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영화제 접근성 팀 팀장을 맡고 있는 장호경이라고 합니다.
Q. 접근성 팀에서는 배리어프리 작업을 하신다고 알고 있는데요, 배리어프리라는 것이 생소한 분들을 위해서 간단하게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배리어프리가 뭐냐라고 하면··· 사실 설명할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만 (웃음)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영화가 시각, 청각 위주로 되어 있는 매체이기 때문에 감각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오롯이 영화를 즐기고 관람하기에 어려운 한계들이 있죠. 그래서 영화를 좀 더 잘 관람할 수 있도록 그것들을 채우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예컨대, 청각장애인 분들한테는 시각적 정보만 가지고 영화를 오롯이 감상하게 하고, 시각장애인 분들한테는 소리 정보만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하는 그런 작업인 거죠.
사실 답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에요. 그 감각장애가 아닌 사람들도, 예를 들면 비시각장애인도 영화를 볼 때 느끼는 것이 천차만별이잖아요. 이해하는 방식도 다르고, 같은 정보여도 그 정보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나도 그거 봤는데, 그런 장면이 있었어?’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한 마디로 배리어프리는 최대한 정보를 반영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답을 찾아가고 작품마다 최선의 지점들을 고민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
Q. 영화 한 편이 접근성 팀을 거쳐서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완성되기까지ㅡ 전반적인 과정이 궁금합니다.
사실 영화제가 처음부터 접근성 작업을 하지는 않았어요. 이전에는 영화제에서 작품이 선정되면, 음성해설은 음성해설 작가님에게 맡기고, 수어통역도 통역사분에게 맡겨서 영화제는 그것을 합치는 방식으로 배리어프리 작업을 했는데, 그렇게 했을 때에 실제로 당사자분들한테 ‘얼마나 이 배리어프리가 의미 있는가’ 모니터링을 받아본 결과, 수어통역 같은 경우에는 ‘이해하기가 너무 어렵다.’ 혹은 ‘반 정도만 이해할 것 같다.’는 피드백이 있었어요. 그래서 접근성을 전반적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2~3년에 걸쳐서 했고, 지금은 그것을 실현해 보는 과정에 있습니다.
일단 작품이 선정이 되면, 접근성 팀 안에서 조를 나누고, 한 조 당 1-2개의 작품씩 맡게 돼요. 각자 맡은 작품에 대해서 분석을 하고, 작품마다 배리어프리를 어떤 방향으로 접근하는 게 좋을지 접근성 팀 안에서 논의를 합니다. 수어통역 같은 경우에는 농인과 청인을 2인 1조로 해서, 수어통번역 과정을 거치게 돼요. 음성해설 같은 경우에는 전반적으로 초안을 작성하고, 각 조의 조장들이 (우리는 이끔이라고 표현합니다) 자막으로 작성한 것을 하나로 합치게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어 있어요. 그렇게 공동작업하는 형태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Q. 영화 속의 이미지를 음성해설로 구현하실 때 고민하는 지점이나 원칙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영화제 차원에서의 원칙은 있어요. ‘주관적으로 해설하지 않는다.’ ‘해설을 쓰는 사람의 어떤 감각이나 입장을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해설한다’, 그리고 ‘인권적으로 해설을 해야 한다.’가 그것이죠. 그런데 원칙과는 별개로 각각의 영화들이 갖고 있는 어떤 특징들도 있잖아요. ‘해당 영화에 맞는 음성 해설의 방향을 잡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대원칙이지만, 자세히 말하자면, 소리로 영화를 감상하고, 들었을 때 영화적 재미를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우선 영화를 이해해야겠죠.
Q. 자막 해설을 할 때에 고민하시는 지점이 있으신가요?
자막 해설은 청각장애인분들을 위한 배리어프리이기 때문에 수어통역과 연동돼서 설명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농인분들이 수어를 기본적으로 사용을 하시지만, 문자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래서 수어와 자막이 동시에 들어가는 거에요. 그럴 경우, 수어는 보통 부수적인 위치에요.OTT만 해도 자막은 많이 지원되는데, 수어통역은 잘 없잖아요.
