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꽃들이라면

우리가 꽃들이라면 | 2020 | 극 | 00:27:00 | 연출 김율희 | 기획 김율희 | 제작 유형래 





시놉시스


상현은 방과 후 언제나 정우의 집으로 향한다. 앞을 보지 못하는 정우는 언제나 혼자서 영화를 듣고 있다.
상현은 이사를 앞두고, 정우를 위해 영화를 녹음하기 시작한다.




기획의도


사랑하므로, 성장하는 우리.




인권평


우리가 꽃들이라면
-최한별 | 한국장애포럼(KDF)

“나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나는 네 일부로 태어나고 싶었어”

영화를 여는 이 문구가 영화 전체를 따라 흐르는 상현의 마음을 아우른다. 상현은 정우의 오랜 이웃친구로, 방과 후면 으레 정우의 집을 찾는다. 정우는 중도시각장애인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시각장애는 정우뿐만 아니라 상현에게도 낯설다. 상현은 함께 영화를 보다 ‘지금 무슨 장면이야?’라고 묻는 정우에게 우물쭈물,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게 ‘그냥 누가 서있다’고 답한 후 머쓱해 하고, 헤매는 정우의 젓가락을 향해 반찬 접시를 밀어주다 혼쭐이 나기도 한다.

그날 밤 상현은 정우와 함께 보던 영화, ‘우리가 꽃들이라면’을 다시 본다. 사랑의 감정으로 인해 혼란하고 슬픈 주인공의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마치 연애편지를 쓰듯 화면해설을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온갖 미사여구를 잔뜩 곁들인 해설에서 점차 정우에게 딱 맞는 화면해설을 찾아가기까지, 영화는 상현의 분투를 차분하게 따라간다. 이 과정이 너무나 섬세하고 아름답다. 호통 치거나 가르치는 사람 하나 없고, 정우의 장애가 비극과 신파로 묘사되지도 않는다. 자극적인 묘사나 편견에 기대지 않고도, 장애의 특성과 필요, 그리고 장애인을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를 훌륭히 설득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쉽게 만나기 어려운 귀한 영화이다.

영화의 또 한가지 소중한 가치는 퀴어 코드와 장애인권을 아름답게 엮어냈다는 점이다. 원치않는 ‘배려’ 대신 상대의 필요를 정성 다해 살피는 것, 그리고 실패와 반복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섬세히 다듬어 가는 그 고민과 통찰. 이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우리가 무엇을 사랑이라 부르겠는가. 영화를 보고 나면 정우의 일부가 되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속삭이는 상현의 목소리가 우리 마음에 들꽃처럼 피어난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제작진 소개


연출김율희기획김율희
제작유형래각본김율희
촬영김윤기편집김율희, 조우림
녹음조우림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