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선정작



함께 먹자 밥!    

함께 먹자 밥! | 조상지 | 다큐 | 2025 | 26분 52초



 

시놉시스


<제 1부 : 서러운 밥상>
밥과 숟가락이 있다고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노들야학. 늘 밥 한끼 먹는 문제로 뿌글뿌글하다.학생의 60% 이상 중증장애인인 노들야학에서는 제 손으로 밥을 먹을 수 없는 학생뿐만 아니라 제손으로 밥을 먹을 수 있는 비장애인들조차 해결해야 할 한 끼로 늘 마음이 불편하다.
학생들 : 그림의 떡! 돈이 없어도 못 먹지만, 돈이 있어도 식사를 주문하고, 상을 차리고, 먹여주고, 치워주는 손이 있어야 입에 밥을 넣을 수 있기 때문에 늘 누군가의 도움의 손길을 찾아 헤멘다. “바빠서”라고 거절당하면 서러운 마음 가득이지만, 배가 고프기에 계속 비장애인의 남은 손을 찾아 다닌다. 각종 학교 행사에 차려진 잔치상에도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서야 물 한 모금조차 먹을 수 있는 장애인들은 배고픔에 사람과 상황에 미움이 생김을 느끼면서 ‘그림의 떡’인 음식에 초월하는 경지에이르게 되었고, 집에서 먹고 나온 한 끼로 하루를 버티면서 학교에서는 어떠한 음식도 먹지 않는 학생들이 생겨났다.
선생님들 : 노들에서의 밥은 숨어서 먹던가! 굶던가! 본인의 업무 외에 학생들의 부탁으로 식사를 주문하고, 먹여주고, 치워주는 활동보조의 업무까지 겸했고, 바쁜 업무에 복도에 있는 학생들에게 식사 요청을 받을까봐 발걸음을 빨리 하거나. 요청을 받더라도 거듭 죄송하다며 거부하면서 학생들의 시선을 못 본 체 해야 하는 상황에 불편함과죄책감을 느낀다.정작 일을 하기 위한 에너지원인 밥을 먹어야 할 때, 밥을 먹지 못한 학생들이 목에 걸려 차라리 굶는 편을 선택하며 ‘비장애인도 먹고 살고 싶다’라며 모두가 굶어야 하는 야만적인 상황의 부당함을 얘기한다. 동방예의지국인 한국. 종로구 노들야학에서 “식사하셨어요?”라는 말은 금기어이다.“내가 밥 못 먹는 것도 스트레스!! 니가 굶고 있는 것도 스트레스!! 굶고 있는 누군가를 피해 다니는 것도 스트레스! ” 한 번도 제대로, 공식적으로 꺼내보지 못한 이야기. 누군가는 미안하고 누군가는 서럽고 누군가는 지쳤고 그래서 피하고 싶은 그것. 밥. 제대로 수면 위로 올려, 함께 먹을 수 있는 밥에 대한 궁리를 시작한다.