영화제에서는 수어를 통역의 수준이 아니라 농인들의 언어로서 구현되고, 이해될 수 있게 하는 수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농인과 청인을 2인 1조로 구성을 하는 이유도 그래서에요. 그래야만 영화의 소리가 갖고 있는 뉘앙스라든지 아니면은 비농인 사회의 어떤 문화라든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하면서 표현할 수 있거든요.
Q. 작업을 하시다 보면, 작품의 원작자의 의도를 고민하실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해당 작품의 감독님과 소통하실 수도 있나요?
네, 그렇죠. 우리가 영화를 보면 ‘나는 이렇게 이해했는데 이게 맞나?’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우리는 감상자가 아니라, 감상의 방향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감독님의 의도가 잘 구현되야만 해요. 그렇기 때문에 수어통번역하는 과정에서, 음성 해설하는 과정에서 이것이 감독님의 의도를 잘 반영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래서 감독님과의 협업은 굉장히 중요하죠. 사실 감독님 입장에선 굉장히 수고스러운 일이긴 하죠. 이런 과정이. 물론 저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영화를 상영하고자 하신다면 충분히 내셔야 하는 수고라고 생각하는 입장이긴 합니다.
Q. 지금까지 많은 영화의 배리어프리 작업을 하셨을 텐데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소리 감독님의 〈소리의 소리라는 작품이 있어요.이 영화는 농인 어머니와 비농인 자녀의 이야기인데 비농인 자녀가 감독이에요. 감독이자 주인공인 ‘소리’가 ‘엄마의 소리’와 만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이때 팀에서 음성해설을 할 때 감독님하고 굉장히 소통을 많이 하셨어요. 감독님께서도 배리어프리 작업에 참여를 많이 하시고, 또 좋아하셨고 그래서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또 하나는 작년 상영작 중에 〈어머니! 하늘 빛이 어떻습니까〉라는 작품이 있어요. 이 작품은 감독님이 나레이터로 나오시고, 주인공은 시각장애인 시인이신데 감독님이 음성해설을 직접 만드신 거예요. 감독님이 배리어프리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셨던 만큼 그게 작품에 되게 자연스럽게 녹여져 있었어요. 소리가 나레이션화되면서 음성 해설의 자리가 따로 구축되지 않아도 될 만큼 영화 감상 전반에 드러났는데, 영화제에서는 그 작업을 해치지 않으면서 음성해설을 덧입히는 과정이 있었어서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영화 중간중간에 주인공 시인 분이 쓴 시가 들어가는데, 이 시를 수어통번역하시기를 너무 어려워하시던 게 기억에 남아요. 사실, 수어는 되게 직관적인 언어거든요. 시처럼 은유적이고 어떤 함의를 따로 설명해줘야 하는 단어들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 통번역을 해야할까’, ‘어떻게 수어로 표현해야 할까’ 이런 것들을 굉장히 많이 논의하시더라고요. 이런 식의 대화와 고민들이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그래서 이걸 번역이라고 이야기를 하는구나’라고 생각이 들었고요.
Q. 영화제 홈페이지에서 배리어프리 가이드라인을 찾아볼 수가 있었는데, 현재는 그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쓰고 계신지와 또 지속해서 어떻게 연구를 하실 계획인지도 궁금합니다.
영화제 이후 배리어프리에 대한 평가를 모니터링하는 과정을 거쳐요. 계속 업데이트 하고, 업데이트된 것을 다음 해에 적용해보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거죠. 그래서 배리어프리 가이드라인을 절대적인 매뉴얼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우리의 문제의식이 담겨 있는 정리본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이 가이드라인은 공개적이기도 하니까 되게 부끄럽기도 해요. 그렇지만 이건 우리가 삼고 있는 기준들인 거고, 배리어프리라는 것이 꼭 정답이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은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만의 배리어프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배리어프리를 법칙처럼 경직된 사고로 생각하지 않는 게 좋아요. 장애인 당사자가 영화를 즐기는 데엔 무엇보다 재미가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대원칙은 지키되 그 안에서 자유롭게 노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어요. 영화의 의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는 다양하게 실험해보는 거죠. 사실 우리 영화제에 정말 많은 분들이 의견을 주시거든요. 당사자 그룹들도 의견을 주시고, 수어통역 전문가 분들도, 감독님들도. 그렇게 다양한 의견들이 합쳐져서 배리어프리 상영본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저는 의미있다고 봅니다.
