로는 ‘들리지 않음’을 적극적으로 피력해야 하는 이 모순된 제도 속에서, 송희의 내면에서도 느낌표와 물음표는 수시로 떠올랐을 것이다. 아직도 너무나 다양한 영역에서 장애인의 접근성이 미비하다는 점을 한 사람의 일상을 통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파리행 특급 제주도 여행기(2020, 아영)’와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송희의 근황도 궁금하다. 좋아하는 노래를 힘차게 부르며 씽씽 운전하여 많은 곳을 누비고 있는지, 그렇게 도달한 곳에서의 새로운 이야기들은 무엇인지. 존경과 지지의 마음을 보낸다.
제작진 소개
연출 | 박송희 | 프로듀서 | 유민아 |
조연출 | 김지연 | 각본 | 박송희 |
촬영 | 김건영 | 편집 | 김건영 |
녹음 | 방준극 | 기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