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행 특급 제주도 여행기
파리행 특급 제주도 여행기 | 2020 | 다큐 | 00:17:00 | 연출 아영 | 기획 김포장애인야학 | 제작 김포장애인야학
시놉시스
허리를 굽힐 수 없는 몸을 가진 건창 씨는 비행기를 타본 적이 없다.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지역사회로 나와 자립생활을 하며 그가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는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 가기. 하지만, 항공사에서는 안전을 이유로 그가 비행기를 타려면 6개의 좌석을 사야하며, 정해진 시간에만 갈 수 있다고 하는데...
기획의도
비장애인들은 공항으로 이동하는 순간에 스마트 폰으로 ‘최저가’의 비행기표를 사서 갈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하고 저렴하게 항공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와상장애를 가지고 있는 건창 씨의 첫 제주도행 비행기 탑승 과정은 21세기의 현실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장애를 가졌을 뿐 건강한 그였지만, 항공사는 그를 환자로 불렀다. 항공사에서 요구한 ‘특수예약’ 이용자는 항공 규정에 맞춰진 몸이 아니기 때문에 6배의 비용을 지불해야만 했고, 비행기를 타러가는 과정 내내, 다른 탑승자들과 격리되어 움직여야만 했다. 제주도에 도착하여 땅을 밟았지만, 휠체어를 탄 이들의 자유로운 여행은 쉽지 않았다.
자본과 효율을 거부하는 몸을 가진 이들의 존엄하게 이동할 권리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까.
인권평
파리행 특급 제주도 여행기
-홍성훈 | 19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프로그램위원
‘왜 장애인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가?’
이 구호를 외치며 장애인들이 오이도역 선로에 쇠사슬로 자기 몸을 묶고, 지나가던 버스를 멈춰 세운 지 20년이 지났다. 그 결과 미약한 수준이지만, 저상버스가 도입되었고 지하철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었다. 이동권 투쟁은 집에만 있었던 장애인들을 거리로 나오도록 했으며,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가 인간다운 삶을 꾸리는 데 필수적임을 사람들에게 알리며 거리에서 장애인들의 자리를 만들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또 다른 자리를 만든 이들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땅 길이 아니라 하늘길이다. ‘허리를 굽힐 수 없는 몸’으로 살아가는 건창 씨(와상 장애인)와 휠체어를 타는 그의 동료들은 제주도 여행을 가기로 한다. 그러나 여행길에 오르는 과정 하나하나가 매우 까다롭다. 애초에 비행기라는 교통수단 자체가 ‘걸어서 이동할 수 있으며’, ‘좌석에 앉을 수 있는’ 비장애인의 몸에만 맞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건창 씨와 동료들이 비행기에 오르려면 구급차를 이용해야 하고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주도 내 휠체어가 갈 수 있는 관광지와 식당을 일일이 알아봐야 하고 변덕스러운 제주도 날씨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 지난한 과정을 묵묵히 지날 수 있는 건 어느 순간 눈에 탁 트이는 제주도 바다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들은 철저히 비장애인 중심이었던 비행기에 그들의 자리를 만들고 제주도 곳곳에 휠체어 바퀴 자국을 새긴다.
그들의 제주도 여행길을 묵묵히 담아낸 영화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더 많은 장애인이 여행할 수 있으려면 장애인 당사자가 아니라 사회가 부지런해야 한다고. 그래서 여러 조건을 가진 몸들이 힘들이지 않고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해야 한다고.
<파리행 특급 제주도 여행기>를 보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휠체어를 끌고 제주도로 가고 싶어진다. 건창 씨와 동료들의 유쾌한 제주도 여행길에 함께 오르기를 권한다.
제작진 소개
연출 | 아영 | 기획 | 김포장애인야학 |
제작 | 김포장애인야학 | 각본 | 아영 |
촬영 | 디제와 은별, 아영 | 편집 | 아영 |
녹음 | 기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