Q. 팀장님께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가 어떤 의미인지 혹은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영화제가 2003년에 시작을 했는데, 제가 거의 2, 3회 때부터 한 것 같아요. 그때 그때 역할이 다르기는 했어요. 미디어 교육 강사로, 상영작을 상영하는 감독으로, 집행위원장으로, 그리고 지금은 접근성팀 팀장으로 참여하고 있죠. 영화제가 당신에게 무슨 의미입니까, 라고 이야기한다면 아마 다 달라질 거에요.
감독의 정체성으로 이야기한다면, 영화제는 너무너무 소중한 공간이죠. 제가 만드는 영화들이 대개는 다 장애인 분들이거나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은데 이런 영화들이 사실 틀어질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거든요. 또 개봉을 목표로 하는 영화라기보다는 사람들에게 많이 보여지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규모도 좀 작고.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이런 영화를 만드는 감독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공간이에요.
영화제 활동가로서는 고민이 좀 많죠. 고민은 영화제가 관객들과 더 많이 소통하기 위해 지켜가야 하는 것과 새롭게 열어가야 하는 것 사이에서 발생 하는 것 같아요. 우리 사회에 장애인 인권과 관련해서 아직은 미진한 부분들이 있잖아요. 문화적 측면에서, 영화적 측면에서 진보적 장애운동을 잘 알려내면서 동시에 다양한 대중들을 만나기 위해선 어떤 걸 잘 열어가야할까. 장애인을 소비하는 자리가 아니라 같이 바꿔 나갈 수 있는 영화제가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고민이죠, 사실.
Q. 마지막으로 올해 영화제에 오시는 관객분들이 주목해 줬으면 하는 것이 있으실까요?
우리 '영화제 상영작들이 어떤 방식으로 확장되어 왔는가'를 보면 되게 재미있는 지점이 있거든요. 초창기 때는 정말 백이면 백, 다 이동권 얘기 밖에 없었어요. 2000년대, 이때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엄청 활발했던 시기이고, 장애인 권리와 관련해서 사회적으로 이동권 외에는 얘기되는 것들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런데 장애인권운동이 활발해지면서 활동지원이나 여러 권리들의 의제들을 담은 작품들이 다양하게 들어오더라구요.
최근의 경향성은 ‘장애인과 같이 살고자 고민하는 비장애인의 이야기’가 굉장히 많아졌어요. 그리고 ‘다양한 장애’와 ‘자기 장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예전과는 조금 다른 경향성들을 보여요. 한 마디로, ‘일상적 차별’. 거대 담론 속의 차별이라기 보다는 인 미시적인 차별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졌어요. 그런 경향성의 흐름을 보면 재미있어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 자주 오시는 분들은 ‘상영되는 영화들이 어떤 변화들을 보이면서 왔는가’ 이런 것들을 좀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전엔 내부에서 (장애운동 내에서) 만들어진 영화의 상영작 비율이 굉장히 높았는데, 최근에는 장애 운동 밖에서 장애를 생각하고, 장애인 인권을 생각하는 영화들이 많아진 것도 이례적인 변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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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4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입니다!
