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선정작
함께 먹자 밥!
함께 먹자 밥! | 조상지 | 다큐 | 2025 | 26분 52초
시놉시스
1. 서러운 밥상 : 학생 90% 이상이 중증장애인인 노들장애인야학. 밥과 숟가락이 있다고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누군가는 미안하고, 누군가는 서럽고, 누군가는 지쳤을 밥. 함께 먹는 밥에 대한 궁리를 시작한다.
2. 평범한 밥상 :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서울시와 교육청의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급식 비 마련’ 후원행사를 열어 기금을 모아 급식을 시작했다. 2016년, 학생 밥값 0원. 무상급식이 시작됐다.
3. 평등한 밥상 : 반찬을 보며 돌아서는 비건인들이 눈에 들어온다. 세상의 온갖 ‘턱’들로 인해 서러웠던 밥상을 기억하며 식단의 턱을 없애기 위해 비건국과 비건 반찬을 밥상에 올려 함께 먹기 위한 식탁의 크기를 넓혀간다
인권평
- 서한영교 (24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집행위원)
세계의 밥을 짓는 기술
“밥 먹었어요?” 라는 말이 금기어였던 학교가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시간이 없고, 돈도 없어서 “굶는게 너무 일상적이고, 그냥 안 먹는게 너무 익숙해진”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가 있다. 쫄쫄 굶고 있는 학생들을 두고 “그냥 밥 먹는게, 죄 짓는 느낌이” 들어 차라리 굶는 편을 선택했던 비장애인 교사들이 다니는 학교가 있다. 학생들에게 식사지원 요청을 받을까봐 날쌘 걸음으로 못 본채 지나가며 숨어서 밥을 먹던 활동가들이 일하던 학교가 있다. “밥 먹었어요?” 이 흔한 한마디에 서러움과 버거움, 미움과 미안함이 잔뜩 묻어나 있는 학교, 바로, 노들장애인야학이다. 조상지 감독의 영화 <함께 먹자, 밥!>은 노들장애인야학의 평등한 밥상을 만들어온 시간들에 바치는 러브레터 같은 영화다.
-학교 이전에 세계
비장애인들에게는 지나치게 당연한 것들이 장애인들에겐 특별한 것, 간절한 것이 되기도 한다. 그 목록 중 하나가 ‘학교’다. 중증뇌병변장애인 조상지 감독은 스스로 ”학교를 못 가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주변의 누구도 내가 학교를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학교에 다녀본 적 없던 조상지 감독이 다 커서 도착한 학교는 “꿈에서도 상상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였다. 그 새로운 세계란, ”전동 휠체어를 타고 혼자 이동하고, 공부하며,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으면서 수다를 떠는 많은 장애인들“이 있는 학교였다. 비장애인들에게 너무나도 당연한 이동하고, 공부하고, 함께 밥 먹고, 수다 떠는 풍경이 있는 ”새로운 세계“를 기초짓는 ‘평범한 밥상’ 대한 경이로움에서 영화는 출발한다.
-없는 세계를 짓는 기술
<함께 먹자, 밥!>은 학교 없는 곳에서 만들어진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들장애인야학은 새로운 세계-짓기(worlding)를 따라간다. 노들야학의 26년차 교사 한혜선은 영화에서 말한다. “지금 준비가 안됐어, 어쩔 수 없어, 준비를 우리가 다 하고 나서 하는 게 아니라. 필요해? 이거 있어야 되잖아! 이거 해야 되잖아! 하면 우선은 시작을 했던 같아요. 그리고 권리로서 이거는 당연히 이 사회에서 해야 되는데, 그럼 싸우기도 했고, 투쟁도”하며 학교 없는 곳에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먼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야 했다.
-1단 시작하기, 2단 투쟁하기, 3단 버티기, 4단 잇기
“학교다니는 건 재미있지, 집에 가기는 싫지, 근데 배는 고프지”, 근데 돈은 없지, 활동지원시간이 없는 학생들과 교사들은 지원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지만 “밥 못 먹는 사람 없고, 서러운 사람 없게 무조건 그냥 일단” 급식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학교 화장실 옆에 딸린 2평 남짓한 작은 휴게공간에 주방을 차렸다. 급식이 시작되자, “너무 좋아서, 밥을 두 그릇 세 그릇”먹었다는 학생, “너무 많이 먹어 배탈”이 났다는 학생들이 속출했다.
매달 운영비에 허덕이면서도 평범한 밥상을 지켜내기 위해 서울시청 앞으로 찾아가 “밥통을 두드리며” 밥 먹을 권리를 요구하며 투쟁했다. 교육청을 찾아가 “너도나도 장애인도 급식”을 외치며 지원을 설득하고, ‘급식 항쟁’이라는 이름으로 무상급식마련을 위한 ‘평등한 밥상’을 위한 후원마당을 열며, 밥상을 차려나갔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고, 밥을 스스로 먹기 어려워 식사지원이 필요한 장애학생들에게 숨 막히는 1인용 세계가 펼쳐졌다. “코로나 시기를 버틸 힘이 없고, 집에 있을 수밖에 없고, 휴교를 했던 2년을 버텨내는” 힘은 그간 투쟁하며 만들어온 밥에서 나왔다. 교사들은 밥 배달에 나섰고, 학생들은 “비로소 내가 살아있다는 걸 확인”해 나갈 수 있었던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밥이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노들장애인야학의 밥은 버텨나갈 수 있는 힘이었다.
‘평등한 밥상’을 향한 힘은 “폭우와 가뭄으로 화재와 태풍으로” 기후재난을 겪고 있는 지구와 그 지구에 거주하고 있는 동물들을 잇기 시작했다. 모든 존재가 평등한 밥상을 지향하며 비건반찬을 늘려나갔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나갔다.
평등, “이것만큼은 꼭” 지켜내야 할 0번째 가치로 삼는 노들장애인야학이 차린 평등한 밥상에 깃든, 평등은 힘차다. “평등한 밥상”에 깃든 힘, 그 ‘힘’은 다시 우리를 일단 시작할 수 있는 힘, 다시 투쟁하는 힘, 다시 버텨나가는 힘, 다시 이어나가는 힘으로 “새로운 세계”를 조직하고, 새로운 영화를 찍게 하고, 새로운 언어를 짓게 한다. 조상지 감독은 말한다. “서로 다른 사람이 한 상에 모일 때, 밥은 차별과 고립을 넘어서는 언어가 되고, 차별과 고립을 넘어설 수 있는 언어가 된다.” 그리고 영화는 구호를 외치듯 힘차게 말하며 끝난다.
“함께 먹자, 밥!”
제작진 소개
| 연출 | 조상지 | 기획 | 조상지, 이수경, 박찬욱, 박유리 |
| 제작 | 조상지 | 각본 | |
| 촬영 | 이수경, 이영욱 | 편집 | 장호경 |
| 녹음 | 기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