<제 2부 : 평범한 밥상>
2014년 4월 7일 교실 4에 주방 설비를 갖추고 학생, 교사, 활동지원사, 상근자 모두 똑같이 1끼에3,000원을 내고 저녁밥을 먹는 것을 시작으로 급식은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3천원이라는 싼 밥값과 주방을 마련하며 쓴 돈도 메꿔야 했으므로 급식을 계속 하는 것이 어려웠다.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서울시와 교육청의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급식비 마련’을 위해 2014년부터 후원행사를 열어 급식 기금을 모았다. 때마침 홍은전이 노들야학 20년 역사를 기록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합시다>가 출간돼 후원주점과 북 콘서트를 겸한 후원행사로 진행했고, 모금한 돈을 급식사업에 보태 급식을 계속 진행시켰다. 밥값 3,000원, 이것도 누군가에겐 넘지 못할 장벽이었다. ‘오늘은 삼천원이 없다’는 이유로 배식하는 교실 주변에 맴돌며 밥을 먹지 않는 학생들이 있었다, 2015년에 학생 밥값을 2,000원, 1,000원으로 학생 밥값을 조금씩 낮추고, 학생 아닌 사람들의 밥값을 슬금슬금 올리는 방향으로 운영을 해나가게 되었다. 2016년부터 0원, 노들은 학생 밥값은 받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후원행사 때 시민들이 한푼 두푼 모아준 후원금과 한살림에서 매달 보내주는 쌀, 인근 교회나 후원인들이 나눠준 식재료 덕분에 야학은 학생 무상급식은 자체 힘으로 해나갈 수 있었다.
-들다방의 탄생
야학의 낮수업이 정착하면서 일찌감치 야학에 와서 점심을 드시고 낮수업 하고, 저녁을 드시고 밤수업에 참여하는 분도 있었다. 또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막 탈시설한 학생분들에게는 야학과 급식이 일상의 중요한 자원이 되어주었다. 그리하여 야학을 찾는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고, 2층 복도가 전동휠체어 행렬로 꽉 막히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2015년말 서울시 지원을 받아 야학 건물 4층을 임대해 급식 주방을 4층으로 확장 이전하면서 제대로 된 급식시설로 초석을 다지게 되었다. 2016년 말 급식운영을 전적으로 맡아나갈 야학의 협력기관인 ‘들다방’이 만들어지게 된다. 들다방의 ‘들’은 노란들판의 세 번째 글자 들에서 따온 것이고, 다방의 ‘다’는 복합적인 활동을 많이 하겠다는 뜻을 담아 붙였다.
-코로나19와 밥
코로나19의 유행 테이블에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던 식당의 모습은 사라지고, 마스크를 쓰고 입장해 손소독을 한 뒤 1인 테이블, 투명 칸막이 안에 앉아 각자 밥을 먹는 뉴노멀이 찾아왔다.확진자가 발생하던 시기에 들다방과 야학은 휴교와 재택수업으로 급식을 먹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반찬을 만들어 가져다주는 일을 기획하게 된다. 들다방은 반찬 담을 용기를 사고, 장조림과 마른 반찬들을 만들고, 야학은 마스크, 비타민 같은 것들도 함께 챙겨 학생들이 사는 곳으로 직접 가져다 주면서 가정방문을 하고, 안부를 나누었다. 3년간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의 아려운 상황에서도 학생들을 위한 ‘밥상’의 노력은 계속 이어졌다.


<제 3부 : 평등한 밥상>
2022년, 드디어 서울시가 급식비 절반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그동안 어느 정도를 지원할지 지원규모와 지원근거에 대한 협상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였다. 지금 무상급식은 비건이 이슈다. 노들야학 급식이 무상급식이 된 이유는 밥상 앞에서 차별받는 사람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돈이 없어서 밥을 못 먹거나, 휠체어가 식당에 들어갈 수 없어 밥을 못 먹거나, 밥을 있어도 먹여주지 않으면 먹을 수 없거나, 밥을 먹을 수는 있지만, 밥상을 차릴 수 없었던 사람들이 좌절하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제는 반찬을 보고 먹을 수 없어 돌아서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한다. 장애인들은 밥상앞에서 먹지 못하는 서러움을 온몸으로 경험한다. 숟가락을 들지 못해 먹지 못하는 서러움과, 숟가락은 들 수 있지만 밥상을 차릴 수 없어 굶어야 했던 경험들을 나이와 성별과 상관없이 장애당사자들은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밥상 앞에서 소외당하는 사람들에게 밥상을 차리며 말한다 ‘함께먹자. 밥’




인권평

- 서한영교 (24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집행위원)

세계의 밥을 짓는 기술

“밥 먹었어요?” 라는 말이 금기어였던 학교가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시간이 없고, 돈도 없어서 “굶는게 너무 일상적이고, 그냥 안 먹는게 너무 익숙해진”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가 있다. 쫄쫄 굶고 있는 학생들을 두고 “그냥 밥 먹는게, 죄 짓는 느낌이” 들어 차라리 굶는 편을 선택했던 비장애인 교사들이 다니는 학교가 있다. 학생들에게 식사지원 요청을 받을까봐 날쌘 걸음으로 못 본채 지나가며 숨어서 밥을 먹던 활동가들이 일하던 학교가 있다. “밥 먹었어요?” 이 흔한 한마디에 서러움과 버거움, 미움과 미안함이 잔뜩 묻어나 있는 학교, 바로, 노들장애인야학이다. 조상지 감독의 영화 <함께 먹자, 밥!>은 노들장애인야학의 평등한 밥상을 만들어온 시간들에 바치는 러브레터 같은 영화다.