매년 주체적이고 다채로운 장애인의 삶과 일상, 투쟁을 기록하고 상영해 온 저희 영화제에서는 올해 '해보기 전까진 모르는 거잖아!'라는 슬로건과 함께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영화제 개막을 약 2주 남겨둔 지금, 바쁘게 행사를 준비하고 계신 팀장님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네 번째 주인공은 장호경 접근성팀 팀장님입니다! 장호경 팀장님께서는 집행위원장을 역임하시기도 했는데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셨는지 함께 만나볼까요? 🍀
인터뷰ㅣ장호경 접근성팀 팀장
일시. 2026.04.17
장소. 유리빌딩 3층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영화제 접근성 팀 팀장을 맡고 있는 장호경이라고 합니다.
Q. 접근성 팀에서는 배리어프리 작업을 하신다고 알고 있는데요, 배리어프리라는 것이 생소한 분들을 위해서 간단하게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배리어프리가 뭐냐라고 하면··· 사실 설명할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만 (웃음)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영화가 시각, 청각 위주로 되어 있는 매체이기 때문에 감각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오롯이 영화를 즐기고 관람하기에 어려운 한계들이 있죠. 그래서 영화를 좀 더 잘 관람할 수 있도록 그것들을 채우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예컨대, 청각장애인 분들한테는 시각적 정보만 가지고 영화를 오롯이 감상하게 하고, 시각장애인 분들한테는 소리 정보만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하는 그런 작업인 거죠.
사실 답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에요. 그 감각장애가 아닌 사람들도, 예를 들면 비시각장애인도 영화를 볼 때 느끼는 것이 천차만별이잖아요. 이해하는 방식도 다르고, 같은 정보여도 그 정보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나도 그거 봤는데, 그런 장면이 있었어?’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한 마디로 배리어프리는 최대한 정보를 반영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답을 찾아가고 작품마다 최선의 지점들을 고민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
Q. 영화 한 편이 접근성 팀을 거쳐서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완성되기까지ㅡ 전반적인 과정이 궁금합니다.
사실 영화제가 처음부터 접근성 작업을 하지는 않았어요. 이전에는 영화제에서 작품이 선정되면, 음성해설은 음성해설 작가님에게 맡기고, 수어통역도 통역사분에게 맡겨서 영화제는 그것을 합치는 방식으로 배리어프리 작업을 했는데, 그렇게 했을 때에 실제로 당사자분들한테 ‘얼마나 이 배리어프리가 의미 있는가’ 모니터링을 받아본 결과, 수어통역 같은 경우에는 ‘이해하기가 너무 어렵다.’ 혹은 ‘반 정도만 이해할 것 같다.’는 피드백이 있었어요. 그래서 접근성을 전반적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2~3년에 걸쳐서 했고, 지금은 그것을 실현해 보는 과정에 있습니다.
일단 작품이 선정이 되면, 접근성 팀 안에서 조를 나누고, 한 조 당 1-2개의 작품씩 맡게 돼요. 각자 맡은 작품에 대해서 분석을 하고, 작품마다 배리어프리를 어떤 방향으로 접근하는 게 좋을지 접근성 팀 안에서 논의를 합니다. 수어통역 같은 경우에는 농인과 청인을 2인 1조로 해서, 수어통번역 과정을 거치게 돼요. 음성해설 같은 경우에는 전반적으로 초안을 작성하고, 각 조의 조장들이 (우리는 이끔이라고 표현합니다) 자막으로 작성한 것을 하나로 합치게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어 있어요. 그렇게 공동작업하는 형태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Q. 영화 속의 이미지를 음성해설로 구현하실 때 고민하는 지점이나 원칙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영화제 차원에서의 원칙은 있어요. ‘주관적으로 해설하지 않는다.’ ‘해설을 쓰는 사람의 어떤 감각이나 입장을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해설한다’, 그리고 ‘인권적으로 해설을 해야 한다.’가 그것이죠. 그런데 원칙과는 별개로 각각의 영화들이 갖고 있는 어떤 특징들도 있잖아요. ‘해당 영화에 맞는 음성 해설의 방향을 잡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대원칙이지만, 자세히 말하자면, 소리로 영화를 감상하고, 들었을 때 영화적 재미를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우선 영화를 이해해야겠죠.
