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해외 초청작

<C-TV (If I Tell You I Like You...)>

C-TV (If I Tell You I Like You...) | 2023 | 40’ | 다큐픽션, SF | 오스트리아 | 에바 에거만 & 코르둘라 팀 (Eva Egermann & Cordula Thym)




 

시놉시스


영화 'C-TV (If I Tell You I Like You...)'는 이브 에거만(Eva Egermann)과 코르둘라 팀(Cordula Thym)이 제작한 작품으로, 가상의 텔레비전 방송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 영화는 이성애 중심의 TV 주류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토크쇼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장애인 권리 모니터링 위원회의 엠 그루버(Em Gruber)와 학습장애인 자조센터의 아이리스 코페라(Iris Kopera)와의 인터뷰 및 그들의 일터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고(故) 예술가이자 작가인 이아니나 일리체바(Ianina Ilitcheva)의 인용문이 수화로 해석되어 삽입되며, 이는 영화에 일종의 장(chapter) 구조를 부여합니다. 전체적으로, 사회의 신비로운 지진 활동에 대한 뉴스룸 보도가 이 모든 내용을 감싸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유토피아적 SF 영화, 다큐픽션, 퍼포먼스, 낭독 등을 결합한 '다채로운 장르의 멀티버스'로 묘사되며, 장애인, 만성 질환자, 신경다양성을 지닌 사람들이 문화의 수용자뿐만 아니라 생산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인권평

-박채달 (23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집행위원)

C-TV는 비엔나의 한 방송국에서 제작한 토크쇼를 배경으로 한다.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전통적인 토크쇼와는 달리, 공간은 다채로운 색상과 모양의 장식, 그림들로 꾸며져 있다. 테이블 위 머그컵에는 “Ableism is trash(에이블리즘은 쓰레기)”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쇼가 시작되기 전, 드래그퀸 분장을 한 인물이 등장해 무대를 청소한다. 그러다 갑자기 지진이 발생하면서 토크쇼의 공간은 파괴되고 망가진다. 뉴스 화면이 등장하고, 사회적 차별로 인해 지진이 발생했다는 리포터의 보도가 이어진다. 얼마나 많은 차별이 존재하기에 지진까지 일어났을까?

 

쇼의 호스트인 햄스터 '히디'가 등장한다. 첫 번째 게스트 '엠'은 논바이너리 장애인으로, 장애인 권리 감시위원회 사무국에서 일하고 있다고 소개된다. 화려한 복장과 화장을 한 그는 지팡이를 짚고 무대에 오른다. 호스트의 “당신의 아침 루틴은 무엇인가요?”라는 평범한 질문으로 시작된 일상적인 대화는, 곧 장면 전환과 함께 이어진다.

 

‘엠’의 안내를 따라 어떤 공간에 들어선다. 그곳은 엠의 일터다. 이 장소를 배경으로 인터뷰는 계속되며, 그는 자신이 오스트리아 정부가 유엔의 인권 협약을 지키고 있는지 감시하는 단체에서 일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현재 오스트리아에서는 교육권이 크게 후퇴한 상태라고 말하며, 특수학교의 설립이 우선시되는 지금, 통합 교육은 아직 먼 이야기라고 덧붙인다. 또한, 여전히 많은 장애인이 시설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탈시설도 중요한 논의 주제라고 강조한다.

 

두 번째 게스트 ‘이리스’가 등장한다. 그녀 역시 화려한 외모로 무대를 환하게 밝힌다. 예술가이자 배우, 가수이며, '미래 기획 진행자'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그녀는, 비엔나의 학습장애인 자기권리옹호센터에서 동료 상담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동료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이 그녀의 일이다. 이리스는 히디의 요청에 따라 토크쇼 제작진과 함께 심신 안정 체조를 하기도 한다.

 

이 다큐를 보며 장애인 노동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일자리가 더 많아져야 하는 지금, 오세훈 서울시장의 결정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된 400명의 노동자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분노가 치밀었다. 장애 당사자인 이리스가 동료의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기 위해선, 중증장애인 권리 중심 일자리가 다시 우리 사회에 뿌리내려야 한다.

 

다큐의 마지막에는, 두 번째 게스트인 이리스가 밴드와 함께 “Chirping Laughter(재잘거리는 웃음)”라는 노래를 부른다. 가사 없이 ‘하하하’ 웃음소리로만 구성된 이 노래에 대해, 이리스는 “누구나 웃을 수 있고, 웃으면 뭐든 할 수 있기 때문에 웃음으로 만들었다”고 소개한다.

 

하지만 실제로 노래를 듣고 있으면 묘하게 기괴한 느낌을 받는다. 이리스가 웃고 있는 건지, 울고 있는 건지조차 분간이 어려우며, 노래 후반부에는 마치 관객을 비웃는 듯한 인상도 든다. 차별과 시혜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회에 대한 경고처럼, 혹은 절규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어느새, 나 역시 그 웃음소리를 따라 흥얼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 중간중간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예술가 **이아니나 일리체바(Ianina Ilitcheva)**의 텍스트와 수화 통역 영상은 영화에 리듬감과 해석의 다양성을 부여한다. 특히 수화 통역을 안무처럼 재해석한 장면은 ‘배리어 프리’를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연출로 인상 깊다.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구름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엔딩 크레딧에서는 뉴스 속보 형식의 화면이 등장하고, 뉴스 리포터는 “장애인이 마음껏 나와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마련되었으며, 이 사회가 드디어 장애인이 온전히 인정받는 사회가 되었다”고 선언한다. 영화 제작에 함께한 동료들의 이름 옆에 이 선언이 함께 나오며, 우리가 꿈꾸는 사회와 그 실현을 위해 함께하는 동료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제작진 소개


연출에바 에거만, 코르둘라 팀 (Eva Egermann, Cordula Thym)
기획
제작
각본에바 에거만, 코르둘라 팀 (Eva Egermann, Cordula Thym)
촬영마그달레나 피셔, 캐롤라인 보벡 (Magdalena Fischer, Caroline Bobek)
편집
녹음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