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선정작
떨리는 손_우리들의 참정권 이야기
떨리는 손_우리들의 참정권 이야기 | 추병진 | 다큐 | 2026 | 38분 26초
시놉시스
연지와 지은은 피플퍼스트 활동가이다. 2025년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날, 피플퍼스트 활동가들은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투표를 하러 간다. 그러나 투표소 직원은 발달장애가 있는 것만으로는 투표 보조를 받을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투표 보조를 거부한다. 화가 난 연지는 투표소를 빠져나오고, 지은은 투표소 밖에서 울음을 터뜨린다. 투표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두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발달장애인을 차별하는 선거 제도에 맞서기 시작한다.
인권평
- 지희경(24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집행위원)
피플퍼스트가 말하는 '나'와 '너'를 위한 정치
한국에선 아무리 가까운 친구, 가족이라 해도 금기시 되는 주제가 있다. 바로 '정치'다. 선거가 가까운 시기에 명절이 되면 밥상에 슬며시 올라오는 정치 이야기. 불이 붙으면 뜨겁게 논쟁을 하다가, 찬물 같은 한마디가 끼어든다. '어린 것이/여자가 뭘 안다고'. 밥상은 차갑게 식는다. 그때부턴 논쟁이 아닌 싸움이 된다. '힘이 약한', '통제하기 쉽다'고 여겨진 사람은 '뭘 모르고 떠드는 어리석은/되바라진 사람'이 된다. 대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른다는 걸까?
다큐멘터리 <떨리는 손, 우리들의 참정권 이야기>는 그 '무엇'에 맞서는 이야기다. 안개처럼 잡히지 않고 설명되지 않는 '무엇'의 권력에 맞서는 발달장애인권익옹호단체 피플퍼스트 성북센터 동료들의 이야기. '너네가 뭘 안다고' 으스대는 사회에 발달장애인들은 '잘 모르면 쉽게 설명해라! 나의 선택은 나의 것이다!'라고 따끔하게 외친다. 21대 대통령선거가 있던 2025년 6월, 피플퍼스트 동료들은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외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사전 투표소를 향한다.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은 '발달장애'만으로는 투표 보조인을 제공할 수 없다며 지은의 요청을 거부한다. '손이 떨려야 가능하다'는 선거 매뉴얼에 적힌 그대로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얼어붙은 지은 곁에서 동료 연지는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다. "나의 동료가 고개 숙이게" 만드는 차별적 상황에 화가 났다는 연지의 말은 그저 동료를 위하는 말만은 아니다. "내가 필요한 존재인가?"라 생각했던 지은의 질문은 지은만의 것이 아닌, 발달장애인 동료들이 함께 겪어온 무력감이기 때문이다.
이 다큐는 피플퍼스트 성북센터와 깊게 관계를 맺어가고 있는 추병진 감독의 두 번째 작업이다. 이번 영화는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이슈를 중심에 두고 있으며, 이를 이끌어가는 것은 피플퍼스트의 활동가 연지와 지은이다.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하며 차별을 알아가고 마주하게 된 지은 곁에서, 연지는 익숙한 슬픔에 빠지지 않도록 그를 지킨다. 두 사람의 관계를 담은 장면들에서는 추병진 감독의 위치와 거리에 대한 감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광화문 옆 작은 공원에서 서로의 손을 잡고 위로하는 두 사람을 카메라로 담으면 그 온전한 시간을 방해할까 봐, 감독은 나란히 앉아 대화 소리를 중심으로 장면을 채운다. 이 순간을 기록하고 싶은 욕망과, 두 사람이 이 순간을 온전히 경험하길 바라는 동료의 마음 사이에서 갈등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추병진 감독은 이렇듯 동료와 관찰자 사이를 오가며 피플퍼스트의 운동과 사람들을 기록한다. 감독의 긴 호흡의 편집은 얼핏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데, 그 현장 안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을 보기를 권한다. 같은 현장 안에서도 각기 개성을 드러내는 동료들을 볼 수 있다. 이 점에서 피플퍼스트의 면면을 한 땀 한 땀 기록하고 싶은 감독의 애정이 느껴진다.
'뭘 안다고'라는 말은 언제나 힘 있는 자의 언어였다. 그러나 지은과 연지는 묻는다. 쉽게 설명해주지 않으면서, 접근할 수 없는 투표 환경을 만들어 놓고서, 대체 누가 누구에게 모른다고 말할 수 있냐고. 연지는 지은의 손을 잡고, 지은은 연지의 곁에서 다시 고개를 든다. 차별을 만든 쪽이 아니라, 차별을 겪은 쪽이 더 잘 알고 있는 것들이 있다.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무엇이 나를 고개 숙이게 만드는지. 그것을 아는 사람들이 서로의 곁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그것이 피플퍼스트가 증명한 정치의 언어다.
제작진 소개
| 연출 | 추병진 | 기획 | |
| 제작 | 피플퍼스트 성북센터, 추병진 | 각본 | |
| 촬영 | 추병진 | 편집 | 추병진 |
| 녹음 | 기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