Q. 자막 해설을 할 때에 고민하시는 지점이 있으신가요?
자막 해설은 청각장애인분들을 위한 배리어프리이기 때문에 수어통역과 연동돼서 설명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농인분들이 수어를 기본적으로 사용을 하시지만, 문자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래서 수어와 자막이 동시에 들어가는 거에요. 그럴 경우, 수어는 보통 부수적인 위치에요.OTT만 해도 자막은 많이 지원되는데, 수어통역은 잘 없잖아요.
영화제에서는 수어를 통역의 수준이 아니라 농인들의 언어로서 구현되고, 이해될 수 있게 하는 수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농인과 청인을 2인 1조로 구성을 하는 이유도 그래서에요. 그래야만 영화의 소리가 갖고 있는 뉘앙스라든지 아니면은 비농인 사회의 어떤 문화라든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하면서 표현할 수 있거든요.
Q. 작업을 하시다 보면, 작품의 원작자의 의도를 고민하실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해당 작품의 감독님과 소통하실 수도 있나요?
네, 그렇죠. 우리가 영화를 보면 ‘나는 이렇게 이해했는데 이게 맞나?’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우리는 감상자가 아니라, 감상의 방향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감독님의 의도가 잘 구현되야만 해요. 그렇기 때문에 수어통번역하는 과정에서, 음성 해설하는 과정에서 이것이 감독님의 의도를 잘 반영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래서 감독님과의 협업은 굉장히 중요하죠. 사실 감독님 입장에선 굉장히 수고스러운 일이긴 하죠. 이런 과정이. 물론 저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영화를 상영하고자 하신다면 충분히 내셔야 하는 수고라고 생각하는 입장이긴 합니다.
Q. 지금까지 많은 영화의 배리어프리 작업을 하셨을 텐데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소리 감독님의 〈소리의 소리라는 작품이 있어요.이 영화는 농인 어머니와 비농인 자녀의 이야기인데 비농인 자녀가 감독이에요. 감독이자 주인공인 ‘소리’가 ‘엄마의 소리’와 만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이때 팀에서 음성해설을 할 때 감독님하고 굉장히 소통을 많이 하셨어요. 감독님께서도 배리어프리 작업에 참여를 많이 하시고, 또 좋아하셨고 그래서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또 하나는 작년 상영작 중에 〈어머니! 하늘 빛이 어떻습니까〉라는 작품이 있어요. 이 작품은 감독님이 나레이터로 나오시고, 주인공은 시각장애인 시인이신데 감독님이 음성해설을 직접 만드신 거예요. 감독님이 배리어프리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셨던 만큼 그게 작품에 되게 자연스럽게 녹여져 있었어요. 소리가 나레이션화되면서 음성 해설의 자리가 따로 구축되지 않아도 될 만큼 영화 감상 전반에 드러났는데, 영화제에서는 그 작업을 해치지 않으면서 음성해설을 덧입히는 과정이 있었어서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영화 중간중간에 주인공 시인 분이 쓴 시가 들어가는데, 이 시를 수어통번역하시기를 너무 어려워하시던 게 기억에 남아요. 사실, 수어는 되게 직관적인 언어거든요. 시처럼 은유적이고 어떤 함의를 따로 설명해줘야 하는 단어들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 통번역을 해야할까’, ‘어떻게 수어로 표현해야 할까’ 이런 것들을 굉장히 많이 논의하시더라고요. 이런 식의 대화와 고민들이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그래서 이걸 번역이라고 이야기를 하는구나’라고 생각이 들었고요.
Q. 영화제 홈페이지에서 배리어프리 가이드라인을 찾아볼 수가 있었는데, 현재는 그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쓰고 계신지와 또 지속해서 어떻게 연구를 하실 계획인지도 궁금합니다.
