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선정작
자매의 등산
자매의 등산 | 김수현 | 극 | 2025 | 18분 01초
시놉시스
은지와 미정은 자매 사이다. 어느 날, 자취를 감췄던 언니의 예비 신랑이 스님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자매는 그를 찾기 위해 산을 오른다.
인권평
- 지희경(24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집행위원)
산을 오르는 미정이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그저 산을 오르기 때문이만일까? 사뿐히 산을 오르는 은지와 달리 미정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것이 힘에 부쳐 보인다. 일방적으로 파혼을 통보한 남자친구가 절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그를 찾아 당차게 산을 오르는 은지와 산을 오르는 와중에도 영상 통화를 하며 어머니의 신발을 먼저 챙기는 미정의 모습은 미정 자신의 일보다 가족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짐작하게 한다. 2023년 코다코리아가 발표한 ‘한국 코다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농인 부모가 유년 시절 경험한 소통의 어려움과 고립의 감각은 자녀인 코다에게 농인 가족과 청인 사회를 이어주는 ‘입’과 ‘귀’가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굳어진다. 과거 은지의 머리를 망친 미용실에 찾아가 대신 화를 냈던 일화는 미정이 지나쳐 온 숱한 일상을 상상하게 한다. 미정에게 ‘청인의 언어로 말한다’는 것은 가족의 마음을 기민하게 읽어내는 것이지만, 정작 자신의 상처를 돌보지 못하고 자신을 지켜야 하는 말 앞에서 침묵에 빠지고 만다.
결혼을 약속했던 이가 어떤 설명도 없이 돌연 머리를 깎고 절로 숨어버린 상황은 미정에게 이별의 슬픔이나 분노 대신 ‘비참함’의 충격을 안긴다. 당장 찾아가서 따지기라도 하라는 은지에게 미정은 토해내듯 말한다.
“가서 뭐라 그럴까? 어? 나 하고 싶은 말 많아. 나 말 정말 많아. 근데 나 지금 하고 싶지 않아. 나 30 평생 동안 나 대신해서 계속 싸웠어. 근데 또 하라고? 나 더 말하기 싫어. 정말 싫어. 비참해.”
미정은 더 이상 누구를 위해서도, 심지어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입을 열고 싶지 않다고 외친다. ‘말하지 않음’을 수행으로 여기는 절 안으로 도피한 남자친구의 행동은 미정 한 사람에 대한 거절을 넘어 농인 가족을 둔 미정의 삶 전체를 기만하는 침묵이 된다. 미정은 그 폭력 앞에서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납득할 만한 설명조차 듣지 못한 채 말을 잃는다. 하지만 은지는 미정을 침묵 속에 홀로 두지 않는다. 은지는 미정의 몸을 거칠게 밀치고 뺨을 때려서라도 그녀를 말하게 만든다. 잠적한 남자친구를 찾기 위해 앞장서고, 스님들이 묵언 수행하는 공간마저 거침없이 침범한다. 은지는 거침없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싸워준 미정에게 외친다. 이번에는 자신이 미정의 부당함에 맞서 싸우겠다고.
* 정은경(2023.11.17.), “[특집/한국 코다 실태 보고], 그들은 왜 ‘엄빠의 엄빠’가 되었는가”, 미디어생활
제작진 소개
| 연출 | 김수현 | 기획 | |
| 제작 | 각본 | 김수현 | |
| 촬영 | 표태욱 | 편집 | 나은빈, 김수현 |
| 녹음 | 기타 | PD 심규식 조감독 정은수 조명 표태욱 미술 이수인 사운드 김재혁 CAST 심해인(은지 역), 강진아(미정 역), 정민영(민준 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