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해외 초청작

<어떻게 해야 했을까 (どうすればよかったか?)>

어떻게 해야 했을까 (どうすればよかったか?) | 2024 | 101분 | 다큐멘터리 | 일본 | 후지노 토모아키




 

시놉시스


1983년경, 의대에 다니던 24살의 누나는 조현병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도, 의사이자 연구자인 부모도 이를 인식하지 못해 정신과 진료를 받지 않았다. 여동생보다 8살 어린 남동생은 부모의 판단에 의문을 품지만, 해결하지 못한 채 집을 떠나 일자리를 구한다. 누나는 졸업 후 은둔생활을 시작했고, 부모는 집 안에 연구실을 차렸다. 2001년부터 남동생은 집에 돌아올 때마다 가족을 영상으로 기록하기 시작했고, 누나와 부모와의 대화를 이어갔다. 이후 부모는 현관문을 쇠사슬과 자물쇠로 잠가 딸을 집 안에 가둬버렸다.




인권평

'어떻게 해야 했을까'를 마주하며

- 오노자토 료 (일본 도호쿠대학 대학원 박사과정)


이 작품은 조현병 증상이 나타난 누나와, 그녀를 정신과 진료로부터 멀어지게 한 부모님의 모습을 감독인 남동생이 20년에 걸쳐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수재였고, 동생을 잘 돌보던 누나. 부모의 영향을 받아 의사를 목표로 의대에 진학한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환각이나 망상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의사이자 연구자인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를 병으로 인정하지 않고, 정신과 진료를 피하게 했다.

이 판단에 의문을 품은 8살 어린 남동생인 감독은 부모를 설득하려 하지만 해결되지 않고, 갈등을 안은 채 집을 떠났다. 누나의 발병으로부터 18년 후, 영상 제작을 배운 감독은 귀향할 때마다 가족의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한다. 온 가족이 함께 외출하거나 식탁에 둘러앉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며 부모와 대화를 시도하고, 누나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네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된다. 결국 부모는 현관문에 사슬과 자물쇠를 걸어 누나를 가둬버리기에 이른다.

'모범적' 가족의 흔들림

이 가족은 '모범적'이거나 '이상적'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종전 직후에 의사가 된 부모님, 가족 전체의 독일 유학. 지금과 비교해도 의사가 되는 것은 ‘엘리트’의 상징이었을 것이다. 특히 이 시대에 여성인 어머니마저 의사였다는 것은, 오늘날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드문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 엘리트 가정 안에서 누나인 마코가 '사랑'을 받고 자라난 것이 잘 드러난다. 그러나 영화 곳곳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모범적’인 가정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마코가 사실과 다른 무언가를 외치기 시작한 순간부터, 본격적으로 불길한 기운이 퍼져 나간다. 이후에도 영화는 조용히, 담담히 진행된다. 그러나 나는 화면 너머에서 강한 긴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마코의 상태는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었을 것이고, 부모도 그것을 모를 리 없었을 텐데,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일상을 이어간다. 신단에 인사하고, 호화로운 설음식을 먹고(일본에서도 이렇게까지 전통 행사를 챙기는 가정은 드물다!) 하는 일상의 '흔들림 없음'과 마코의 악화가 점점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어떻게 살고 싶었을까’

<어떻게 해야 했을까>라는 제목에 나름대로 답을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음'을 느끼며 스크린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가족이 천천히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어땠을까, 마코를 병원에 데려가는 것은 어땠을까, 지인에게 상담해보는 것은 어땠을까. 영화를 보면서 다양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현실은 외부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야 했을까>를 생각한다면, 마코가 ‘어떻게 살고 싶었는지’, 그녀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듣고 싶었다. 가족이라 할지라도, 한 사람의 인생은 결코 타인에 의해 완전히 규정되어서는 안 되며, 마코가 무엇을 바랐는지를 알고 싶었다.

마코가 스스로의 의지로 장을 보러 가고, 바깥 풍경을 보러 나가는 장면에서 마음이 잔잔해진 것은, 그곳에 마코 자신의 '어떻게 살고 싶은가'가 반영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제작진 소개


연출후지노 토모야키 (Tomoaki Fujino)
기획
제작
각본
촬영
편집
녹음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