영화제 이후 배리어프리에 대한 평가를 모니터링하는 과정을 거쳐요. 계속 업데이트 하고, 업데이트된 것을 다음 해에 적용해보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거죠. 그래서 배리어프리 가이드라인을 절대적인 매뉴얼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우리의 문제의식이 담겨 있는 정리본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이 가이드라인은 공개적이기도 하니까 되게 부끄럽기도 해요. 그렇지만 이건 우리가 삼고 있는 기준들인 거고, 배리어프리라는 것이 꼭 정답이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은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만의 배리어프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배리어프리를 법칙처럼 경직된 사고로 생각하지 않는 게 좋아요. 장애인 당사자가 영화를 즐기는 데엔 무엇보다 재미가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대원칙은 지키되 그 안에서 자유롭게 노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어요. 영화의 의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는 다양하게 실험해보는 거죠. 사실 우리 영화제에 정말 많은 분들이 의견을 주시거든요. 당사자 그룹들도 의견을 주시고, 수어통역 전문가 분들도, 감독님들도. 그렇게 다양한 의견들이 합쳐져서 배리어프리 상영본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저는 의미있다고 봅니다.
Q. 팀장님께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가 어떤 의미인지 혹은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영화제가 2003년에 시작을 했는데, 제가 거의 2, 3회 때부터 한 것 같아요. 그때 그때 역할이 다르기는 했어요. 미디어 교육 강사로, 상영작을 상영하는 감독으로, 집행위원장으로, 그리고 지금은 접근성팀 팀장으로 참여하고 있죠. 영화제가 당신에게 무슨 의미입니까, 라고 이야기한다면 아마 다 달라질 거에요.
감독의 정체성으로 이야기한다면, 영화제는 너무너무 소중한 공간이죠. 제가 만드는 영화들이 대개는 다 장애인 분들이거나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은데 이런 영화들이 사실 틀어질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거든요. 또 개봉을 목표로 하는 영화라기보다는 사람들에게 많이 보여지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규모도 좀 작고.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이런 영화를 만드는 감독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공간이에요.
영화제 활동가로서는 고민이 좀 많죠. 고민은 영화제가 관객들과 더 많이 소통하기 위해 지켜가야 하는 것과 새롭게 열어가야 하는 것 사이에서 발생 하는 것 같아요. 우리 사회에 장애인 인권과 관련해서 아직은 미진한 부분들이 있잖아요. 문화적 측면에서, 영화적 측면에서 진보적 장애운동을 잘 알려내면서 동시에 다양한 대중들을 만나기 위해선 어떤 걸 잘 열어가야할까. 장애인을 소비하는 자리가 아니라 같이 바꿔 나갈 수 있는 영화제가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고민이죠, 사실.
Q. 마지막으로 올해 영화제에 오시는 관객분들이 주목해 줬으면 하는 것이 있으실까요?
우리 '영화제 상영작들이 어떤 방식으로 확장되어 왔는가'를 보면 되게 재미있는 지점이 있거든요. 초창기 때는 정말 백이면 백, 다 이동권 얘기 밖에 없었어요. 2000년대, 이때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엄청 활발했던 시기이고, 장애인 권리와 관련해서 사회적으로 이동권 외에는 얘기되는 것들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런데 장애인권운동이 활발해지면서 활동지원이나 여러 권리들의 의제들을 담은 작품들이 다양하게 들어오더라구요.
최근의 경향성은 ‘장애인과 같이 살고자 고민하는 비장애인의 이야기’가 굉장히 많아졌어요. 그리고 ‘다양한 장애’와 ‘자기 장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예전과는 조금 다른 경향성들을 보여요. 한 마디로, ‘일상적 차별’. 거대 담론 속의 차별이라기 보다는 인 미시적인 차별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졌어요. 그런 경향성의 흐름을 보면 재미있어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 자주 오시는 분들은 ‘상영되는 영화들이 어떤 변화들을 보이면서 왔는가’ 이런 것들을 좀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전엔 내부에서 (장애운동 내에서) 만들어진 영화의 상영작 비율이 굉장히 높았는데, 최근에는 장애 운동 밖에서 장애를 생각하고, 장애인 인권을 생각하는 영화들이 많아진 것도 이례적인 변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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