 

-학교 이전에 세계

비장애인들에게는 지나치게 당연한 것들이 장애인들에겐 특별한 것, 간절한 것이 되기도 한다. 그 목록 중 하나가 ‘학교’다. 중증뇌병변장애인 조상지 감독은 스스로 ”학교를 못 가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주변의 누구도 내가 학교를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학교에 다녀본 적 없던 조상지 감독이 다 커서 도착한 학교는 “꿈에서도 상상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였다. 그 새로운 세계란, ”전동 휠체어를 타고 혼자 이동하고, 공부하며,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으면서 수다를 떠는 많은 장애인들“이 있는 학교였다. 비장애인들에게 너무나도 당연한 이동하고, 공부하고, 함께 밥 먹고, 수다 떠는 풍경이 있는 ”새로운 세계“를 기초짓는 ‘평범한 밥상’ 대한 경이로움에서 영화는 출발한다.

 

-없는 세계를 짓는 기술

<함께 먹자, 밥!>은 학교 없는 곳에서 만들어진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들장애인야학은 새로운 세계-짓기(worlding)를 따라간다. 노들야학의 26년차 교사 한혜선은 영화에서 말한다. “지금 준비가 안됐어, 어쩔 수 없어, 준비를 우리가 다 하고 나서 하는 게 아니라. 필요해? 이거 있어야 되잖아! 이거 해야 되잖아! 하면 우선은 시작을 했던 같아요. 그리고 권리로서 이거는 당연히 이 사회에서 해야 되는데, 그럼 싸우기도 했고, 투쟁도”하며 학교 없는 곳에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먼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야 했다.

 

-1단 시작하기, 2단 투쟁하기, 3단 버티기, 4단 잇기

“학교다니는 건 재미있지, 집에 가기는 싫지, 근데 배는 고프지”, 근데 돈은 없지, 활동지원시간이 없는 학생들과 교사들은 지원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지만 “밥 못 먹는 사람 없고, 서러운 사람 없게 무조건 그냥 일단” 급식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학교 화장실 옆에 딸린 2평 남짓한 작은 휴게공간에 주방을 차렸다. 급식이 시작되자, “너무 좋아서, 밥을 두 그릇 세 그릇”먹었다는 학생, “너무 많이 먹어 배탈”이 났다는 학생들이 속출했다.

매달 운영비에 허덕이면서도 평범한 밥상을 지켜내기 위해 서울시청 앞으로 찾아가 “밥통을 두드리며” 밥 먹을 권리를 요구하며 투쟁했다. 교육청을 찾아가 “너도나도 장애인도 급식”을 외치며 지원을 설득하고, ‘급식 항쟁’이라는 이름으로 무상급식마련을 위한 ‘평등한 밥상’을 위한 후원마당을 열며, 밥상을 차려나갔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고, 밥을 스스로 먹기 어려워 식사지원이 필요한 장애학생들에게 숨 막히는 1인용 세계가 펼쳐졌다. “코로나 시기를 버틸 힘이 없고, 집에 있을 수밖에 없고, 휴교를 했던 2년을 버텨내는” 힘은 그간 투쟁하며 만들어온 밥에서 나왔다. 교사들은 밥 배달에 나섰고, 학생들은 “비로소 내가 살아있다는 걸 확인”해 나갈 수 있었던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밥이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노들장애인야학의 밥은 버텨나갈 수 있는 힘이었다.

‘평등한 밥상’을 향한 힘은 “폭우와 가뭄으로 화재와 태풍으로” 기후재난을 겪고 있는 지구와 그 지구에 거주하고 있는 동물들을 잇기 시작했다. 모든 존재가 평등한 밥상을 지향하며 비건반찬을 늘려나갔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나갔다.

평등, “이것만큼은 꼭” 지켜내야 할 0번째 가치로 삼는 노들장애인야학이 차린 평등한 밥상에 깃든, 평등은 힘차다. “평등한 밥상”에 깃든 힘, 그 ‘힘’은 다시 우리를 일단 시작할 수 있는 힘, 다시 투쟁하는 힘, 다시 버텨나가는 힘, 다시 이어나가는 힘으로 “새로운 세계”를 조직하고, 새로운 영화를 찍게 하고, 새로운 언어를 짓게 한다. 조상지 감독은 말한다. “서로 다른 사람이 한 상에 모일 때, 밥은 차별과 고립을 넘어서는 언어가 되고, 차별과 고립을 넘어설 수 있는 언어가 된다.” 그리고 영화는 구호를 외치듯 힘차게 말하며 끝난다.

“함께 먹자, 밥!”

 

 

 




제작진 소개


연출조상지기획조상지, 이수경, 박찬욱, 박유리
제작조상지
각본
촬영이수경, 이영욱편집장호경
녹음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