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기록
희망의 기록 | 2021 | 다큐 | 00:31:00 | 연출 민아영 | 기획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 제작 민아영
시놉시스
천 여 명이 넘는 집단수용시설에서 3~40년간 생존만이 목표인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었다. 중증·중복 발달장애를 가진 이들은 다른 삶의 가능성을 빼앗긴 채, 거주시설에서 생을 연명했다.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외출할 일도 없는 폐쇄적인 구조 속 폭력과 인권침해는 ‘안전 상 통제’를 명목으로 이루어졌다. 2016년 10월 사회복지시설 대구시립 희망원 내 인권침해, 보조금횡령, 업무상과실치사 등 나열하기도 긴 죄목들이 공익제보자를 통해 드러났다. 장애인거주시설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지만, 중증·중복의 발달장애인과 함께 살아본 적 없는 지역사회는 ‘자립 능력’을 말하며 이들을 다시 지역사회로부터 분리하려 한다. ‘자립 능력’ 기준은 장애인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향해야 한다며, 중증·중복 발달장애인과 함께 살기를 시작한 이들이 있다. 3~40년의 공백을 넘어 ‘낯선 존재’에서 ‘이웃’이 되어가는 3년의 기록.
인권평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우리 중 그 누가 온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태어났는가
-최한별 (한국장애포럼, 20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집행위원)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따르면, 시설이란 단순히 물리적 조건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설이란 한 사람에게 집단의 질서를 강요하고, 선택과 자율을 보장하지 않는 ‘문화(culture)’ 그 자체이다. 그렇기에 탈시설은 곧 ‘장애인의 자율과 선택이 존중받는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 이 문장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당연한 말이라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라고. 이를 보장하지 못하는 것은 탈시설도 아니라고.
그러나 선언은 깔끔하고 단호하여도, 실천은 다른 문제이다. 영화 ‘희망의 기록’은 바로 이 점을 보여준다. 실천은 긴장감이 팽팽한 공간이고, 지긋지긋한 관계의 되풀이이고, 포기하고 싶은 상대이자, 자괴감을 딛고 일어서야만 하는 매일이다. 판단은 쉽고 말은 선명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엄정한 기준을 가지면서도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기준이 대어지는 공간이 결국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우리 중 그 누가 온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태어났는가. 우리는 모두 다양한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고, 다양한 곳에 가보고, 때로는 먹기 싫은 음식도 먹어보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 음식이 의외로 맛있다는 점을 깨달으며 형성되어 왔다.
‘희망의 기록’에는 대구시립희망원 탈시설 당사자들에게도 이러한 경험들을 (턱없이 부족한 한국 사회의 자원을 끌어 모아) 가능한 한 풍성하게 제공하려 하는 지원자들의 노력이 있다. 그리고 그 노력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보호’의 대상으로 장애인 당사자들을 바라봤던 자신들에 대한 성찰도 함께 담겨있다. 전혀 좋아 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반찬을 주저 없이 고르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찬 방에서 저녁밥상도 등진 채 묵묵히 취미생활을 이어가는 ‘구’ 희망원 ‘현’ 대구 시민들의 실루엣은, 그들의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지원인의 치열한 고민의 방향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의 주인공들이 거주했던 시설의 이름은 ‘희망원 시민마을’ 이었다. 찬란한 단어가 명패에 당당했던 그 공간이, 그 어떤 시민적 권리도 주어지지 않았던 곳이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해본다. 영화는 제목대로, 그동안 분리되어왔던 우리의 동료 ‘시민’들이 우리 사회와 화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기록을 따라간다. 변해야 하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사람을 분리하고, 배제해온 이 사회다.
제작진 소개
연출 | 민아영 | 기획 |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
제작 | 민아영 | 각본 | 민아영 |
촬영 | 민아영 | 편집 | 민아영 |
녹음 | 기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